[오늘과 내일] 언어적 존재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 내일] 언어적 존재

백낙천 배재대 인문사회대학 학장

  • 승인 2021-05-23 11:56
  • 신문게재 2021-05-24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백낙천 배재대 인문사회학장
백낙천 배재대 인문사회대학 학장
인간은 사회적인 존재이다. 따라서 다른 사람과 잘 어울려 공동체 삶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서로의 생각과 감정을 제대로 전달할 수 있어야 한다. 만약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다른 사람에게 정확하게 전달할 수 없게 되면 우리는 무척 답답하고 괴로울 것이며, 때로는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하는 데 꽤나 힘들 것이다. 그래서 인간은 자신의 생각이나 감정을 보다 정확하고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전달하기 위해 몸짓, 표정, 소리, 기호 등 여러 가지 방법을 사용하는데, 그중 가장 중요하고 효과적인 의사전달 매체가 바로 언어이다. 따라서 언어는 인간이 사회적 존재이면서 동시에 하나의 독립되고 자율적인 존재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구체적인 증거이다.

또한, 인간의 특성을 규정하는 여러 가지 학술용어 중에는 인간이 생각하는 존재라는 것을 의미하는 호모 사피엔스(Homo sapiens)가 있다. 이는 인간이 생각의 주체라는 것인데, 인간의 위대한 생각의 힘은 제1차 산업혁명(증기기관 발명), 제2차 산업혁명(전기를 활용한 생산 확대), 제3차 산업혁명(컴퓨터와 통신 기술)을 통해 인류의 효율성을 높이고 생산량을 늘리는 데에 크게 기여하였다. 이제는 인공지능 및 로봇공학과 빅데이터로 지칭되는 이른바 'ABC혁명(AI, Algorithm, Big Data, Cloud Computing)'을 통해 우리 삶의 총체적 변화를 가져오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한편, 인간이 거대한 자연 앞에서 연약한 존재이지만 자연을 지배하는 존재가 될 수 있었던 중요한 근거 중에 하나는 인간이 1,200~1,400cc의 뇌의 용량을 가지고 직립 보행을 하는 특성에서도 찾을 수 있다. 나아가 인간이 도구를 사용한다거나 문화를 창조하고 향유하는 존재라는 것도 인간의 특성을 규정하는 중요한 요소들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인간의 특성을 규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는 인간이 언어를 사용한다는 것이다. 언어는 인간이 가지고 있는 대표적이고 본질적인 요소인데, 이를 가리켜 호모 로퀜스(Homo loquens) 즉 인간은 언어적 존재이며, 이것이 인간과 동물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특성이라고 할 수 있다.

또한, 언어와 관련하여 생각해 볼 수 있는 것은 언어와 사고의 관계이다. 미국의 언어학자 사피어는 그의 제자 워프와 함께 '사피어-워프 가설'을 제기하였다. 이른바 '언어 결정설' 또는 '언어 상대설'로 불리는 이 가설은 언어가 사고를 결정한다는 것으로 언어 우위설의 입장이라고 할 수 있다. 즉, 모든 인간은 생물학적으로 비슷하지만 언어를 통해 세계를 규정하게 됨으로써 서로 간에 인식의 차이가 나타난다는 것이다. 이 가설은 동일한 언어권에 사는 사람이 보여주는 일정한 정체성을 설명하는 데 유용하다는 점에서 언어학의 입장에서는 매우 매력적인 주장임에 틀림없다. 그러나 언어가 사고에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구체적으로 제시하기는 힘들고 인간의 사고를 언어로 제한하고 있다는 점에서 여전히 논쟁거리일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언어와 사고는 어느 한쪽이 일방적으로 다른 한쪽에 영향을 미친다고 보기 어렵다. 어느 누구도 언어와 사고의 관계를 명확하게 설명하기 어렵다는 점에서 언어와 사고는 불가분의 관계에 있을 뿐 이 둘의 우열 관계를 따지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다만 인간은 언어를 통해 세상을 인식하고 해석하고 의미화하고 있음은 분명한 사실이다.

언어는 인간과 늘 함께 있어 왔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이라는 점에서 인간에게 있어 언어는 의사소통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나아가 인간은 언어를 부려 쓰면서 문화를 창조하고 발전·계승시키며 사회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언어를 실증하는 것은 곧 인간의 본성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해도 지나친 말은 아닐 것이다.

백낙천 배재대 인문사회대학 학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기고]대한민국 지방 혁신 '대전충남특별시'
  2. 금강환경청, 자연 복원 현장서 생태체험 참여자 모집
  3. "방심하면 다쳐" 봄철부터 산악사고 증가… 대전서 5년간 구조건수만 829건
  4. [썰] 군기 잡는 박정현 민주당 대전시당위원장?
  5. 기후정책 질의에 1명만 답…대전 4·2 보궐선거 후보 2명은 '무심'
  1. 보은지역 보도연맹 희생자 유족에 국가배상 판결 나와
  2. 안전성평가연구소 '국가독성과학연구소'로 새출발… 기관 정체성·비전 재정립
  3. 지명실 여사, 충남대에 3억원 장학금 기부 약속
  4. 재밌고 친근하게 대전교육 소식 알린다… 홍보지원단 '홍당무' 발대
  5. '선배 교사의 노하우 전수' 대전초등수석교사회 인턴교사 역량강화 연수

헤드라인 뉴스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충청 4·2 재·보궐 결전의 날… 아산·당진·대전유성 결과는?

12·3 비상계엄 이후 탄핵정국에서 펼쳐지는 첫 선거인 4·2 재·보궐 선거 날이 밝았다. 충청에선 충남 아산시장과 충남(당진2)·대전(유성2) 광역의원을 뽑아 '미니 지선'으로 불리는 가운데 탄핵정국 속 지역민들의 바닥민심이 어떻게 표출될지 관심을 모은다. 이번 재·보궐에는 충남 아산시장을 포함해 기초단체장 5명, 충남·대전 등 광역의원 8명, 기초의원 9명, 교육감(부산) 1명 등 23명을 선출한다. 윤석열 대통령 탄핵 심판을 놓고 여야 간 진영 대결이 극심해지면서 이번 재·보궐 선거전은 탄핵 이슈가 주를 이뤘다. 재·보궐을 앞..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전원일치 의견’이면 이유 요지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과 관련, 헌법재판관들의 의견이 ‘전원일치’이면 이유의 요지를 먼저 설명한 후 마지막에 ‘주문’을 낭독한다. 헌법재판소의 실무지침서인 ‘헌법재판 실무제요’ 명시된 선고 절차다. 재판관들의 의견이 엇갈리면 주문 먼저 읽은 후에 다수와 소수 의견을 설명하는 게 관례지만, 선고 순서는 전적으로 재판부의 재량에 달려있어 바뀔 수 있다. 선고 기일을 4일로 지정하면서 평결 내용의 보안을 위해 선고 전날인 3일 오후 또는 선고 당일 최종 평결, 즉 주문을 확정할 가능성이 크다. 평결은 주심인 정형식 재판관이 의견을..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 공식 첫 걸음…대전지역 금융 기반 기대

제4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추진하는 한국소호은행 컨소시엄(이하 소호은행)이 1일 기자회견을 열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했다. 전국 최초의 소상공인 전문은행 역할을 지향하는 소호은행은 향후 대전에 본사를 둔 채 충청권 지방은행의 역할을 일부 수행하며 지역 경제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소호은행은 이날 서울 명동 은행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소상공인 맞춤형 금융서비스 계획을 발표했다. 컨소시엄을 이끄는 김동호 한국신용데이터(KCD) 대표는 "대한민국 사업장의 절반 이상이 소상공인, 대한민국 경제 활동 인구의 4분의 1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대전시의원 후보자 3인 ‘저를 뽑아주세요’

  •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사랑의 재활용 나눔장터 ‘북적북적’

  •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재·보궐선거 개표소 설치

  • 3색의 봄 3색의 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