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는 대규모 개발 앞에서 최선의 보존 논의보다 사태를 일단락하기 위한 1차원적 수습에 불과해 문화재를 다루는 근시안적인 행정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전망이다. <2021년 5월 3일 자 5면, 18일 자 5면 보도>.
한국철도공사와 대전시, 그리고 문화재청은 강풍을 맞은 철도보급창고와 관련해 해체 이전 카드를 우선순위에 둔 모양새다. 정식 보수는 미뤄두고 개발 공사가 임박했으니 해체 후 보관하다가 최종 이전 정착지가 결정되면 그때 보수와 함께 새로 정비하겠다는 그림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해체 후 이전될 것이라는 약속은 지켜지기 힘든 약속이라 지적하며 정식 보수 후 원형이 훼손되지 않은 상태에서 이전될 수 있도록 묘수를 짜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어, "어떤 식으로도 해체해서 옮긴다면 다행이지만 담당자가 지속적으로 바뀌는 행정상 그 신뢰는 지켜지기 어렵다. 또 해체된 등록문화재가 문화재로의 가치가 있느냐는 논란도 더불어 발생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중구 대흥동 일·양 절충식 가옥이자 국가등록문화재 제377호인 '뾰족집'은 해체 후 이전한 대표 사례다. 그러나 뾰족집은 건축물이 가지는 아우라(aura)를 잃었고, 향(向)도 변해 잘못된 해체 이전의 전처를 고스란히 보여준다. 전문가들은 뾰족집의 사태를 겪고도 해체 이전을 추진하겠다는 것은 문화재 보존 의지가 없는 것으로 일축했다.
온전한 '이축(移築)'은 불가능한 얘기는 아니다. 2016년 경기도 하남시 구산동에 있던 '구산성당'은 재개발로 멸실 위기였지만, 교구와 신자들의 노력으로 해체하지 않고 당시 문화재 이동기술을 활용해 원형을 보존했다.
구산성당 이축을 담당했던 고주환 문화재수리기술자(새한티엠씨 대표)는 전화 인터뷰에서, "건축물을 해체하지 않겠다는 건 구산성당 측의 의지였다. 해체해서 옮기면 훼손되기 때문에 손상되지 않는 방법을 알려달라 했다. 우리가 가진 이동기술을 제안했고 검증 후 성공적으로 이축할 수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해체 이전이나 온전한 이축 방식이나 비용은 차이가 없다. 결국 보존에 대한 의지력의 차이다. 이축 기술은 과학 발달과 함께 성장했다. 이미 서울을 중심으로 제자리에 보존하고, 훼손 없이 문화재를 이동 보존하는 방법을 활용하는데 대전에서는 이런 인식 자체가 없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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