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수남 작가 “예나 지금이나 갑질문화는 여전히 살아 숨쉬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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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김수남 작가 “예나 지금이나 갑질문화는 여전히 살아 숨쉬죠”

소설집 "그자들은 쇤네를 똥개라 불렀습죠" 발간
갑을 권력관계 비롯 사회정치적 이슈 소재 다뤄

  • 승인 2021-05-02 11:37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김수남-1
김수남 직가
"조선시대 양반집 주인이 여종을 겁탈하는 건 '누워있는 소 등 타기'로 치부할 만큼 쉬운 일이었죠. 지금의 권력가들 갑질과 다를 바 없어요"

김수남 작가가 지난 13일 30여 년 만에 소설집 "그자들은 쇤네를 똥개라 불렀습죠"를 발간했다.

이번 소설집은 단편소설 '팥죽'을 비롯해 '그자들은 쇤네를 똥개라 불렀습죠', '치과의사, 꼬시는 법을 발견하다', '종이소설작가 손늦', '따라가서 앞지르라', '경제학개론', '대통룡(龍) 때문에 나는 쌀 뻔했다', '분홍메뚜기'까지 320여 쪽 분량으로 엮었다.

소설집의 제목이기도 한 중편소설 '그자들은 쇤네를 똥개라 불렀습죠'는 조선 영조 때를 배경으로 먹고살기가 어려워 입 하나 덜기 위해 부잣집 몸종으로 들어갔다가 양반에게 화를 당하는 극 중 인물 묘향을 중심으로 갑과 을의 권력 관계 속에서 무참히 짓밟히는 을의 처지를 풍자적 요소를 가미해 이야기를 전개한다.



김수남책
김수남 작가의 신간 소설집.
김수남 작가는 팔순을 바라보는 나이가 무색하게 작가로서의 날 선 감각과 함께 청년작가 못지않은 문학적 탐구와 강인한 의지가 대화를 이어가는 내내 전해졌다. 김 작가는 "글의 주제를 정할 때 주로 사회적 이슈에 초점을 맞춘다"며 "서정적인 느낌을 풍기는 소설도 많지만, 정치적 소재를 은유적으로 표현한 내용이 주류"라고 설명했다.

지난 1944년 일본 시즈오카현에서 태어난 김수남 작가는 원동초, 대전중·고, 충남대 국문학과를 졸업한 '대전토박이'다. 1966년 대학 재학 중 단편소설 '조부사망급래'로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면서 작가의 길을 걸었다. 1972년 서울 경성중고등학교에 이어 대전에서 33년간 성모여자고등학교에서 교직 생활을 했다.

그는 "40대까지만 해도 광장, 현대문학 등 여러 문학지에 연재하며 왕성하게 활동했다"라며 "당시 지역 일간지에 장편소설을 연재하던 중 작품의 배경과 소재가 시대상과 부딪힌다는 이유로 갑작스러운 연재 중단 통보를 받았는데, 오기가 생겨 한 달 먼저 끊었고, 그렇게 1990년부터 2010년까지 펜을 놓았다"라며 절필했던 과거를 회상했다.

2010년을 기점으로 작품 활동 부활기를 맞은 김수남 작가는 이번 신간에 2015년과 2016년에 쓴 작품을 담았다. 그는 "2010년대에 들어 10년 동안 수필을 주로 썼다가 본업에 충실해지고 싶어 2015년부터 다시 소설에 집중했다"라며 "나이를 먹고 죽을 때가 가까워지면서 인생의 흔적을 남기고 싶다"라며 작품활동 의지를 보였다.

김수남 작가 하면 떠오르는 소설로 '달바라기'를 빼놓을 수 없다. 그는 "과거 한국전쟁을 겪으면서 피란 후 고향을 와보니 대전은 폐허 그 자체였다. 다들 집도 절도 없는 신세가 돼 중교다리 밑에서 판잣집을 지어 살았는데, 해바라기가 아닌 달을 바라보며 살던 그 시절을 기억하며 쓴 소설이다"라며 "달바라기 단어가 지금은 서정적인 느낌으로 인식돼 쓰이고 있지만, 암담한 현실을 비유한 언어 유희적 표현이다"라고 설명했다.
한세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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