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7년 대통령 선거 직선제 개헌 이후 충청 출신 정치인들의 대권 도전은 끊이지 않았다.
첫 번째 주자는 "충청도가 핫바지냐"는 불세출의 어록을 남긴 고(故) 김종필 전 총리다. 김 전 총리는 1987년 신민주공화당 후보로 노태우-김영삼-김대중 전 대통령 등과 13 대선에서 겨뤘지만 8.06%의 지지를 얻는 데 그쳤다.
'대쪽 총리' 별명을 가진 이회창 전 총리 역시 대선에 도전했다. 북한 황해도에서 태어났지만 부친 고향이 충남 예산으로 충청 주자로 분류됐던 그는 모두 3번을 도전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1997년 15대 대선과 2002년 16대 대선에서 보수 야권인 한나라당 후보로 나왔는 데 각각 38.74%와 46.58%를 얻으며 선전했지만 청와대 주인은 되지 못했다.
2007년 17대 대선에도 이 전 총리는 무소속으로 깃발을 들었지만 15.07%의 저조한 득표에 그쳤다.
3선 충남지사 출신으로 '행정의 달인'이라는 애칭이 있는 심대평 전 지사는 2007년 17대 대선에서 충청 보수 정당인 국민중심당 후보로 나섰지만 중도에 사퇴한 바 있다.
이완구 전 총리와 정운찬 전 총리 역시 실제 출마로는 이어지지 않았지만 충청대망론 주자로 군림하며 지역의 기대를 모은바 있다.
최근에는 안희정 전 충남지사가 최순실 국정농단과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으로 치러진 2017년 조기 대선을 앞두고 민주당 경선에 도전했다.
대연정 제안 등으로 중도 진영으로의 확장을 꾀했던 안 전 지사는 한때 당시 경선 경쟁자인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을 턱밑까지 추격하는 등 선전했다. 하지만, 이른바 '선의' 발언을 기점으로 지지율이 꺾이면서 패했다.
안 전 지사 최종 득표율은 21.5%로 문 대통령(57.0%)에 이어 2위를 기록했다. 3위는 현재 여당 대선 지지율 1위 이재명 경기지사였다. 당시 성남시장이었던 이 지사의 최종 득표율은 21.2%였다.
안 전 지사는 경선 선전을 바탕으로 2022년 대선 유력 후보로 부상하는 듯 했지만 2018년 초 미투 파문에 연루돼 사실상 정치권에서 낙마했다.
이후 한동안 여야를 막론하고 충청대망론 주자 기근 현상에 시달려 왔는데 양 지시가 이 공백기를 깨고 바통을 이어받은 것이다.
이와 함께 심대평-이완구-안희정-양승조로 이어지는 '충남지사=대권주자' 전통적인 공식도 이어가게 됐다.
양 지사 대권 도전에 대해 지역 여론은 두 쪽으로 갈리고 있다.
일각에선 충남 도정 공백이 우려된다고 힐난한다. 국민의힘 충남도당은 성명을 내고 "양 지사의 대권놀음에 도민만 멍든다"이라면서 일부 여론조사를 근거로 "충남 문제도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는 양 지사가 대한민국 양극화, 저출산, 고령화 문제를 제일 잘 해결할 수 있다고 하니 웃을 일"이라고 쏘아부쳤다.
다른 의견도 있다. 이미 지역 광역, 기초의원과 교수, 체육인 등이 잇따라 양 지사 출마를 촉구한 바 있으며 4년 전 안희정 전 지사가 경선에서 선전한 이후 중앙무대에서 충남도의 위상이 커진 점을 들어 이번에도 '양승조 효과'를 기대하는 분위기도 역력하다. 이같은 주장을 하는 쪽은 '도정공백'보다는 지역에서 대권 주자를 배출하지 못하는 '도전 공백'이 더 뼈아플 것이라고 분석한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