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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경동 연출가 |
요즘 나는 6월에 올라갈 공연에 참가하는 친구들과 같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우리의 공연은 꿈을 가진 인간의 무모한 열정을 무대에 표현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대부분 20대 후반에서 30대 초반의 지역 청년 예술인들이다. 4년을 전공하고 이 길을 선택한 친구도 있고, 20대 초반부터 이 길을 나선 친구도 있다.
난 연극을 시작한 후 더 잘해보고 싶은 마음과 더 세밀하게 알고 싶은 생각에 공부를 시작했다. 20대의 친구들과 전공을 바꿔 학과를 다니며 공연예술을 시작하는 친구들을 만났고 다시금 석사라는 과정으로 20, 30대 친구들을 만났다. 스태프부터 무대를 청소하고 소품을 만들고 또 무대를 만들고 조명을 그리면서 공연과 공부라는 과정을 버티면서 만나게 된 젊은 예술인들. 그 친구들의 꿈과 열정은 또 다른 나를 만나게 되는 과정이었다. 그들이 꿈꾸는 꿈은 나와 다르지 않았으며 그들이 느끼는 불안감도 나와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만나게 된 친구들은 종종 다른 길을 선택하며 진로를 바꾼다. 대부분 현실이라는 세상에 부딪히며 미래를 생각하는 이유에서다. 20대 때부터 공연을 하지만 5년, 6년, 10년을 하다 다른 직업을 찾는다. 4년을 전공하고 졸업해서 자신의 분야를 살리지 못하고 다른 직업으로 간다. 청년예술인들이 왜 정착하지 못할까? 그건 경력에 맞는 보상이 적기 때문에 버티지 못한 것일 수 있다. 처음 회사에 입사하면 월급을 받는다. 아르바이트를 해도 기본 시급이라는 것이 있다. 우리에게 기본 시급은 없다. 몇 달을 한 공연에 매진해도 기본 시급과는 무관한 보수로 아르바이트를 병행해야 되고 부모님의 잔소리를 뒤로 한 채 집을 나서야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기에서 공연을 하는 젊은 예술인들이 있다. '왜 연극을 하세요?' '너는 이게 왜 좋아?' 종종 듣는 질문이고 종종 묻곤 하는 질문이다. 나와 공연 연습 중이던 한 친구에게 어느 날 물어보았다. 그 친구의 대답은 우리 모두의, 그리고 나의 대답과도 다르지 않다고 생각한다.
"막연하게 연기하고 싶었던 철없던 시절에 극단에 들어가고 저는 제 막연함이 구체적으로 변한 계기를 맞이했습니다. 무대 뒤에서 모든 캐릭터를 창조해내는 작가들, 연출들, 스태프들 모두가 멋있어 보였어요. 예술적 창조물을 만들고, 그것을 만드는 과정 속에서 누구는 음악을 만들고, 누구는 글을 쓰고, 누구는 그림을 그리고, 누구는 행위를 하고, 그 한 사람 한 사람들이 좋은 예술을 만들어 내기 위해 박 터지게 고민하고 싸우고 결국 어떠한 결과물을 만들어 냈을 때, 그 카타르시스? 어떤 누군가에게 '너는 이게 왜 좋아?' 라고 물어봤을 때 과연 제대로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하다못해 돈이라도 많이 벌어야 될 텐데요. 결국...
욕구, 욕망 같은 거 아닐까요. 인간 본연이 가지고 있는 자신의 존재가치에 대하여. '나'라는 가치. 이것이 구체적인 계기가 되었고 제가 연기를 할 수 있는 꿈인 거 같아요."
지역 청년 예술인들이 자신의 꿈을 포기하지 않고 정착하길 바란다. 꿈과 현실의 갈림길에서 당장의 수익이 없고 어디에 소속되지 못하고 작업을 할 수 있는 마땅한 공간과 여건을 마련하지 못하는 현실이다. 예술가로 걸어가는 그 발걸음에 다양한 체계가 구축되고 이들에게 맞는 지원과 사업이 늘어나 이들의 걸음걸이에 힘을 실어주고 속도를 낼 수 있게 해주었으면 좋겠다. 예술의 다양함과 실험을 미래에 젊은 예술인들이 표현하고 만들 수 있게 말이다.
그리고 나라는 가치가 무대에서 꽃피울 수 있게 말이다.
땀 냄새가 진동하는 연습실로 간다. 친구들과 작품을 하고 나에게 같이 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준 그들에게 향하는 나의 발걸음이 행복하다. 서로의 가치를 나누고 서로의 꿈을 꿀 수 있기를 소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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