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변에선 계속하여 아파트 등 신규 건물이 하늘 높은 줄 모르고 마구 올라가고 있었다. 대전 시민은 점차 감소하고 있는데 신축은 변함이 없는 아이러니의 모습을 보며 입맛이 썼다.
대전의 인구가 줄고 있는 이면엔 대전시민의 세종시 전입이 크게 작용한 게 사실이다. 이유는 굳이 토를 달지 않겠다. 다만 우려스러운 건, 지금과 같은 비정상의 전출이 과연 언제 종착역에 닿을 것이냐다.
이런 가운데 대전에 있는 관세청 산하 관세평가분류원(관평원)이 언론의 집중포화를 맞고 있다. 세종시 이전 대상이 아닌데도 예산 171억 원을 들여 세종시에 신청사를 지었다는 게 의문의 첫 과녁이다.
이어 소속 공무원 49명이 세종시민의 특권층 증표라 할 수 있는 '공무원 특별공급(특공)' 아파트까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더 큰 문제는, 이 과정에서 행정안전부와 기획재정부 등은 관평원이 이전 대상이 아니란 것도 모르고 예산 지원을 해줬다는 사실이다. 한마디로 주먹구구와 탁상행정이 아닐 수 없다.
171억 원이나 들여 지은 지하 1층·지상 4층의 관평원 신청사가 아무도 입주하지 않은 유령 건물로 먼지만 쌓여가는 현실은 누가 만들었는가? 책임 행정의 차원에서라도 반드시 규명하고 볼 일이다.
이처럼 실로 어처구니없는 무책임과 '무조건 세종 이전'이라는 무리수 강행은 결국 '떳다공'과 '특공'이라는 두 가지 문제로 돌출되기에 이르렀다. LH 직원들의 투기 의혹에 대한 성난 민심이 지난 4.7 보궐선거를 통해 드러난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로부터 보기 힘들어졌지만 소위 '떳다방'이라는 것은 언제든 출몰할 수 있는 잠재적 은둔자들의 집합이다. '떳다방'은 신규 분양 아파트 모델하우스 부근에 파라솔이나 천막 등을 치고 분양권 전매를 전문적으로 거래하는 이동 중개업자를 말한다.
그중에는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가진 사람들도 있지만, 대부분은 자격증을 가지고 있지 않은 '브로커'들이라고 할 수 있다. 주식으로 치면 초단타 매매를 업으로 하는 '데이트레이더'와 흡사하다.
데이트레이더는 주가 움직임만을 보고 차익을 노리는 주식투자자를 뜻한다. 이들은 대단히 공격적인 성향을 보이며 시장 교란의 주범으로 몰리기도 한다. '브로커' 역시 미명(美名)이 아니다.
다른 사람의 의뢰를 받고 상행위의 대리 또는 매개를 하여 이에 대한 수수료를 받는 상인이자 중매인인 때문이다. 국어사전에선 심지어 '경제 사기성이 있는 거간꾼'으로 묘사하고 있을 정도다.
관평원은 이전 대상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버젓이 예산 지원을 받아 세종시에 신청사를 세웠다. 이것도 모자라 소속 공무원 49명이 '특공' 아파트까지 분양받아 수억 원대의 시세차익을 누렸다.
따라서 이는 '떳다공', 즉 분양받은 아파트를 차액을 남겨 팔아치운 '떳다방 식 공무원'을 연상케 한다. 그런데 이 같은 행위는 허리띠 졸라매며 평생의 소원인, 내 아파트 한 채 장만해보겠다는 성실한 국민을 배신한 것이다.
또한 이전도 안 했으면서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은 관평원 공무원들에게선 문득 '늘공'과 '어공'이 함께 어른거린다. 직업공무원인 '늘공'과 어쩌다 공무원을 의미하는 '어공'은 차원이 다르다.
세종시에서 특공 아파트를 분양받은 '늘공' 공무원은 그렇다면 어쩌다 운이 좋아 그리된 '어공'이었단 말인가. 다방에 가면 따끈한 차라도 마실 수 있지만 '떳다방'은 국물도 없다. 테스 형, 세상이 정말 왜 이래?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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