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경 한국전자통신연구원 RF/전력부품연구실 |
기존 실리콘 전력반도체보다 효율을 최대 10% 이상 개선할 수 있는 질화갈륨(GaN)이나 탄화규소(SiC)가 20년 전 미국·일본·유럽을 중심으로 상용화가 진행됐다. 이러한 선진국에서 화합물반도체 소재와 거대 부품시장을 주도하면서 새로운 연구개발에 관심을 쏟고 있는 차세대 고효율 전력반도체가 산화갈륨(Ga2O3)이다. 산화갈륨은 질화갈륨이나 탄화규소 소재에 비해 반도체 웨이퍼의 제조 비용이 20~30% 수준으로 매우 낮아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 뿐만 아니라 더 우수한 물성(物性)으로 효율은 높이고 칩은 더 소형화가 가능하다. 이러한 장점으로 고효율 전력변환 모듈과 초소형 인버터 및 컨버터를 만들 수 있다. 이에 필자는 산화갈륨 전력반도체의 조기 국산화와 글로벌 거대 신시장 주도권을 잡기 위해 5년 전 국내 최초의 대형 국가 프로젝트를 기획했다. 기획 당시 우리나라에는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기술이 전무해 소재·부품·장비의 원천기술 확보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해 이미 확보된 국내의 질화갈륨 소재와 소자 기술을 바탕으로 산화갈륨 원천기술을 빠르게 확보하는 전략을 수립했다.
이를 바탕으로 2017년 수주에 성공한 산업부 소재부품핵심기술개발 프로젝트를 시작하면서 '빨리 그리고 멀리'라는 슬로건과 함께 '한국산화갈륨기술연구회'를 설립해 운영 중이다. 뿐만 아니라 매년 국내·외 산학연 전문가들과 함께 산화갈륨전문학술워크숍 등 개방형 연구를 통해 기술 개발을 가속화하고 있다. 최근 한국세라믹기술원은 수소화기상성장법(Hydride Vapor Phase Epitaxy·HVPE)을 이용해 2인치급 전력반도체용 산화갈륨 에피 성장기술을 국산화했다. 한편 ETRI도 2019년 상용 에피 웨이퍼를 이용해 세계 최고 수준의 2.3kV급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MOSFET 소자 기술을 개발한 바 있다. 결국 5년 전 수립한 전략과 국가 프로젝트의 성공적 수행을 바탕으로 국내 핵심 연구기관은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기술개발에서 일본·미국과의 지속적인 경쟁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일본 시장 전문 잡지 후지경제 2017에 따르면 전 세계 전력반도체 시장규모는 2025년 약 33조 원 정도로, 이 중 산화갈륨 전력반도체는 약 7000억 원 규모라 예상한다. 이는 약 5000억 원 규모의 질화갈륨 전력반도체 시장을 훨씬 뛰어넘는 규모다. 우리나라는 현재 95% 이상 해외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전력반도체는 군수·이동통신·자동차·태양광 및 풍력 발전·전력전송 등 국가 산업 전반의 전략적 핵심부품이다. 이러한 전력반도체는 스펙과 응용 분야가 워낙 다양해 중소·중견기업의 소량 다품종 비즈니스 품목이다. 그러나 현재 고효율 전력반도체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질화갈륨과 탄화규소 전력반도체는 미국·일본·유럽의 기술이 상용화돼 지금까지 기술 종속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차세대 고효율 전력반도체로 각광을 받고 있는 산화갈륨 소재 및 소자 기술 개발과 조기 국산화는 최근 대일 무역 사태의 이슈가 되고 있는 소재·부품·장비 분야의 기술 자립화 측면에서 매우 큰 의미가 있다. 따라서 전력반도체 팹을 보유한 기업을 중심으로 그동안 산화갈륨 전력반도체 기술과 노하우를 축적한 연구소와 대학이 함께 컨소시엄을 이뤄 산업화를 추진할 경우 세계 최초로 상용화와 글로벌 거대 시장선점이 가능할 것이다. 문재경 한국전자통신연구원 RF/전력부품연구실 책임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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