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인의 건강법] 습열조리와 건열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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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인의 건강법] 습열조리와 건열조리

이영호 충남대 의과대학 교수

  • 승인 2021-05-23 11:57
  • 수정 2021-06-04 15:39
  • 신문게재 2021-05-24 10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이영호 교수(수정완료)
이영호 교수
습열조리는 물 등의 액체를 이용해 조리하는 것이며, 건열조리는 액체를 사용하지 않고 기름이나 불을 사용하여 직간접적인 열로 조리하는 것을 말한다.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건강을 위해서는 건열조리보다 가급적 습열조리를 해서 먹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최종당화산물(最終糖化産物, advanced glycation end-product)'에 대해 알아야 한다.

최종당화산물이란 영양학에서 비교적 최근에 나온 개념으로, 단백질 또는 당에 120도 이상의 열을 가하면 중간산물을 거처 최종당화산물이 생겨난다. 이 최종당화산물은 단백질이 풍부한 음식, 오랜 시간 가열했을 때. 그리고 음식이 말라 있을 때 많이 만들어진다.

체내에 흡수된 최종당화산물은 서서히 없어지지만, 많으면 몸에 축적되어 신경세포, 콩팥세포, 혈관세포 등에 손상을 준다. 최종당화산물은 혈관 투과력을 증가시켜 여러 가지 세포에서 사이토카인이 방출되어 염증반응을 유발하고 산화스트레스가 생성된다. 체내에 축적된 최종당화산물은 당뇨병, 동맥경화증, 콩팥병, 상처치유 지연 등을 유발한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최종당화산물은 뇌세포, 안구세포 등 수명이 긴 세포에 손상을 입힐 수 있다는 것이 밝혀졌다. 따라서 치매(알츠하이머병) 등의 퇴행성 질환을 유발하고 악화시킬 수 있으며, 피부 주름, 관절염, 골다공증 등의 노화 관련 질환을 유발할 수 있다.



육류를 구워 먹으면 높은 온도로 인해 최종당화산물이 많이 발생한다. 한국인은 삼겹살을 즐겨 먹는다. 삼겹살을 구워 먹으면 맛이 좋기 때문에 삼겹살을 삶아 먹기 보다는 주로 구워 먹는다. 그러나 삼겹살을 직접 불판에 구우면 온도가 600도 까지 올라가 최종당화산물이 많이 발생하는 것은 물론, 고열로 인해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도 발생하여 암에 걸릴 확률이 높아진다. 따라서 삼겹살을 굽지 말고 삶아 수육으로 먹으면 두 가지 독성물질에 의해 건강을 해치는 심각한 문제에서 벗어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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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은 돼지고기  (사진=이영호 교수 제공)

삼겹살 등의 육류는 대체로 지방이 많이 들어 있다. 특히 팔미트산, 스테아르산, 미리스트산 등 포화지방이 많이 들어 있다. 이 포화지방은 혈관에 유해한 영향을 끼쳐 심장병과 고혈압 등의 질환을 유발한다. 지방 자체가 고칼로리이기 때문에 삼겹살 등 육류를 많이 먹으면 만병의 근원인 비만이 찾아온다. 따라서 삼겹살 등의 육류는 기본적으로 적게 먹어야 한다.

최종당화산물이 많은 식품 섭취를 자제하는 것이 최선이지만, 운동을 통해 대사가 빨라지게 하여 최종당화산물의 배출을 유도할 수 있다. 또한 항산화 활성이 높은 비타민C와 비타민E를 섭취하면 최종당화산물 생성을 억제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요약하면 건강을 위해서 120도 이상의 건열조리를 줄이고, 100도 정도의 상대적으로 낮은 온도에서 삶거나 찌는 습열조리를 해서 식사를 하는 것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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