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꽃초 김봉선 교사 |
소규모 학교로 첫 발령이 났다. 나에게 주어진 업무가 많았다. 첫 해 때는 공문 하나 써보지 못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초과근무, 주말까지 반납해가며 업무를 처리했다. 바로 한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대학생의 신분이었는데 교직생활이 시작되자 내가 맡은 업무의 책임자가 되어 있었다. 누구에게나 유독 힘든 날이 있다. 지나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닌 것을 알면서도 내가 잘해 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느껴지는 날 말이다. 내가 책임자로 부스를 운영하는 날, 신규의 역량 부족이었는지 부스를 행사 전 날 다시 꾸며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시간이 오후 4시였다. 그 때 신규였던 나를 위해 평소 마음을 나누었던 두 분이 그 날 밤 12시까지 남아주셨다. 그 다음날 행사는 동료 선생님들 때문에 잘 치러질 수 있었다. 나는 그 분들이 없었으면 행사를 잘 치뤘을지 모를 일이다. 오로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교직생활을 함께하는 동료들과만 나눌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첫 발령지에서 서로 바쁘고 매번 마음을 전하기 힘들었지만 서로 의지하며, 서로의 업무가 끝날 때마다 "행사 잘 끝났어? 수고했어."라고 서로를 다독거리며 5년을 보냈다.
첫 학교가 소규모 학교여서 그런지 학교를 옮길 때 선택지가 많았다. 나는 수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기 때문에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학교를 선택했다. 물론 수업은 해도 해도 고민이 되는 것이라지만 전의 내 경험 처럼 고민을 함께 나눌 동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옮긴 첫 해에 다행스럽게도 마음이 통하는 동료를 만났다. 교과 전담 시간, 방과 후 시간에 끊임없이 수업 이야기, 생활지도 이야기 등 내가 어려워했던 지점들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둘의 고민이 맞닿아 있는 지점들을 발견했고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은지 방향을 배웠다. 이 경험이 나에게 준 의미는 굉장했다. 어떤 일의 결과에 대해 푸념하거나 좌절하거나 위로받는 자리가 아닌 어떤 일이 발생하기 전 고민되는 부분들을 이야기 나누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방법과 가야할 방향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좋았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고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해에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한 명 더 생겼다. 이렇게 모여서 서로 응원해주고 지지해주고 위로해주는 사이가 될수록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것이 함께하는 동료가 있다는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교직생활을 하면 이런 일, 저런 일이 다 생기지만 내가 한 선택을 존중해주고 지지해주고 잘하고 있다고 다독여주는 동료들이 있어 든든하다. 이제 동료들과의 모임이 교직생활에 있어서 나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주고 직업적인 면에서 자신감을 갖게 해주며 또 같이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만남이 되고 있다.
오늘도 현재 학교에서 동료들과 함께 자신이 하고 있는 온라인 수업의 형태에 대해 이야기했다. 온라인 수업의 형태가 익숙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한 번 시작해보고 같이 부딪혀보니 길이 보인다. 서로 하고 있는 내용들을 이야기하다보니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고 내가 생각하지 않은 방법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을 보며 동료에게 새롭게 배운다.
여전히 배워가고 성장해가는 교직생활에서 좋은 동료들과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좋은 동료와 함께 직업에 대한 고민들을 나누고 더 발전된 모습으로 함께 성장하는 것을 경험하면 애정이 생긴다. 물론, 좋은 동료라는 기준이 각각 다르겠지만 나는 서로 고민하는 지점들이 맞닿아 있고 서로한테 배우고 싶고 서로를 존중하며 사람으로 깊이 알아가고 싶은 사람이 좋은 동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 역시 내 동료들에게 좋은 동료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하고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꽃초 김봉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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