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야불교명상대학장 겸 대전시불교총연합회 사무총장 현진스님(옥천 봉은사 주지) |
부처님오신날을 앞둔 지난 15일 반야불교명상대학장 겸 대전광역시불교총연합회 사무총장인 옥천 봉은사 주지 현진스님을 찾아뵙고 바이러스 시대를 살아가는 인류의 자세에 대해 법문을 청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는 가운데 '코로나블루'라는 신조어가 생길 만큼 인류에게 다가오는 심리적 고립감은 깊어지고 있다. 감염병으로 인한 경기침체는 장기 불황으로 이어지고, 경제적 위기와 함께 정신건강 회복 탄력성을 잃고 있다. 어느 때보다 정서적 버팀목이 절실해지는 이유다.
이에 현진스님은 종교로서가 아닌, 인문학 관점에서 불교를 바라보고 삶에 녹여낼 수 있어야 진정한 의미의 가르침이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부처님은 당시 사부대중에게 가르침을 전하는 세 가지 방법으로 음성의 말과 음성이 없는 말, 삼매(三昧)설법을 취했다"라며 "삼매설법은 현재 의식에서 알아차리지 못하는 사이 무의식으로 연결돼 마음의 병을 고치는 명상을 통한 가르침"이라고 설명했다.
현진스님은 "부처는 인류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가장 명확한 해답을 제시한 성인이며, 그 방법의 하나로 괴로움에서 벗어나는 길을 전파했다"라며 "인간의 미혹함과 이기심으로 유기체들과의 공존을 깨면서 기후변화와 바이러스 출몰 등 재앙을 맞았다"라며 일침을 가했다.
감염병 사태로 인류는 모든 일상을 저촉받고 있다. '고온다습' 변수에 민감한 바이러스 생멸 조건 속에서 코로나19는 변이를 양성하며 극복하고 있다. 현진스님은 바이러스 시대에 고립과 우울감 회피를 위한 연대를 최소한으로 하고, 내면의 고요를 추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스님은 "과거 인류는 감정에 의존해 문명을 이어왔다. 특히 불안과 두려움은 인류 발전에 있어서 가장 큰 원동력으로 작용했다"라며 "문명이 진화하면서 4차산업 도래와 함께 코로나19 감염병 시국을 맞은 지금, 과거의 거친 감정은 '쓰고 남은 핵연료봉' 신세가 돼 오히려 걸림돌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이어 "코로나19는 인류와 명운을 같이 해야 한다. 마스크를 비롯해 옷의 구조, 집의 구조가 바뀔 것이며, 무엇보다 감정 체계가 바뀌어야 한다"라며 "정형화된 감정을 와해해 고정된 실체가 없는 상태로 회귀해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스님은 또 "우리나라는 예부터 호국불교로서 전란에 앞장서며 민생을 구했다"라며 "감염병 전란에 맞서 공동체의 안녕을 저해하는 행동을 삼가는 게 부처님의 대자대비하신 가르침을 실천하는 것"이라며 설법을 갈음했다.
한편, 불기 2565년 부처님오신날을 맞아 대전시불교총연합회가 주관해 '희망과 치유의 연등을 밝힙니다' 주제와 함께 코로나19 퇴치 염원을 담아 지난 8일 오후 대전시민공원 상설무대에서 봉축법요식이 거행됐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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