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무병장수 가능한가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무병장수 가능한가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 승인 2021-05-20 16:44
  • 신문게재 2021-05-21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식물시스템공학연구센터 책임연구원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인류는 무병장수를 꿈꿔 왔고 여전히 바라고 있다. 과학기술의 발전 덕분에 지금 태어나는 어린이는 특별한 일이 없으면 100세 이상 살 것이라 예측된다. 하버드 의대 데이비드 싱클레어 교수는 최근 '노화의 종말'에서 노화는 질병이고 치료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과연 누구나 '젊음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나이를 먹고 싶다'는 꿈이 현실이 될 수 있을까? 무병장수에 따른 문제는 없는가?

일본 NHK는 2015년에 미래 30년을 내다보기 위한 특집 'NEXT WORLD'에서 인공지능으로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인간의 수명은 어느 정도까지 연장 가능할까 등을 심도 있게 다뤘다. 우리 인간의 수명은 현재 하루 5시간씩 연장되고 있어 25년 후인 2045년에는 평균 수명은 100세에 도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재생의료와 3D프린터를 조합한 인체장기의 재생·인체 세포내를 돌아다니면서 암세포를 찾아 항암제를 발사하는 나노머신·어떤 고난도의 수술도 실수 없이 해내는 수술로봇의 등장 등을 소개했다. 특히 충격적인 것은 하버드대학과 워싱턴대학 연구팀이 개발 중인 회춘약의 등장이다.

회춘과 관련한 장수유전자로 가장 많이 연구된 '서투인'(sirtuin)은 효모에서 처음 발견됐다. 서투인 유전자는 젊은 세포에서 만들어지다가 세포가 노화하면서 감소한다. 이후 연구에서 사람을 포함한 포유류에도 서투인 유전자가 7개 있으며 몸의 거의 모든 세포에서 만들어 지는 것이 밝혀졌다. 효모의 서투인 유전자를 처음에는 초파리에 도입해 수명이 늘어나는 것을 확인했고, 최근에는 생쥐와 사람의 세포에서도 수명연장에 관여하는 것이 확인됐다. 식물에서도 사람의 서투인 유전자와 염기서열이 유사한 유전자가 발견돼 생물의 생로병사에는 공통점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장수유전자 연구가 진전되면서 늙은 세포를 젊은 세포로 되돌리는 '회춘약'이 개발되고 있다. 하버드대 싱클레어 교수 등은 비타민 B3(niacin)의 일종인 NMN(nicotinamide mononucleotide)이 노화로 인해 저해되는 다양한 기능을 다시 활성화시키는 역할을 확인했다. NMN은 비만인 생쥐 암컷들과 그 새끼들의 2형 당뇨병을 치료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NMN은 7가지 서투인의 활성을 모두 증진시켜 가장 희망적인 회춘약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현재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연구가 진행 중이다. NMN은 인간세포와 식물에도 적은 양으로 만들어 지지만 양산을 위한 미생물배양이 이루어지고 있다. NMN 이외에도 장수약·항노화제로는 식물에서 메트포르민·레스베라트롤·케르세틴 등이 연구되고 있다.



싱클레어 교수는 '노화의 종말'에서 건강하게 장수하는 방법으로 적게 먹고, 간헐적 또는 주기적으로 단식하고, 육식을 줄이고, 운동해 땀 흘리고, 몸을 차갑게 하라 등을 강조했다. 모두 감내할 수 있는 적절한 스트레스는 장수유전자를 자극해 살아가는 과정에서 정상적으로 일어나는 DNA의 마모와 손상에 대체하도록 돕기 때문이라 설명한다. 싱클레어 교수는 현재 선진국의 평균수명 80년이 지금의 추세로 의학이 발전하면 113년까지 가능하다고 말하면서, 인류의 수명연장이 반드시 옳은가에 대한 문제도 제기했다. 지구의 환경 수용력이 80억 명이라고 추정한 보고서가 있고 빠르게 증가하는 인구를 먹여 살리기에는 식량을 비롯한 자원이 부족할 것이다. 19세기 초 세계인구가 10억 명을 넘어섰을 때 토머스 맬서스가 '인구론'에서 식량 증 산이 인구 증가를 따라 가지 못하기 때문에 기아와 질병에 시달리는 가난한 사람이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했지만 화학비료·신품종개발 등으로 식량공급이 획기적으로 늘면서 그의 예언은 잘 못된 것이라 비난받았다. 그러나 인간수명이 늘어나고 산업화로 인한 농지훼손 그리고 기후재앙이 닥치면 그의 예언은 멀지 않아 현실화되고 있는 것 같아 걱정스럽다. 기후위기시대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우리 모두의 지혜를 모을 때다. 곽상수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책임연구원·UST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갈등 응급실 지키던 전문의 2명 '쓰러졌다'…대전 대학병원 의료진 건강 '빨간불'
  2. 세종시 '야간 경관' 특화 현주소...행정수도 브랜딩 부재
  3. 대전형 라이즈 7일 공모예정… 지역대 특성화 살린 7+α 과제로 '도전장'
  4. 충청권 새마을금고 이사장선거 마무리…총 131명 확정
  5. 의대 학생들 수업거부 이틀째… 정부와 의료계 '동상이몽'
  1. [기고]벚꽃으로 보는 기후변화
  2. [사설] 방사청 '완전 이전' 차질 없어야 한다
  3. [사설] 주민 공감대 이뤄 지천댐 건설해야 한다
  4. '기록 없다고 상처까지 지워졌을쏘냐' 대전3·8민주의거 송병준 옹의 증언
  5. 늘봄학교 배제된 특수 순회교육 학생들, 과거 농산물꾸러미 사례에 희망

헤드라인 뉴스


기록 없다고 상처 지워지랴… 대전3·8의거 산증인 송병준 옹

기록 없다고 상처 지워지랴… 대전3·8의거 산증인 송병준 옹

대전지역 학생 1600여 명이 학교 밖으로 뛰쳐나와 부정선거와 부정부패를 규탄한 대전3·8민주의거에서 부상자는 한 명도 없었던 것일까? 지금껏 발견된 당시 사진을 봐도 진압봉을 치켜든 경찰들이 좁은 골목에서 시위 학생들을 힘으로 제압하는 듯한 모습, 학생들이 혼비백산 뛰어가는 장면이 대다수를 이루고 있으나 정부가 인정한 3·8민주의거 부상자는 0명이다. 하지만 당시 동구 인동 한 골목에서 경찰에 붙잡혀 구둣발 폭행을 당한 송병준(82·대전고 41회) 옹의 그늘진 삶은 우리가 몰랐던 대전3·8민주의거 진압 과정의 폭력성을 말하고 있다..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보로 승격된다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 국보로 승격된다

충남 부여 무량사에 보존된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가 국보로 승격될 전망이다. 6일 국가유산청에 따르면, 조선 후기 괘불도인 부여 '무량사 미륵불 괘불도'가 국가지정문화유산 국보로 지정 예고됐다. 앞으로 30일 동안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에도 이변이 없으면 오는 4월 10일 문화유산위원회 심의를 거쳐 국보로 최종 지정될 예정이다. 괘불도는 사찰에서 야외 의식을 거행할 때 걸어놓았던 대형 불교 회화 작품으로 그 규모와 다양한 도상이 우리나라만의 독창적인 문화유산으로 손꼽힌다. 과거에는 '괘불탱'이라 불렸으나 최근 '괘불도'로 명칭이..

보령 섬에 드론 배달원 뜬다… 국토부 드론실증도시 구축 공모에 선정
보령 섬에 드론 배달원 뜬다… 국토부 드론실증도시 구축 공모에 선정

충남도가 보령시 섬 지역의 열악한 생활 물류 문제 해결을 위해 드론 배송서비스에 나선다. 도는 국토교통부 주관 '2025 드론실증도시 구축사업' 공모에서 '보령시 원산도와 오천항 거점을 활용한 도서지역 드론 배송' 과제가 선정돼 국비 4억 8000만 원을 확보했다고 6일 밝혔다. 이번 사업은 도와 보령시, 보령해양경찰 및 5개 드론기업 컨소시엄이 함께하며, 국비 4억 8000만 원을 비롯해 도비·시비 등 총사업비 7억 8000만 원을 투입한다. 사업 대상지는 원산도 거점 인근 장고도, 고대도, 삽시도, 소도, 효자도, 추도, 육도,..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산불 진화태세 점검 ‘이상무’ 산불 진화태세 점검 ‘이상무’

  • 3.8민주의거 기념관 찾은 시민들 3.8민주의거 기념관 찾은 시민들

  •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장 축하공연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장 축하공연

  •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장…‘메이저리그 안 부럽네’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개장…‘메이저리그 안 부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