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 MZ세대의 이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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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논단] MZ세대의 이해

채수종 대전소방본부장

  • 승인 2021-05-02 09:15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채수종 대전소방본부장
채수종 대전소방본부장
19세기 후반 일본은 메이지유신을 기점으로 천황 중심의 신식문물을 받아들이자는 개혁파와 사무라이 정신을 승계하여 고유의 문화를 지키자는 보수파 둘로 나뉘었다. 서강의 신문물인 철도와 우편제도의 유입은 일본 사회를 굳건히 지키고 있던 고유의 혼(魂)을 약화 시키고 오랫동안 이어온 그들의 가치관마저 흔들어 놓았다. 서구의 신문물에 매료된 젊은 황제와 개혁파는 문화의 차이를 극복해내지 못하고 신식 군대를 양성해 기존의 보수파들을 밀어내 나라의 기틀을 새로이 다졌다.

2004년 개봉하여 호평을 받은 톰 크루즈 주연의 영화 '라스트 사무라이' 줄거리다. 급변하는 시대에 대응하는 사회 모습을 보고 있자면, 다양한 목소리를 통해 사회변화를 주도해가는 지금 우리 사회 모습과 다르지 않다.

서서히 시작되는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는 점점 가속화되어 불과 몇 년 안에 사회를 새롭게 재편할 것이다. 이 변화는 자연스럽게 신세대와 구세대의 세대교체로 이어질 것이 자명하다. 오랫동안 사회를 이끌어오던 기성세대들의 시대가 저물고 또 다른 신인류가 사회의 주류로 자리 잡는 시대가 오고 있다. 바로 'MZ세대'가 주도하는 시대다.

조직에 헌신하는 것이 직장인으로서의 사명이라고 생각했던 기존의 보수적인 사고방식으로는 MZ세대를 이해할 수 없다. MZ세대는 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와 1990년 중반~2000년 초반 출생한 Z세대를 통칭하는 말로 디지털 환경에 익숙하고 최신 트렌드를 추구하며, 개인주의 사고체계를 우선시하는 세대를 일컫는 말이다. 이들은 국내인구의 34%를 차지하고 있으며 사회 전반에 걸쳐 영향력을 미치고 막강한 소비력을 과시한다.



개인을 버리고 조직을 위하며 '우리'라는 사고체계를 가지는 것이 기존세대의 미덕이었다면 일과 삶의 균형을 중시하는 MZ세대는 불공정과 불합리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장기적 인내를 통한 부와 명예보다는 바로 지금의 만족감과 행복, 성취감을 높게 평가한다. 이들에게 회사는 나의 능력을 발휘해 성과를 내는 직장일 뿐이다. 회식이나 야유회는 업무의 연장선이고 불필요한 의전은 이들에게 반감을 불러 일으킬 뿐이다.

유명 인력운영 전문사이트의 설문조사에 의하면 MZ세대가 가장 싫어하는 회사로 초과근무가 많은 회사, 연봉이 낮은 회사, 군대식 문화와 같이 소통이 어려운 회사, 휴가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회사를 꼽았다. 기존세대가 신봉하던 '퍼스트 잡 세컨드 패밀리'라는 가치관과는 확연히 다른 모습이다. 위 설문을 유추해보자면 업무시간 외 개인의 시간은 온전히 자신만을 위한 휴식이나 자기계발을 위해 사용해야 하고, 업무량 대비 보수는 적정해야 하며 개인의 권리, 가족과의 행복한 시간은 보장돼야 한다고 생각하는 '퍼스트패밀리 세컨드잡'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고대 이집트 피라미드에 재밌는 낙서가 있다. "요즘 어린 것들은 버릇이 너무 없다" 그리고 중국의 한비자에는 "젊은 녀석이 부모가 화를 내도 고치지 않고 동네 사람들이 욕해도 움직이지 않으며, 스승이 가르쳐도 변할 줄을 모른다"고 적혀있다고 한다. 예부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신세대와 기성세대 간의 괴리 극복은 수천 년을 이어온 인류의 과제였다.

이런 세대 차이를 위에 소개한 영화에서처럼 기존의 것을 조건없이 낡은 것, 바꿔야 할 악습으로 치부해 억압해서는 안 된다. 그런 이분법적인 논리로는 기성세대에게 MZ세대의 자유분방함은 버릇없음으로, 개인의 가치추구는 이기심으로, 경쟁에 대한 거부감은 나약함으로 단정 짓는 우를 범할 수 있게 만든다.

기존에 부하직원을 부르던 야, 너라는 호칭은 이제 없다. 아니 '부하'직원이라는 말 또한 맞지 않다. 나보다 늦게 들어와 경험이 적을 뿐 다른 부분에서는 나와 같거나 나보다 뛰어날 수 있는 함께 일하는 동료인 것이다.

이처럼 오랫동안 이어져 온 세대 간의 괴리를 극복하고, 급변하는 사회상을 반영하여 조직의 방향성을 설정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우리 조직도 기존에 있던 방식들과 새로이 재편된 가치관들을 모아, 대화와 합의를 통해 공정하고 투명한 합리적인 조직을 만들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계급이 있는 소방조직은 일반 타 조직과 비교해 조직의 특성과 기능이 확연히 다르다고 할 수 있다. 제복공무원으로서 체계적이고 명확한 지휘계통 아래 일사불란한 현장활동과 혁신적인 행정업무의 조화를 통해 시민의 안전을 지키고 나아가 나라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다. 성공적인 조직융화를 위해서는 긴박한 재난현장에서 이용되는 지휘명령체계와 일반업무를 추진해 나갈 때의 민주적이고 수평적인 운영체계를 균형감 있게 조절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과도기적 사회변화를 기회로 삼아 한층 성숙 된, 상생하는 조직문화를 만들어나간다면 우리 소방은 상호신뢰하고 존경받는 모범적인 조직으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다. /채수종 대전소방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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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명곡이 재조명 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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