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톡] 대전을 지켜온 정은혜 교수의 대전 십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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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톡] 대전을 지켜온 정은혜 교수의 대전 십무

김용복/ 예술 평론가

  • 승인 2021-05-12 10:08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세월이 흘러도 정은혜 교수의 대전십무는 공연할 때마다 새롭고 아름다웠다. 마치 대전의 미희(美姬)들을 선발하여 무희(舞姬)로 변신시킨 모습 같았다.

지난 5월 9일 오후 2시. 대전시립 연정국악원 큰마당에선 충남대학교 무용학과 정은혜 교수가 이끄는 (사)정은혜민족무용단이 '2021 대전십무(大田十舞)' 공연을 선보였다.

대전십무(大田十舞)는 우리 고장의 풍습과 설화, 인물과 환경의 풍광 속에서 얻은 소재를 바탕으로, 대전의 뿌리부터 미래까지를 최상급 춤 예술로 형상화한 열 개의 작품이다.

대전의 10가지 키워드를 가지고 정은혜 교수의 안목으로 대전의 정체성을 함축적으로 담아낸 작품들이었다.



한 마디로 무용은 눈으로 보고 가슴으로 느끼게 하는 예술이다. 가슴으로 느끼되 감동이 플러스 돼야 한다. 정은혜 교수는 관중들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었다. 젊고 예쁜 무희들로 하여금 절도있는 손동작과 몸놀림을 하게 하고 거기에 사뿐거림으로 감탄을 자아내게 했던 것이다.

◆첫 무대로 선보인 본향(本鄕)

대전 뿌리공원에는 족보 박물관이 있고, 각 문중을 상징하는 비석들이 서 있다. 태초의 빛인 단군의 후손들의 역사가 있는 곳이 대전인 것이다 그래서 첫 무대를 本鄕으로 잡았던 것이다.

◆두 번째 무대 계족산 판타지

홍익인간의 이념은 널리 세상을 이롭게 하는 것이다. 이번에 공연된 계족산 판타지는 산하를 기름지게 하며 그 정기를 이어받은 성스러운 계족산에서 남녀의 사랑이 이뤄지는데 청주시립무용단 수석 단원인 박정한씨가 특별출연하여 주목을 받았다.

가 보시라. 이곳 계족산을. '맥키스 컴퍼니'의 조웅래 회장이 매년 10억씩을 출연하여 조성한 황톳길이 있고, 감성이 풍부한 미모의 여가수 정진옥의 아름다운 모습도 볼 수 있는 것이다.

◆세 번째 무대 갑천(甲川), 그리움

우리나라는 중국이나 일본으로하여금 수많은 침략을 당해 왔다. 남정네들은 전장터로 나가 수많은 목숨을 잃었고 그로 인해 갑천은 피바다가 되었다. 그 서린 한을 아름다운 여인네가 풀어주는 것이다. 잊어서는 안 될 중국의 침략과 일본의 침략, 아아 어찌 우리 이날을 잊을 수 있겠는가? 그 한(恨)을 미녀들이 날렵한 몸동작으로 풀어 주고 있는 것이다. 무대로 뛰어올라 이들과 한창 한풀이를 하고 싶은 충동이 일었다.

◆네 번째 무대 호연재(浩然齎)를 그리다

조선 여류시인인 호연재. 김호연재는 허난설헌에 비견되는 몇 안되는 여류시인으로, ?대전 동구 동춘당에 (보물209호) 아직도 후손이 살고 있는 역사적 인물이다. 호연재는 조선 후기의 여성 시인으로, 여성의 시적 재능을 키울 수 있는 문학적 환경을 제공하였던 친정이 있었기에 오늘날 문인들의 입에 오르내리고 있는 것이다. 그런 그를 정은혜 교수가 지나칠 리 없었던 것이다.

육체를 이용한 몸부림이 춤이 될 줄이야 상상이나 했겠으랴!

고개를 까딱거려 어깨를 들썩이게 하고, 엎드려 몸부림치며 울부짖는 춤을 선보여 여인네의 한을 승화시켰던 것이다. 아, 정은혜여, 평생 춤으로 세월을 보내는 정은혜 교수여! 그 이름 영원하여라.

◆다섯 번째 대바라춤

'바라'라는 것은 불교의 악기로 심벌즈와 비슷하게 생긴 놋쇠로 만든 큰 악기이다.

바라춤이란 승려들이 추는 춤인 승무의 일종으로 부처님께 재(齋)를 올릴 때 천수다라니경을 외며 바라를 치면서 추는 춤이다. 불교적 승화를 얻고자 하는 마음에 계속해서 세속적 번뇌를 느끼는 괴로움을 다양한 비유적 표현과 대립되는 시어를 통해 표현하고 있는 것이 바라춤인 것이다.

배경으로 두드리는 대북 소리도 특이하다.

'덩 덩 덩덕쿵, 덩덩 덩덕쿵'으로 이어지다가 '쿵덕덕 쿵덕덕 쿵덕쿵'으로 이어지는 음의 변조야말로 정은혜 예술감독만의 특이한 안목인 것이다. 아마도 산 자를 위로할 때는 '덩덩 덩덕쿵, 덩덩 덩덕쿵'으로 위로 하다가, 죽은 자를 위로 할 때는 '쿵 덩덕 쿵 덩덕 쿵 덕쿵'으로 위로하기 위해서였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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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밭규수춤
◆여섯 번째 한밭 규수춤

대전의 미녀들을 모아놓고 선발해서 뽑은 미희들일 것이다. 무대가 화려해서 좋았고, 사뿐거림이 젊고 아름다워서 황홀하였다. 만약 세계적인 미녀 오드리햅번에게 한복을 입혀 무대에 올렸더라도 이들보다 더 아름답진 못했으리라.

아아, 서러울 정도로 아름다운 대전의 무희들이여! 영원히 아름다워라.

◆일곱 번째 대전 양반춤

대전은 충청도요 충청도하면 양반의 도시로 이름 나 있다. 양반들이 무대에 올라 춤을 춘다?

거기에 한 여인을 사이에 두고 서로 유혹하기 위해서 춤으로 아양을 떠는 모습의 춤인 것이다. 다행히도 캬바레 춤이 아닌 젊잔을 빼는 양반들의 춤을 췄기에 그나마 비난을 받지 않았던 것이다.

그런데 여인네는 하나. 독점을 못한 남정네들은 평생을 홀아비로 살아가야 하는 신세가 되었을 것이다. 그래서 말이다. 선비들이여, 과거시험에 몰두하지 말고 한량(閑良)으로 살기 바란다. 그래야 홀아비 신세를 면하지 않겠는가?

◆여덟 번째 취금헌무

취금헌은 박팽년의 호다. 박팽년은 사육신의 한 사람으로 본관이 순천이요, 자는 인수(仁?)다. 1434년(세종 16) 알성문과에 을과로 급제, 성삼문(成三問)과 함께 집현전(集賢殿) 학사로서 여러 가지 편찬사업에 종사하여 세종의 총애를 받았다. 1455년(세조1) 세조가 즉위하자 충청도관찰사, 형조참판을 지냈고 성삼문·하위지(河緯地)·이개(李塏)·유성원(柳誠源)·유응부(兪應孚)· 김질(金綢) 등과 함께 단종복위를 도모하다가 붙잡혀 죽었다. 그가 남긴 시조를 보자.

까마귀가 눈비를 맞아 희는듯 검노매라.

밤에 밝게 빛나는 달이 밤이 된들 어둡겠느냐

임 향한 일편단심이 변할 리가 있겠느냐

그이 한을 표현 한 것이 '취금헌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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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성학춤
◆아홉 번째 이야기 유성학춤

정은혜 교수는 백제 말기에 학이 온천수로 다친 날개를 치료하는 것을 보고 전쟁에서 다친 아들을 유성온천수로 치료했다는 전설상의 이야기를 이미 알고 있었을 것이다. 그래서 온천물로 생명을 구한 학이 용왕님을 즐겁게 해드리기 위해 500여 년 전부터 내려오는 전설을 이처럼 재현시키고 있는 것이다. '학춤'하면 정은혜 교수를 꼽는 이유가 무엇이겠는가? 정은혜교수는 우리 민족의 고고한 품격을 학춤을 통해 보여주면서 대전시민들의 희망과 꿈을 기원하고, 불로장생을 소망하며 화목하게 살아가는 소망을 이 학춤에 담았던 것이다. 그래서 유성학춤하면 정은혜교수인 것이다. 특이할만 것은 이번 학춤엔 그의 수제자 이금용 무용수가 출연해 훌륭한 모습을 선보였다는 점이다.

바람이 있다면 정은혜 교수의 이 '유성학춤'이 대전의 무형 문화재로 지정되어 이금용이 이어 받아 영원히 전수되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관계자들은 머리를 맞대보기 바란다. 대전을 대표하는 뭔가가 있어야 하지 않겠는가?

◆열 번째 이야기 한밭북춤

대전은 젊어지고 있다. 대전을 이끄는 목민관들이 그렇고, 계룡건설 대표, '이제우린' 대표, '이엘치과'의 대표들이 모두 젊다. 그리고 젊은 인재들을 기용해 일자리를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보라, 그들의 기업 운영방식을.

그 젊어지고 있는 모습을 '한밭북춤'이라는 주제로 엮었던 것이다. 과학도시 대전의 이미지를 북 놀음과 현대춤으로 융합시킨 흥겨운 판타지 '타고(打鼓)퍼포먼스' 이다. 젊은 과학자들로 하여금 북채를 들게 하여 그것을 춤동작으로 엮어내게 한 정은혜 교수와 무용단 40여 명, 이들의 춤사위에는 맛과 멋이 융해되어 대전시민들에게 해마다 선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북소리도 여느 때보다도 힘찼던 것이다.

이번에 선보인 대전십무는 한 단계 진화된 작품으로 정은혜 교수만이 연출해 낼 수 있는 문화콘텐츠를 연결해서 대전에 대한 사랑과 열정을 예술적 집념으로 승화시킨 작품이다.

그동안 '대통령상'과 '최우수예술가상'에 빛나는 정 교수는 그동안 지속해서 대전시립무용단 예술감독 시절 완성한 '대전십무(大田十舞)' 공연을 이어오고 있는 것이다.

언제나 새롭게 변신하는 정은혜 교수여!

대전의 문화 발전을 위해 최선을 다해 달라.

김용복
김용복 / 예술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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