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
문화체육관광부는 수십 년간 생활체육 참여율을 높이기 위해 수많은 사업을 시행해왔다. 그러나 생활체육 참여율을 향상하는 사업에만 치중한 나머지 증가한 종목별 생활체육 참여인구를 수용해 낼 스포츠시설의 건설에는 충실하지 못했다.
물론 국민체육센터(1997~2020, 541곳, 1조1804억7900만 원), 개방형다목적체육관(296곳, 2조1327억2000만 원) 등의 건립 사업을 해왔다고 답하겠지만, 이것은 인구 10만 명당 1곳을 건립한 것으로 수요에는 턱없이 모자라는 수치다.
독일은 1961년 '골든 플랜'(생활체육 기반 구축 정책)을 실시할 때 '스포츠시설 없이는 스포츠도 없다'란 구호를 내걸고 스포츠 인프라를 확충하기 위해 240조 원(1차 골든블렌 170억 마르크. 현재 가치 200조 원, 1961~1975), 2~3차(1976~1993, 200억 마르크, 4차1999~2009, 970억 원)를 투입해 각 종목 경기장 12만6954곳(실내체육관 3만5409곳, 종합·다목적경기장 408곳, 수영장 7784곳, 테니스장 1만4192곳, 아이스링크 186곳, 사격장 8814곳, 실외스포츠시설 6만161곳) 등을 조성했다.
현재 우리나라의 체육시설은 문체부의 안일하고 획일적인 25년간의 지원 사업으로 체육시설이 매우 부족하고, 노후화된 체육시설의 보수비용도 없어 방치되고 있는 시설이 매우 많다. 생활체육 시설이 부족함에도 특정 동호인들이 시설을 부당하게 점유하거나 관리 부재로 민원이 끊이질 않고 있다. 사태가 심각함에도 문체부는 이 문제들을 관리와 운영을 잘못한 지자체 탓으로 돌리고 있다.
스포츠시설 건축 비용은 국가와 자치단체에서 충당하지만, 국민 세금으로 짓는 것이다. 이 시설들의 비싼 이용료는 자치단체에서 위탁받은 업체들의 주머니를 채우고 있고, 자치단체들은 운영 책임을 방관하고 있어 체육시설을 이용해야 하는 대한체육회와 종목단체, 전문체육선수, 생활체육동호인들의 불만이 매우 높은 실정이다.
정부가 수십 년 동안 선진국형 스포츠 선순환 시스템을 외치고 있지만 웃기는 소리다. 선진국들은 (초)고령화 사회의 폭발적인 의료비 지출로 국가 재정이 파탄 날 수 있다는 위기감 속에서 생활체육의 참여로 의료비 지출을 줄이기 위해 전국에 체육시설을 지어주고 이를 동호인 스스로(스포츠클럽) 또는 지자체에서 철저히 관리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지원하는 정책들을 펼쳤다.
우리는 지금 스포츠클럽을 육성한다면서 억지로 법인화를 유도하고 있고, 스포츠시설을 장기임대 받아오라고 하고 있다. 잘못된 행정이다. 스포츠시설 소유주들이 스포츠클럽을 이끌게끔 정책을 시행했어야 했다.
보건복지부와 문체부는 업무를 협력해 국민이 생활체육 활동에 참여하는 시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고 이의 건축과 이용 비용을 의료비에서 지출하도록 해야 함에도 지금까지 이런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없다. 또 문체부는 스포츠클럽 활성화를 통해 스포츠 선진국형 선순환 시스템을 구축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교육부와 지역 교육청, 일선 학교에서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또한 문체부는 국민체육진흥기금을 매년 1000억 원씩 문예진흥기금으로 그만 빼가기 바란다. 체육시설의 신규 설치와 보수비용이 턱없이 부족하다고 지역에선 아우성이다. 1000억원은 정말 큰돈인데, 매년 빼가다가 이젠 법까지 고쳐서 국민체육진흥기금에서 문화예술을 지원하게 해 놓았다. 이 돈으로 문체부는 국민이 체육시설을 편리하고 저렴하게 사용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하고, 국민생활체육 진흥 업무를 최일선에서 담당하고 있는 체육지도자와 시설운영자들을 정규직으로 채용해줘야 한다.
대한민국 체육, 체육시설 문제가 너무너무 많은데, 문체부도 지자체도 아무도 책임지려 하지 않는다. 책임은 국민의 마음이 편안해질 때까지 져주는 것이다. /정문현 충남대 스포츠과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