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화벨이 울렸다. 지인으로부터 온 전화다. 빨리 119를 불러달라는 급박한 목소리가 들리고 전화는 끊겼다.
며칠 전 요도결석으로 입원했다가 오늘 오전에 퇴원한 친구다. 왜 그러느냐고 물을 새도 없이 전화가 끊겼기에 서둘러 119로 전화를 걸었다.
"갈마아파트 00동 00호에 급환 환자가 있으니 어서 구조해 달라"고. 나와 환자와의 관계와 구조에 필요사항 몇 가지를 묻고는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5분쯤 지났을까. 문자가 날아왔다.
'119에서 긴급 구조를 위해 귀하의 휴대전화 위치를 조회하였습니다.'
그리고 이어서 전화가 왔다. 지금 출동중이라고.
112, 119 등은 위급한 상황에서 국번 없이 거는 우리의 생명과 재산을 지켜주는 고마운 전화다. 112로 신고하면 경찰관이 출동하고, 119로 신고하면 소방관이 출동한다. 신속하기가 이를 데 없다. 그런데 이 신고에는 언제나 고마운 마음과 미안한 마음이 뒤따른다. 왜 그런가? 대민 봉사의 일선에서 시민들을 위해 '친절'과 '최선'을 다하기 때문이다.
비상시에 이용할 수 있도록 도입한 전국 공통의 전화 번호 112와 119. 화재와 같은 재난이 발생했을 때, 또는 범죄 현장이나 사고를 신고할 때 사용하는 전화번호를 말한다. 우리나라에서는 1935년 처음 화재 신고용으로 119가 사용된 이래, 112, 113 등 여러 번호가 사용되어 왔다. 그러다가 2016년 10월, 기존의 전화번호를 통합하여 재난 신고는 119, 범죄 신고는 112로 일원화했고, 긴급하지 않은 민원신고나 문의는 110번으로 통합 운영하기 시작했다.
112번호나 119번호는 화재와 같은 재난이나 범죄의 신고 등을 위해 특별히 설정한 비상 전화번호이다. 그래서 민원전화나 일반 민원용 전화번호와는 다르다. 긴급한 경우에 관계기관의 담당자에게 직접 연결되는 짧은 전화번호로 운용되며, 유관기관에는 해당 담당자가 연결, 인계하도록 되어 있다.
필자의 얘기를 안 할 수 없다. 112로 신고를 하고 나면 고마운 마음이 가슴 깊은 데서 번지기 시작 한다. 경찰관들의 친절하고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직접 체험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80평생 살아오면서 112전화를 네 차례 이용한 기억이 난다. 모두 치매를 앓고 있는 내 아내를 찾아 달라는 신고 전화였다.
그런데 오늘.
119에 신고를 한 후 지인이 입원해있던 선병원으로 달려갔다. 나는 병원과 가까운 거리에 있었기에 응급실에 먼저 도착할 수가 있었다. 얼마 되지 않아 119가 도착하고 흰 방호복을 입은 소방관 셋이 내리고 지인이 들것에 실려 응급실로 옮겨 졌다.
살신성인하는 소방관들이나 경찰관들이 한둘이 아니지만 오늘 출동한 둔산 소방서 119직원들은 코로나19로 인해 방호복을 입어 얼굴을 볼 수는 없었으나 애띈 여자 소방관을 포함한 세 분의 소방관들이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병원직원들에게 환자를 맡긴 뒤에 돌아가는 앰블런스의 뒷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렀다.
선병원 간호사들의 친절이나 그 이후의 긴박했던 상황은 여기에 적지 않으려 한다. 그러나 위험에 처한 대한민국 국민이 있는 곳이라면 이분들이 달려온다는 것, 이것은 우리국민들 모두가 알아야 되는 고마운 정보인 것이다.
30도가 오르내리는 무더위 속에 달려온 그들에게 고맙다는 말 이외에는 다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빈부격차나 신분고하를 가리지 않고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이라면 언제나 신속히 출동하는 고마운 분들. 이런 소방관들이 밤잠 안 자고 지켜주고 있기에 우리네 인간들이 편안한 생활을 하고 있다는 것을 생각할 때 감사하지 않을 수 없고, 고마워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 모든 소방관들과 경찰관들이 고마운 것이다.
팔십 평생 살아오면서 남들로부터 받은 고마움은 수없이 많았지만 가슴 조이는 눈으로 바라보며 고마움을 느껴보기는 오늘이 처음이었다. 흰색 방호복을 걸친 119구급대, 늘 생명과 직결되는 위험과 함께하는 이들. 그리고 남모르게 스트레스와 우울증에 시달려야만 하는 이들의 고충. 소방대원 가운데는 외상 후 스트레스성 장애를 앓고 있는 분도 있으며, 현장에서 목숨을 잃은 주검을 본 뒤로 밤마다 그 모습이 꿈에 보여 시달리는 분도 있고, 화재현장에서 목숨을 잃을 뻔한 소방관들은 죽음에 대한 공포로 비명 소리와 사이렌 소리 등 환청에 시달리는 분도 계시다 한다.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돌아가는 이 세 분들, 소방위 박윤동, 소방교 송정의, 소방사 윤서진님의 뒷모습을 보니 미국의 스키모라는 소방관이 쓴 시가 머리에 떠올랐다.
신이시여,
제가 부름을 받을 때에는
아무리 뜨거운 화염 속에서도
한 생명을 구할 수 있는 힘을 주소서.
너무 늦기 전에
어린아이를 감싸 안을 수 있게 하시고
공포에 떠는 노인을 구하게 하소서.
언제나 집중하여
가냘픈 외침까지도 들을 수 있게 하시고,
빠르고 효율적으로 화재를 진압하게 하소서.
저의 임무를 충실히 수행케 하시고 제가 최선을 다할 수 있게 하시어,
이웃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게 하소서.
그리고 신의 뜻에 따라
제 목숨이 다하게 되거든,
당신의 은총으로 제 아내와 아이들을 돌보아주소서.
-A. W. Smokey-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대전 둔산 소방관들을 포함한 전국의 소방관 여러분. 정말로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남모르게 겪고 있는 당신들의 스트레스와 고충을 이해하는 국민으로 살아가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나님 저들의 고충도 들어 주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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