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 학교·교육청 등 갑질·차별 만연 "개선하라"

개인보험 서류등 심부름… 코로나19 재택근무 제외
세종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 행정직 설문결과 발표
응답자 10명중 2명 갑질인식, 4명 교원과 차별경험

세교노 조합원들이 지난해10월 세종교육청 강당에 모여 '행정직 공무원의 교무실 배치' 반대 회의를 갖고 계획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세교노 제공

세종의 학교와 교육청에서 근무하는 행정직 공무원 10명 가운데 2명이 직장 내 갑질을 당하고, 4명은 교원 등과 차별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관리자가 사적인 일을 시키거나 부당한 지시는 물론, 업무 떠넘기기, 직종 간 차별 등이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내용은 28일 세종시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위원장 양현상·세교노)이 6대 노조출범 100일을 맞아 조사한 '인권침해 및 차별 실태' 결과발표를 통해 공개됐다.

조사는 3월 23일부터 4월 3일까지 교육청과 소속 교육기관 행정직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으로 진행, 조합원 224명이 응답했다.

조사결과, 갑질과 인권침해 경험자의 72%가 '비민주적 의사결정'을 꼽았다. 이어 불이익 처우, 폭언 등 비인격적 대우, 규정 위반 지시 순이었다.

갑질의 구체적 사례로는 '관리자 개인 물건 인터넷 주문', '개인보험 청구 서류 준비 등 사적 용무 지시', '회식 참여 강요', '정당한 연가 등 복무 신청 제한' 등으로 조사됐다. 업체를 미리 지정해 부당하게 계약을 강요하는 등 회계 관련 법령에 벗어난 부당한 지시를 하는 관리자도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행정직에 대한 차별사례도 지적됐다.

학교장이 일방적으로 행정실 소관업무도 아닌 일을 떠넘긴다거나, 코로나19 재택근무를 교사에게만 허가하고 행정실 직원들은 전원 출근시켰다는 응답도 있었다.

본청의 경우 일부 장학사가 저경력 행정직에 하기 싫은 업무를 떠넘기거나 사무실에서 공개적으로 험담해 인격을 모독했다는 사례도 나왔다.

세종시교육청은 최근 '2021년 감사업무 기본계획'을 통해 갑질신고센터, 공직비리익명신고센터 등 각종 비위신고센터를 통해 적기에 감사·처분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시교육청 갑질 신고지원센터는 소속 공무원 및 교직원, 사립학교 교직원의 갑질행위 신고와 피해자 지원을 신청할 수 있다. 소속, 직급, 성명, 연락처 등 신고자 본인을 특정할 수 있는 내용은 내용에서 제외됨에도 신분노출 우려 등으로 이용이 적은 것으로 나타났다.

시교육청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현재 신고 건수는 13건이며 징계나 주의·경고 조처 없이 종결되는 경우가 대다수다.

세교노 관계자는 "직종 간 차별은 윗선부터 시작된다. 교육청 고위층은 장학사 등 전문직의 업무 실수에 대해서는 관대하지만, 일반 행정직에 대해서는 인사조치 등으로 엄격히 대하고 있다"라며 "노조는 이번 조사결과를 토대로 세종교육청에 관리자의 갑질 예방·조치강화, 행정직 공무원 차별 근절 대책 마련 등을 요구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세종시교육청공무원노동조합은 2012년 설립신고와 함께 2013년 출범했다. 행정, 시설, 전산, 보건, 식품위생, 사서, 속기 등 일반직군 공무원으로 구성돼 있다.

공직사회의 불합리한 제도 및 관행 개선, 조직강화 및 연대활동, 부정·부패 방지를 위한 행정개혁, 조합원의 근로개선과 공무원의 경제·사회적 지위 향상, 조합원 역량 강화를 통한 전문성 신장, 기타 조합의 목적달성에 필요한 사업 등을 진행한다.

지난해 12월 양현상 위원장과 김부환 사무총장이 선출, 올해부터 2년간의 6대 노조 임기가 시작됐다. 

세종=고미선 기자 misunyd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