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여정 씨는 한국 배우 최초로 오스카 연기상을 받으면서 102년 한국 영화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대업적을 세웠다. 윤여정 씨는 또한 "대본을 열심히 외워서 남에게 피해를 안 주자는 것이 저의 연기 시작이었다. 대본은 저에게 성경이나 마찬가지"였다며 "그동안 많이 노력했고 열심히 했다"고 했다.
이 부분에서 감격의 박수를 아낄 수 없었다. 그렇다. 진심은 결국 통하는 것이며, 뭐든 열심히 하면 반드시 이뤄지는 게 세상사의 이치다. 윤여정 씨의 역사적 수상이란 쾌거에 더욱 빛을 발한 건 여우조연상 시상을 할리우드 명배우인 브래드 피트가 맡았다는 것이다.
브래드 피트를 더욱 관심 있게 보게 된 계기는 2004년에 선보인 영화 '트로이'(Troy) 덕분이다. 여기서 그는 주인공인 아킬레스 역을 맡아 열연했다.
윤여정 씨가 4월 26일을 기해 한국인의 긍지까지 세워준 날이었다면 4월 29일인 오늘은 내 인생에서 가장 뿌듯한 날로 기록되는 날이다. 오늘 나는 사상 최초로 강의를 한다.
내가 기자단 단장으로 있는 모 기관에서 2기 신입 기자 교육을 하는 것이다. 불과 1시간 강의지만 열흘 이상을 투자했다. 강의와 연관된 책을 수십 권 봤다. 거기서 주장하는 저자의 내용은 대부분 비슷했다.
먼저 '청중은 강사의 배경이 궁금하다'였다. 맞다. 내가 곧 맞닥뜨릴 신입 기자들 역시 '오늘 강사로 나서는 저 자의 정체는 대체 뭘까?'라고 의심할 것이다. 그러므로 그 부분부터 속 시원히 뚫어주고 볼 일이다.
다음으로, 강사는 유머와 함께 다양한 사례를 들어 설명하는 것이 효과적이다. 또한 스토리텔링 기법을 활용하여 전달하는 센스도 필요하다. 나와 강의의 인연은 사실 오래되었다.
입사한 첫 직장에서 20대 약관의 나이임에도 전국 최연소 사업소장으로 승진했다. 매일 강도 높은 직원회의는 강연을 방불케 했다. 자연히 관련 서적을 치열하게 읽어야 했다.
그 덕분에 나중엔 기자와 작가까지 되었다. '읽는 사람은 못 당한다'는 말이 괜히 나온 게 아니다. 나는 강의에서 반드시 강조할 부분이 또 있다. 그건 절대로 "~ 같아요"라는 말과 글을 사용하지 말라는 것이다.
지금도 방송에선 이런 주장이 자주 등장한다. "오늘 날씨가 더울 것 같아요", "코로나 때문에 두문불출하다가 야외로 나오니 좋은 것 같아요"…… 편집을 하면서 PD가 걸러야 하는데 안 한다. 한 마디로 직무유기다.
글을 쓰는 사람은 이런 표현을 하면 절대로 안 된다. 윤여정 씨는 1971년 데뷔작 '화녀'로 청룡영화상 여우주연상을 받은 실력파다. 반세기 만에 이제는 명실상부 '월드 스타'의 반열에 올랐다.
실로 대단한 노익장(老益壯)이 아닐 수 없다. 이런 쾌거는 영화 대본을 성경처럼 아끼고 사랑한 덕분의 선과(善果)로 나타났다. 오늘은 중학교 진학조차 못한 판무식쟁이인 내가 강사로 '데뷔'하는 날이다.
이런 업적의 결과 역시 30년 이상 독서와 집필을 거듭해온 열정 덕분이다. 새삼 수적천석(水滴穿石)의 힘을 신봉하게 된다. 누구나 행복을 꿈꾼다. 그런데 정말 불행한 것은 행복이 자기를 찾아오지 않는 것이 아니다.
행복이 자기를 찾아와 계속하여 문을 두드리는 데도 반응이 없으니까 다른 곳으로 가버리는 것이다. 나 또한 윤여정 씨 수상 소감처럼 그동안 많이 노력했고 열심히 했다. 치열하게 하면 반드시 행복도 찾아온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 홍경석 작가의 칼럼 '홍키호테 世窓密視(세창밀시)'를 매주 중도일보 인터넷판에 연재한다. '世窓密視(세창밀시)'는 '세상을 세밀하게 본다'는 뜻을 담고 있다.
홍경석 작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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