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변상벽의 '묘작도'가 던지는 화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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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변상벽의 '묘작도'가 던지는 화두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21-05-13 09:53
  • 수정 2021-05-13 09:59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묘작도
묘작도, 비단에 담채, 93.9×43.0cm, 국립중앙박물관
변상벽(和齋 卞相璧, 1730 ~ 1775)은 조선 영조시대 활동한 도화서 화원이다. 영모(翎毛), 동물, 인물초상을 잘 그렸다. 대표작으로 '묘작도', '계자도', '웅자계장추도', '윤급초상' 등을 꼽는다. 변상벽 작으로 전해지는 그림 중 영모화가 34점인데, 고양이와 닭 그림이 각각 15점과 14점으로 주종을 이룬다. 고양이와 닭 그림에 뛰어났음을 짐작케 한다. 특히 '변고양(卞古羊 또는 卞怪羊)'이라 별명 붙일 정도로 고양이를 잘 그렸다. 초상화 역시 솜씨가 빼어나 당대 국수(國手)로 불렸다 한다.

여느 화가와 다름없이 전하는 기록이 찾기 힘드나, 영조 어진(御眞) 제작에 참여하여 얼굴을 그린 것으로 알려졌다. 그 공으로 현감을 제수 받았다 전한다. 조선왕조실록에도 기사가 하나있다. 영조실록 120권, 영조 49년 1월 22일 임자 1번째 기사이다. 화사(畵師)이었던 변상벽이 어용(御容)을 모사하였던 모양이다. 모사가 끝난 선조(先祖, 여기서는 숙종) 어용 초본을 대신과 제재(諸宰)에게 보이라는 지시다.

감상할 작품은 그의 대표작 '묘작도(猫雀圖)'이다. 참새 여섯 마리와 고양이 두 마리가 오래된 나무에서 어울려 노는 그림이다. 고양이는 고려시대 중국과 교류하며 들어온 것으로 전하며, 조선시대에는 흔히 길렀던 반려동물이었던 모양이다. 일반 가정은 물론 궁궐에서도 길렀던 기록과 설화가 많다.

참새는 우리나라 전역에서 번식하며, 너무나 익숙하고 흔한 텃새이다. 초가집, 기와집 가리지 않고 추녀와 각종 인공 구축물 틈새에 둥지 틀고 번식한다. 한 배에 7 ~ 13개, 일 년에 삼배정도 알을 낳는다. 왕성한 번식력에 농작물에 피해를 입혀 유해조류로 구제(驅除)하기도 한다.



고양이 두 마리의 마주보는 눈길이 따사롭다. 잔가지 위 참새 여섯 마리도 정겹게 한 곳을 바라보고 지저귄다. 고양이는 70세 노인을 뜻한다. 고양이 묘(猫)와 70세 노인을 뜻하는 모(?)의 중국어 발음(M?o)이 같기 때문이라 한다. 참새작(雀)과 까치작(鵲)은 우리 발음이 같다. 까치 역시 우리와 친숙한 새로, 상서로움, 반가운 손님이나 기쁨, 부자나 벼슬, 인연, 보은, 위기극복 등 길조로 상징된다. 여기에서는 기쁨으로 해석하였다. 합해보면 고희를 맞은 노부부에게 여섯 자녀가 축복의 노래를 부르고 있다 하겠다.

나뭇잎과 바닥의 풀은 농묵 몰골법으로 간단하게 처리하였다. 농담의 차이만 주었다. 구도의 중심이 되는 늙은 나무는 강하게, 주제가 되는 새와 고양이는 비교적 섬세하게 묘사하였다. 특히 고양이는 세필로 털을 하나하나 세세히 그렸다. 나무에 오르는 고양이의 긴장감과 바닥에서 올려다보는 고양이의 편안함이 생동감을 더한다. 고양이가 가지고 있는 유연하고 탄력 있는 느낌이 그대로 전해 온다. 조심하라며 응원하는 따뜻한 눈길과 걱정 말라며 안심시키는 자상한 모습이 사랑으로 충만한 노부부 그대로 아닌가. 다복한 가정을 이룬 어른의 고희(古稀) 축하용이다.

인구폭등도 문제지만 감소도 문제 아닐까? 다복했던 대가족 생활이 그리울 때가 있다. 온기가 가득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그림을 길상화라 한다. 조선 후기로 올수록 유행처럼 많이 그려졌다. 사물이 가지고 있는 특성이나 유래, '묘작도'에서 보여주듯 언어유희로 상징되는 내용, 부귀영화, 입신양명, 다산, 행운과 복, 건강과 장수, 평안, 기쁨, 화목 등을 염원하는 그림이다. 십장생을 비롯하여 신선, 용, 호랑이, 소, 매, 닭, 원앙, 기러기, 박쥐, 금붕어, 잉어, 쏘가리, 게, 연꽃, 모란, 석류, 천도, 영지, 선약초, 조롱박, 가지, 수박, 오이, 서책, 문구 등이 그려졌다.

절실함의 차이가 있을 뿐,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상세계를 꿈꾼다. 이상세계까지는 아니더라도 보편성, 상식이 무너지지 않으면 좋겠다. 우리시대의 염원이 무엇이면 좋을까? 내친김에 정조실록 11권, 정조 5년 5월 26일 무진 5번째 기사 하나 더 보자.

"도적을 체포하는 관사(官司)를 설치하여 오로지 규찰하여 살피는 책임을 맡긴 것은 그 법의(法意)가 본래 긴중(緊重)한 것인데도 장신(將臣)이 된 자가 이를 하찮게 여기는가 하면, 포교나 포졸이 된 자들 가운데는 대개 무뢰한들이 많은 탓으로 즙포(?捕)할 수 없을 뿐만이 아니라, 이에 도리어 덮어 감싸주고 있는 것이다. 고양이를 기르는 것은 쥐를 잡기 위한 것인데, 쥐가 있어도 잡지 않는다면, 그런 고양이를 어디에 쓰겠는가? 지금의 포도청은 실로 이와 비슷한 형국이다."

읽다가 오늘날 기사는 아닐까 놀라서 옮겼다. 사법부가 범죄 소굴인 듯하다. 장관, 차관, 총장, 일부 지검장이 수사 받거나 대상이다. 어찌 바로서기를 기대할 수 있으랴.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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