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가람 기자 |
3년 전 모 회사 입사 면접에서 "인생에서 가장 잘한 일을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철학과에 들어간 것"이라고 답한 것을 생각하면 '철학'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고도 볼 수 있다.
사실 대학에서 배운 건 '칸트는 독일 사람' 정도뿐이다. 흥미로 다가간 철학이 대학 강의로는 재미없고 괴짜 교수들의 강의로 인해 매 학기 폐강하는 과목도 수두룩했다.
한 번은 칸트의 사상 철학을 논술형으로 제출하는 게 기말고사였는데, '200년 전에 죽은 칸트의 사상을 이해하려다 내가 돌아가시겠다'고 적고 제출하니 해당 과목 학점은 거룩하고 찬란한 ‘F’였다.
다만 대학에서 얻은 게 있다면 동·서양을 막론하고 최대한 다양한 철학자들에 대한 사상을 이해해보려고 했던 점이다. 이 행위를 2년간만 하게 되면 철학과 학생들은 '병'에 걸리게 되는데, 단어 하나를 보더라도 그 단어에 숨겨진 뜻이 있을 것이라는, 쉽게 말해 의심병이다.
쇼펜하우어와 칸트는 여기서 왜 현상과 물자체(物自體)란 단어를 썼는지, 장자는 왜 '만물일체론'을 주장하는지 숨겨진 속사정을 먼저 이해해야 그다음 그들의 행위를 이해하고, 지금 현 상황에서 적용할 수 있는 방향까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심병'의 장점은 어떤 사안을 바라볼 때 옳고 그름의 여부를 현명하게 판단하지만, 단점으로는 최종 판단 결정까지 굉장히 오래 걸린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주변에서는 매사가 답답하고 속 시원한 결정이 없다고 하는 평이 많다. 같은 과를 전공하신 대전시의 그분께서도 사실 이 병을 앓고 있다고 생각한다.
중소벤처기업부 이전 사안을 예로 들어 그분의 머릿속으로 들어간다면, "왜 하필 중기부지?", "왜 하필 지금 이 시점이지?" 등의 모든 분석을 철학과 출신의 면모를 발휘해 대응했을 것으로 짐작한다.
하지만 이번에도 잃은 건 무엇인가. 이 모든 생각과 실행에 옮긴 과정이 8개월까지 걸리며 마치 밀린 숙제를 하는 것처럼 억지로 꾸역꾸역 해냈다는 실망감만 시민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됐다. 이렇게 되면 막상 대전시에서 시험을 잘 봤다고 시험지를 내밀어도 정작 시민들이 매긴 점수는 30점인 셈이다.
이에 대한 방안을 위해서는 어떤 보완이 필요하겠는가. 간단하지 않은가. 철학과 출신의 장점을 토대로 속도감 있는 결단력만 보이면 해결될 문제 아닌가. 무엇이 그리 두려우십니까. 가끔 일탈도 해보시지요. 말년 관상이 그리 좋으신데. /신가람 정치행정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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