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발 주자로 녹록치 않은 상황임은 분명하지만 양 지사 주무기인 복지와 균형발전 분야의 이슈 선점이 먹혀든다면 이변의 주인공이 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은 경선 연기론을 둘러싼 백가쟁명이 한창이다. 당헌 당규대로라면 9월에 후보를 뽑아야 하지만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 이 때문에 당내 대선 주자를 1차 컷오프를 하고 본경선을 실시할지 아니면 본 경선에 바로 돌입할는지도 정해지지 않았다.
정치권 안팎에선 당내 후보가 6명 이내일 경우 컷오프 없이 바로 본 경선에 돌입할 것이라는 관측이 많다.
현재로선 양 지사와 얼마 전 출마 선언을 한 박용진 의원(강북을), 이재명 지사, 이낙연, 정세균 전 총리, 이광재 의원(원주갑) 등 출전이 확실해 보인다. 추미애 전 장관과 임종석 전 의원, 유시민 노무현재단이사장 등도 경선링에 뛰어들 가능성이 열려 있다.
여당에서 공식 대권도전 선언을 하기는 양 지사가 두 번째다. 하지만 다른 주자의 경우 장기간 유력 잠룡 수식어를 달고 다닌 것을 감안할 때 양 지사가 출발선에서 앞서 있다고 볼 순 없다.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양 지사는 후보군으로 올라있지 않은데 다 충청권 밖으로 시선을 돌리면 인지도가 그리 높지는 않은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양 지사가 민주당 경선에서 파란을 일으킬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본격 경선링이 열리면 지금까지와는 다른 잣대와 관심으로 양 지사 면면에 대한 국민 평가가 시작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내로남불과 인국공 사태에서 드러난 청년 일자리 불공정 등 4·7 재보선에서 참패 원인에 대한 진단과 처방전을 내놓는다면 양 지사가 치고 올라갈 수 있다는 것이다.
사진 왼쪽부터 이정문 강준현 박완주 이낙연 의원 양승조 지사 문진석 우원식 김종민 정필모 홍성국 어기구 의원 |
경선 슬로건을 '내가 행복한 대한민국'으로 정한 것도 복지 분야의 공세적 이슈선점으로 1강 다중(多中) 구도로 고착화 된 당내 경선판도를 흔들겠다는 전략이 깔린 것으로 보인다.
균형발전 분야도 양 지사가 경선링을 주도할 수 있는 히든카드다. 양 지사는 이날 출마선언에서 국회, 청와대 이전을 통한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을 약속했다. 2004년 헌재 위헌 판결로 대부분 여당 주자들이 세종의사당과 청와대 제2집무실 설치 등 다소 위축된 공약을 내놓을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공격적인 배팅으로 컨벤션 효과를 가져간 것이다.
물론 경선 돌파를 위한 과제도 산적해 있다. 무엇보다 양 지사의 안방이나 다름없는 충청권에서의 탄탄한 지지를 동력으로 수도권과 영호남으로의 세력 확장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선 '양의 남자'라 불리는 문진석(천안갑), 이정문(천안병) 의원 외에 원내 우군 확보가 반드시 뒤따라야 한다는 지적이다.
출마선언장에 이낙연(서울종로), 우원식(서울노원을) 의원과 충남 당진 출신 정필모 의원(비례)을 빼면 모두 충청 지역구 의원 일색이었다는 점은 양 지사에게 뼈아픈 대목으로 향후 보완과제로 지적된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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