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
탄소 중립을 선언한 나라들은 각기 다른 내부 상황이야 있겠지만, 기후 정책이 단지 그것으로만 그치는 것이 아니고, 세계 경제와 외교, 통상 등 다양한 분야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 부상해 영향력이 크다고 판단하고 있어야 한다.
우리나라도 지난해 10월 문재인 대통령이 국회 시정 연설에서 주요 정책으로 탄소 중립을 언급하고, 12월에 탄소 중립 비전을 선언하며, 대통령 직속 탄소 중립위원회 출범을 준비하고 있다. 대통령의 탄소 중립 선언 이후 한정애 환경부 장관이 '지구의 날 기념 2050 탄소 중립실천선언식'(지난 4월 22일이 지구의 날)을 주최했고, 산업부도 탄소 저감기술을 위한 R&D투자 전략을 제시하는 기업간담회를 개최하고, 국내 기업들의 RE(Renewable Energy)100 캠페인(기업이 사용하는 전력 100%를 재생에너지로 충당)에 동참을 독려하고 있다.
지난 4월 26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장관 최기영)에서도 '2050 탄소 중립 실현을 위한 연구기관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고, 기후변화 기술개발촉진법이 새로 제정돼 관련 기술개발을 안정적이고 체계적으로 지원할 수 있는 근거를 마련했다고 발표했다.
이번 비전 선포식에서는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 김종남 원장이 비전을 발표하고, 한국전자통신연구원, 한국지질자원, 국립생태원, 기초과학연구원, 녹색기술센터, 서울특별시 보건환경연구원, 포항산업과학연구원, 한국건설기술연구원, 한국과학기술연구원, 한국기계연구원, 한국기초과학지원연구원 등 18개 기관의 기관장이 참석했다. 과기부는 작년 대통령의 2050 탄소 중립 선언 이후 관련 연구기관장들이 한자리에서 뜻을 모은 것은 처음이라고 밝히며, 연구기관에 혁신기술을 요청하고 이와 관련된 예산, 법령 등의 지원을 약속했다.
우리나라 전체 에너지원의 30% 가까이 원전이 맡고 있다. 재생에너지의 비중은 채 10%가 안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원자력 발전이 에너지 생산과정에서 직접 이산화탄소를 배출하지 않아, 탄소 중립에 도움이 되는 에너지원이라는 측과 기후변화의 위기를 원전이라는 또 다른 위협으로 막는 미봉책으로 막아 체르노빌, 후쿠시마 참사의 불완전성 외에도 대규모 중앙형 전력망으로는 탄소 중립에 방해된다는 논리가 맞서고 있는 것은 비단 근년만의 일은 아니다.
앞서 언급한 탄소 중립 연구기관 비전 선포식에는 원자력 관련 연구 기관은 불참했던 것으로 보인다. 탄소 중립과 원자력기술에 대한 관련성이 부인되는 듯하다. 국가의 에너지 정책이 이분법적일 수 없는 것은 에너지의 안정적 확보와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재생 에너지의 적절한 균형 감각이 요구되기 때문일 것이다. 탄소 중립이나 원전에 대한 국가적 요구와 이에 대한 사회적 논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문재인 대통령의 취임 4주년 기자회견에는 아무런 질문 답변이 없었다. 코로나에 대한 의지 및 당부, 부동산 정책에 대한 반성 및 각오, 검찰개혁과 같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대한 조심스러움이 보일 뿐이다.
필자도 게으른 공부 중이나, '중용(中庸)'이라는 책이 있다. '중용을 지킨다'는 말도 있다. 어느 한쪽으로 치우침이 없는 것을 일컫는 것으로 이해한다. 그런데 중용에서 용(庸)은 사전에서 찾아보면 중용이라는 단어 외에는 용렬(庸劣, 못 생기고 재주가 남만 못하고 어리석음), 용유(庸儒, 평범한 유생, 학자), 용인(庸人, 평범한 사람) 등으로 쓰여 평균 혹은 그 이하의 경우를 지칭하는 의미가 있는 한자이다. 치우침을 경계했던 옛 현인들의 덕목은 조금은 모자란다 하더라도 균형감을 가지라는 뜻이었을까?/ 김성수 충남대 에너지과학기술대학원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