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중국 발사체 잔해물 낙하 예측과 기초과학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중국 발사체 잔해물 낙하 예측과 기초과학

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 승인 2021-05-13 17:52
  • 신문게재 2021-05-14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지난 5월 8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한국천문연구원은 중국 우주정거장의 모듈을 실었던 발사체 상단 부분인 '창정-5B호 잔해물'이 한국시간으로 5월 9일 11시 40분경 남태평양에 추락할 것으로 보인다고 발표했다. 그로부터 약 20시간 뒤, 5월 9일 11시 30분경 잔해물이 인도양에 추락한 것으로 확인됐다. 잔해물이 3~4초에 약 한 바퀴씩 회전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빨리 떨어지긴 했지만, 오차범위 내 예측에 성공한 것이다. 한국천문연구원이 독자 개발한 우주물체 추락예측 프로그램을 통해 잔해물의 재진입 예측 시점 및 최종 낙하지점을 분석한 결과다. 지난해 7월 '소유즈-4', 이달 초 '창정-3B'의 로켓 잔해가 지구로 떨어지는 상황에서도 추락 시간과 낙하지점을 실제와 거의 근사하게 예측해 세계 수준의 분석 능력을 인정받았다고 한다.

이런 예측을 위해서는 높은 수준의 물리학, 수학 역량이 필요하다고 한다. 우주물체 추락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빠른 시간에 상황을 파악하고 발생 가능한 위험을 예측하는 것이 피해를 최소화하고 국민의 안전을 확보할 수 있는 중요한 열쇠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기초과학 역량이 국민 안전을 지킨 사례라고도 볼 수 있다. 기초과학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알아볼 수 없는 수식과 그래프가 가득한 어려운 연구논문이나 복잡한 실험실 등을 가장 먼저 떠올린다. 그리고 실제 우리 삶에 실용적인 것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우리 삶이 시시각각 변화하는 상황에서 기초과학이 우리 삶에 미치는 영향은 점점 더 커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기초과학은 "매일 변하는 해와 달의 모습, 은하수를 보면서 우주는 무엇으로 돼 있을까? 어떤 모양일까?"와 같이 세상에 관한 인간의 원초적 궁금증에서부터 시작된다. 때문에 기초과학이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아이들이 일상에서 호기심을 갖고 작은 문제라도 스스로 답을 찾는 기쁨을 느낄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 이렇게 성장한 아이들이 과학자가 되고, 과학을 진심으로 즐기며 몰입할 수 있는 환경이 갖춰졌을 때 좋은 성과가 나온다.

국립중앙과학관에서는 기초과학에 대한 아이들의 호기심 유발을 위해 다양한 노력을 하고 있다. 먼저, 대덕특구 내 기초과학분야 정부출연연구기관과 협력해 작년부터 '기초과학체험전(슬기로운 과학생활)'을 온라인으로 개최하고 있다. 작년에는 화학과 생명과학을 주제로 진행했고 올해는 물리학·지구과학을 주제로 두 차례에 걸쳐 진행할 예정이다. 다양한 체험과 국민참여 콘테스트, 실제 과학자와 실시간 질의응답 형식으로 진행되는 '과학자와의 대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과학에 대한 궁금증을 해결해 볼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또한 2018~2020년에는 연차별로 과학기술관 리모델링을 통해 화학·생명과학·지구과학 코너를 조성했다. 주기율표나 생명의기원·DNA·지각변동 등 각 분야에 대한 주요 내용과 활용에 대해 체험해보면서 기초과학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도록 상설전시로 운영하고 있다. 앞으로도 국민들이 기초과학을 더 친숙하게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할 예정이다.

중국은 우주정거장의 모듈 운송 작업이 아직 끝나지 않아 내년 말까지 10여 차례 더 로켓을 발사할 예정이라고 한다. 앞으로도 이번 잔해물 낙하처럼 과거에는 생각하지 않았던 새로운 문제들이 계속해서 생겨날 것이다. 그리고 많은 경우 해답의 실마리는 기초과학에 있을 것이다. 기초과학에 대한 관심과 사랑이 필요한 이유다. 유국희 국립중앙과학관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