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오 대표변호사 |
이 조사 결과만 본다면 지금 더불어민주당의 처지가 총선에서 압승을 거두었을 때와 비교해 얼마나 초라해졌는지 가히 상전벽해라 할 만하다. 물론 여론조사에서 밀렸다가 역전을 거둔 경우는 얼마든지 찾을 수 있는데,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은 모두 여론조사에서 밀렸던 이회창 전 대법관에 역전승을 거뒀다.
게다가 1997년부터 2017년까지 대선이 있던 해 신년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던 박찬종, 이회창, 이명박, 안철수, 반기문 중 대통령이 된 사람은 이명박 전 대통령이 유일하다. 이명박 전 대통령은 참여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와 열린우리당 의원들의 릴레이 탈당으로 힘을 잃은 여당 후보에게 손쉽게 승리를 거뒀다.
당시 열린우리당의 상황은 지금의 더불어민주당의 상황과 비슷한데, 청와대와 거대여당이 손잡고 급격한 개혁을 추진하다가 부동산 정책에 실패해 저조한 지지율로 인한 대통령의 레임덕을 겪던 시기였다. 열린우리당은 노무현 대통령의 급진적인 개혁이 역풍을 맞은 것으로 판단해 대통령을 탈당시켜 지지율을 회복하고자 했으나 실패하고 사분오열됐다.
그때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문재인 대통령은 송영길 대표와 만나 '원팀'을 강조했고, 자서전 '운명'에서는 당시의 여당 의원들이 보여준 대통령과의 '차별화'가 짧은 생각이고, 국민은 그러한 배신에 실망한다고 적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열린우리당 시절에 지지율 부진의 원인을 단순히 '대통령'으로 지목해 '차별화'에만 치중하다가 자멸했던 과거를 돌아보며 정확한 원인을 분석해야만 할 것이다.
현재의 어려움은 공정에서 벗어난 인사들을 개혁에 필요하다는 이유만으로 감싸안으려 했고, 섣불리 실행한 급진적인 부동산 정책으로 인한 부동산 가격 상승, 전세대란에 LH 직원들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부동산 투기까지 총체적인 부동산 실정이 원인으로 보인다. 결론적으로 더불어민주당은 이러한 원인을 정확히 인식하고, 이를 타계해 나갈 정책을 수립해 청와대가 독주하지 않도록 긴밀히 협력해 나가야 할 것으로 보인다.
다음으로 ‘국민의힘’ 상황을 보면 현재 여론조사 1위를 달리고 있는 윤석열 전 총장이 국민의힘 당원이 아니라는 것이 문제다. 1997년 여론조사 1위였던 박찬종은 무소속이었다가 당시 여당인 한나라당에 입당했지만, 지지기반이 미약해 당내 경선에서 중도하차하고 말았던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나라는 광복 이후 야당의 대선 후보가 승리한 사례가 3번 있었는데, 김대중, 이명박, 문재인 대통령이다. 그중 이명박 대통령은 열린우리당의 사분오열로, 문재인 대통령은 박근혜 대통령의 탄핵으로 본선보다 경선이 더 힘들었던 케이스라 제외한다면, 김대중 대통령의 전략을 본받아야 할 것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여당 후보인 이회창보다 여론조사에서 밀렸으나 김종필과의 단일화에 성공하고, 박태준을 영입해 역전할 수 있었다.
그런데 과연 그런 물리적인 결합만으로 대선에서 승리한 것일까? 김대중 대통령은 최초의 정권교체라는 역사적인 명제를 가지고 있었기에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민의힘은 국민의당과 통합하고, 윤석열 전 총장을 영입하고자 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여기에 더해 세대교체라는 시대적 명제가 더해진다면 금상첨화일 것이다.
최근 주호영 전 원내대표와 이준석 전 최고의원이 서로 막말 수준 발언들을 주고받아 눈살을 찌푸리게 했는데, 국민이 바라는 것은 그런 식의 촌철살인은 아닐 것이다. 국민의힘이 젊은 정치인들에 대해 연륜도 없는 철부지라는 생각을 버리고,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참신한 생각을 가진 동료로 인정해 주도세력으로 받아들인다면 이러한 변화가 바로 시대의 명제에 부합하는 것이다.
/이종오 법무법인 윈 대표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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