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다이어트를 시도했었다. 고등학교 때부터 괴롭혔던 허리디스크와 틀어진 골반은 시도때도 없이 쑤셨고 저림을 동반했다. 굶어도 봤고, 다이어트 보조식품도 먹어봤다. 물론 대참패였다. 굶는 다이어트로 살은 빠졌다. 물론 머리카락도 같이 빠졌다. 영양분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점점 심해지는 허리디스크와 골반 신경통은 병원으로 이끌었다. 의사는 말했다. "허리에 가해지는 하중을 줄여야 해요". 여태껏 어떤 다이어트로도 허리통증에서 벗어난 적이 없었던 터라 막막함이 먼저였다.
그러다 문득 뼈를 때리는 기사를 접했다. 한국 여성 3명 중 1명은 과체중임에도 자신의 몸매에 대해 관대하다는 점, 무게가 많이 나가는 여성은 유방암이 발생했을 때 중증도가 높고 치료 후에도 재발 우려가 크다는 내용이었다. 친한 친구가 어머니가 유방암 선고를 받았다고 울며 전화했을 때가 떠올랐다. 조금 있으면 굴러도 될 법했던 몸에 털이 곤두섰다.
지인의 추천으로 찾은 다이어트 병원. 적어도 다이어트로 병원을 찾는 일은 없을 줄 알았는데 결국 오고 말았다. 진단은 간단했다. 약은 보조, 식습관을 고쳐야 했다. '하얀 악마' 당이 차곡차곡 쌓아놓은 내장지방을 파괴하는 것이 급선무였다. 지옥의 시작이었다. 밥은 절식, 하루에 물 2ℓ는 꼭 마실 것, 하루 8000~1만 보 걷기, 단백질 챙겨 먹기, 근력과 유산소 운동 병행부터 마의 당 줄이기까지. 매번 끼니를 챙길 때 당과의 싸움을 먼저 생각했고 즐겨 마셨던 스무디, 에이드에 들어가는 설탕량을 되새기며 악을 쓰고 외면했다. 이러다 되레 당 부족으로 쓰러지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무렵 느껴졌다. 허리통증이 마법같이 사라진 것을. '아이고 허리야'를 입에 달고 살았던 10년의 그 날이 까마득해졌다. 물론 아직도 '하얀 악마'와 전쟁 중이다.
유혹은 시도때도 없이 나를 괴롭힌다. 하지만 100세 시대를 넘어 110세 시대라고 하는데 볼 것도 먹을 것도 보이지 않을 만큼 기다리고 있지 않은가. 적어도 다 누리고 떠나야 하지 않겠는가.누구나 그렇듯 365일 24시간 하루하루가 다이어트 중일 테지. 혹자는 말한다. 스트레스 아니냐고. 적어도 10년간 허리로 고생했던 내겐 그쪽이 더 지옥임이 당연했다. 단언컨대 하얀 악마와의 전쟁은 무해백익(無害百益) 하다고 말하고 싶다.
박솔이 편집2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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