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
지금도 마천루의 아이콘인 엠파이어스테이트를 방문하는 것은 뉴욕 관광객에게 필수코스다. 코로나 대유행 전에는 매년 400만 명이 이곳 엠파이어스테이트를 방문했으니 독립 건물로는 최대치가 아닐까. 86층 전망대에서 날씨가 좋은 날이면 미국 5개 주를 볼 수 있다나.
1920년대 후반부터 뉴욕에서는 가장 높은 건물을 둘러싸고 경쟁하기도 했다. 가장 유명한 줄다리기는 비대칭보다는 대칭을, 곡선보다는 직선을 지향하는 아르데코의 진주인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과 크라이슬러 빌딩 간에 있었다. 월터 크라이슬러는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높이가 304.8 미터가 된다는 소식을 듣고 건물에 첨탑을 추가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도 이에 질세라 16층짜리 안테나로 그에 대응했다.
102층에 이르는 세계 최초의 건물 공사가 시작된 때는 1930년 3월 17일이었다.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의 건설은 강철 프레임 덕분에 현대 건축의 기적이라고들 한다. 위험한 고도에서 일하던 건설 노동자들이 매주 4층 반 정도를 완공하며 14개월 후인 1931년 5월 1일에 완공하여 개장했으니 현대 공학의 세계적인 기적이라고 하기에 충분하다.
1932년까지 방문객들은 망원경으로 뉴욕의 360도 전경을 보기 위해 10센트를 지불했다. 6개월 만에 3,000달러 이상이 모였다고 한다. 그러나 현재는 86층 전망대 입장료가 성인 1인당 38달러, 102층 입장료는 58달러나 된다니 격세지감이 든다.
안테나 포함 443m 높이의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은 1972년 세계무역센터가 완공되기 전까지 세계에서 가장 높은 마천루였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미국에서 9번째로 높은 건물이고, 세계에서 49번째로 높은 독립 건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건축가 윌리엄 램(William F. Lamb)이 디자인한 우아한 건물은 건축사의 아이콘으로 여겨진다.
뉴욕의 상징 엠파이어스테이트는 낭만의 상징이기도 했다. 영화 <Sleepless in Seattle>(1993)에서는 주인공이 사랑을 이루는 로맨틱한 장소로, 1932년부터 수차례 리메이크된 <Love Affair>(1994)에서는 사랑에 빠진 남녀가 3개월 후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로 등장한다.
그러나 가장 유명한 영화 출연은 <King Kong>이 아닐까. 1933년판은 거대한 원숭이가 죽기 전에 이 빌딩 꼭대기에서 비행기들과 싸우는 장면에서, 1993년판은 킹콩이 빌딩 최상층의 안테나를 붙잡고 싸우는 장면에서 등장한다. 1978년부터는 세계적인 '런업(Run-Up)' 대회도 이 빌딩에서 열린다. 방문객들은 엘리베이터를 타면 단 1분 만에 86층까지 올라갈 수 있지만, 주자는 1,576개의 계단을 걸어서 올라간다. 호주인 폴 크레이크(Paul Crake)는 9분 33초의 기록을 세웠고, 독일인 토마스 돌트(Thomas Dold)는 7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2021년 1월 19일에는 코로나19 대유행의 희생자를 추모하며 이 빌딩이 핏빛 조명으로 채색되었다.
대전의 랜드마크로 부상할 사이언스 콤플렉스도 뻔한 쇼핑과 호텔의 기능을 넘어, 대전 시민들의 탄성을 자아내기에 충분한, 온 가족이 과학과 문화와 여가를 한껏 누릴 수 있는 한국형 엠파이어스테이트 빌딩으로 탄생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이성만 배재대 항공운항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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