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재진 대전시 자치분권국장 |
하지만 '혼밥', '혼술'같이 집 안에서 무언가를 혼자 하는 일이 유행하면서 덩달아 어려운 분들이 많아졌다. 저녁이면 사람들로 가득 찼던 식당들은 '임대문의'라는 안내문만 붙여진 채 몇 달째 텅 비어있고, 그나마 불이 켜진 곳은 주인 부부만 걱정스레 TV에서 전해지는 뉴스에 시선을 고정한다.
또 다른 어려움에 처한 분들도 있다. 코로나19가 기약 없이 이어지면서 지난해와 비교해 복지급여와 실업급여 신청률이 크게 증가했다고 한다. '폐업'이라는 단어가 익숙해지는 만큼 일자리는 줄어들고, 서로 먹고살기 팍팍해 지면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전달되던 따뜻한 손길도 기대하기가 어렵게 됐다. 말 그대로 설상가상인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서 공공기관이나 코로나19의 영향에서 상대적으로 버틸 만한 힘이 있는 큰 기업들이 어려운 이웃들을 위해 나서는 경우가 늘고 있다.
대전시도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지사, 지역 기업·기관들과 함께 어려운 소상공인과 소외계층을 지원하는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대한적십자사 대전세종지사의 아이디어로 시작한 '1004가 전달하는 든든한끼 도시락 릴레이 캠페인'이 그것이다. 지역 내 기업과 기관으로부터 후원을 받아 소상공인을 통해 도시락을 만들고, 이를 취약계층에게 전달하면서 생사기로에 선 소상공인도 살리고, 어려운 이웃들도 지원하는 일석이조의 효과를 얻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전시는 지역 내 기업, 기관과 협의해 사업 참여를 유도하고, 적십자사는 운영이 어려운 소상공인을 찾아 도시락을 제작한 후 봉사자들을 통해 취약계층에게 직접 전달한다. 현재까지 4개 기업과 기관이 참여해 1억 4천만 원을 후원을 받아 6월까지 지역 내 소상공인 10개 업체의 도시락 2,000개를 어려운 이웃에게 전달하는 일을 진행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어려움에 처한 소상공인과 취약계층 전체에 비하면 큰 숫자는 아니지만 코로나19의 어려움 속에서 지역 내 공공·민간 기관과 기업 등이 힘을 모았다는 점에서, 또 이번 사례는 타 시·도까지 확산될 가치가 충분하고, 코로나19 이후에도 사회공동체가 함께하는 나눔과 봉사 활동으로 지속 가능하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5월에는 대전시 공무원들이 후원에 나선다. 대전시는 지난 2008년부터 공무원들의 동의하에 월급에서 천 원 미만의 금액을 공제해 자투리 나눔기금이라는 별도 기금을 운용하고 있다. 이 자투리 나눔기금은 공무원들의 자원봉사 활성화를 위해 활동 지원비로 활용해 왔는데, 코로나19로 많은 사람이 모일 수 없게 되면서 사용처를 고민하던 중이었다.
이번에 기부되는 1천만 원이 비록 큰돈은 아니지만 지역 사회의 봉사자인 공무원으로서의 책임을 다하고, 지역 내 많은 공공기관의 동참을 이끌어 낼 수 있는 기회가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꾸준히 봉사활동을 하시는 분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시간과 비용이 들고 몸도 힘들지만, 자신의 나눔에 고마워하는 분들의 얼굴을 보면 그 자체가 기쁨이 된다고 한다. 그리고 이러한 기쁨이 한 번 두 번 쌓이다 보면 끊을 수 없는 일상이 된다고 한다. 이러한 기쁨이 많아지면 많아질수록 대전 공동체의 접착력이 높아지고, 배려와 상생이 넘치는 도시가 되지 않을까. 결국 살기 좋은 도시는 함께 만들어가는 것이다.
시민이라는 천사가 전달하는 도시락, 짧은 글이지만 이 글을 읽고 천사의 나눔에 동참하는 기업과 기관, 시민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1호 기업으로 참여해 주신 금성백조 정성욱 회장님을 비롯해 하나은행과 농협은행, 애터미 대표님께도 다시 한 번 감사한 마음을 전한다. /임재진 대전시 자치분권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