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제 기자 |
영화 범죄와의 전쟁에서 '대부'가 '행배'에게 나이트클럽 운영권을 힘으로 가져오자는 말에 건달 사이에도 룰이 있다며 남긴 명대사다.
줄거리는 이렇다. 조직폭력배 두목인 김판호가 관리하는 나이트클럽의 운영권을 빼앗기 위해 최익현은 의도적으로 클럽에 찾아가 행패를 부리다 몰매를 맞고 쫓겨난다.
이에 또 다른 조직의 두목인 최형배가 자신이 대부로 모시는 최익현이 망신을 당하고 돌아왔다는 이유로 김판호의 나이트클럽을 힘으로 장악하게 만들기 위함이었다.
최형배는 나이트클럽 운영권을 가져오고 싶었지만, 암묵적 룰을 깨기 위한 명분이 필요했던 것이다.
양승조 충남지사가 제20대 대통령 선거 더불어민주당 예비경선 출마 선언을 한다. '충청대망론'을 내세우며 충청권의 유일한 대권 도전 주자라고 정통성을 내세우고 있다.
충남에서는 이미 여러 기관과 단체가 양 지사의 대권 출마를 공식적으로 지지 선언하면서 힘을 실어주고 있다.
하지만 대전 정치권에서는 조금 다른 듯 보인다. 먼저 대전의 현역 국회의원 7명 중에선 양승조 지사를 공식적으로 지지하거나 캠프로 합류할 이는 없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실제 지난 주말인 8일 양 지사는 세종에서의 일정을 마치고 비공식적으로 대전을 찾았다. 모 국회의원실을 찾아 힘을 실어달라고 요청했지만, 해당 국회의원은 뒤에서 돕기는 하겠지만, 공식 지지 선언과 캠프 합류는 어렵다는 뜻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렇다면 대전의 정치인들이 양승조 지사를 '충청대망론'의 적자로 인정을 못 하는 것일까? 정치적 리더십이 없다고 판단해서 지지하지 않는 것인가? 그보다 아마 자신들과 사전에 교감을 나눴던 대선 후보자들이 있고 또 신중한 줄타기를 하기 위해서일 것이다.
충청권의 열망이 담겨있는 '충청대망론'. 충청도에서 대통령이 나오길 바라는 마음은 충청도 사람 모두가 가지고 있다. 하지만 지역 정치인들에겐 그동안의 정치적 파트너를 저버리고 충청도에서 나온 후보란 이유로 양 지사를 지지하기엔 현실적 어려움도 크다.
결국은 양승조 지사가 명분을 만들어줘야 한다.
삼고초려도 하고 경선 과정에서 최소한의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대전과 충청권 정치력과 여론을 모으기 위해 그리고 지역 정치인들이 '열일'할 수 있도록 명분을 줘야 한다.
이전 '충청대망론' 주자들과는 다르게 양승조 지사는 충청권을 중심으로 내연 강화를 더 꾀하는 전략으로 경선 무대에 대비할 것으로 보이는데 충분히 가능하다.
착한 충청도 사람들은 지지하고 응원할 수 있는 더 확실한 명분이 필요하다.
이현제 기자 guswp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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