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를 가만히 보고 있노라니 짧던 길던, 인연의 끝자락에 마주했던 많은 뒷모습이 스친다.
사람의 얼굴모습이 다 다르듯 뒷모습 또한 다양한 표정을 담고 있다. 하다못해 도로에서 거칠게 끼어드는 앞차의 뒤태에서도 무례한 운전자의 모습이 느껴지기도 한다. 비록 그 모습이 주관적일지라도 말이다.
우리는 인생의 항로에서 수많은 인연을 만난다. 그들과 짧은 만남 끝에 헤어지기도 하지만 수년, 수십년 함께 노를 저으며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기도 한다. 같은 목표를 향해 항해하는 와중에는 부지불식간 중도하차 하는 사람 또한 생긴다. 남겨진 자의 서운함과 쓸쓸함은 떠나는 자에게 아무런 힘이 없다. 그가 남기고 간 자리엔 또 다른 이가 인연이라는 이름으로 자리 잡는다.
한 직장에 오래 몸담은 나 역시 많은 선후배와 동기들과 떠나보냈다. 이젠 익숙해질 만도 한 작별이건만 매번 좀처럼 쉽지 않다. 남겨지는 자에게는 그들과 함께한 시간도 시간이지만 뒷모습 또한 잔상을 남긴다. 어떤 이는 다음 사람을 위해 키보드 패드까지 깨끗이 닦아 놓고 떠났지만, 어떤 이는 상사에게 문자메시지 하나 달랑 남긴 채 연락 두절되기도 했다. 출근해보니 인사도 없이 연기처럼 사라진 이도 있다.
이별에도 시간이 필요하듯 자신에게나 남겨질 이들에게나 '정리'는 꼭 필요하다. 준비 없는 이별은 매듭짓지 못한 무엇처럼 허탈감마저 불러온다. 믿고 의지하던 이의 실망스러운 뒷모습을 볼 때면 함께 해온 추억마저 무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어쩌면 우리는 헤어짐 뒤 '무엇을 남기고 떠났는지'가 실질적 존재로서의 그 사람보다 더 오래 기억될 수도 있다. 그런 의미에서 뒷모습은 앞모습만큼이나 중요하다. 오죽하면 화장실에서 조차도 '아름다운 사람은 머문 자리도 아름답다'고 강조 하겠는가.
나도 언젠지 모를 미래, 나의 일을 마감할 때가 되면 하던 일을 정성껏 마무리 해 '유종의 미'를 거둬야겠다는 각오를 한다. 어쩌면 중요한건 일처리의 완성도 보다 이별을 대하는 자세다. 단순히 일을 매개로 한 만남일지라도 동료들과의 관계가 더욱 깊게 연결되어있기 때문이다. 혹여나 헤어짐의 과정이 아름답지 못할지라도, 시간을 두며 정리하고 깨끗이 쓸고 닦을 것이다. 그렇게 나는 편안한 이별을 하고 싶다. 담담한 뒷모습을 보이고 싶다.
이은지 편집2국 차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