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지 않아도 경력직과 연구직, 지사별 부분 채용 등의 예외조항으로 채용 대상이 대폭 감소한 데다, 신설했거나 다른 지역에서 이전했다는 이유로 지역인재 의무채용을 지키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국가균형발전 차원에서 도입한 지역인재 의무채용을 대대적으로 손질할 시점이다.
28일 대전시, 일부 공공기관,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지역인재 의무채용 대상 공공기관으로 선정하는 조건은 2가지다.
하나는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공공기관은 지역인재 의무채용 대상기관이다. 국방과학연구소와 한국생명공학연구원,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조폐공사, 한국한의학연구원, 한국과학기술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국지질자원연구원, 한국화학연구원, 한국가스기술공사, 한국특허정보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한국등산트레킹지원센터 등 13곳이 여기에 해당한다.
또 다른 조건은 수도권 소재 기관 또는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기관의 업무를 승계하거나, 이관받은 지역 소재 기관이다. 대전에는 한국철도공사와 국가철도공단, 코레일테크,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 등 4곳이 있다.
대전시 관계자는 "지역인재 의무채용은 수도권에서 이전한 공공기관이 시행하는 것"이라며 "대전은 지난해 혁신도시로 지정돼 이후 이전한 기관은 없지만, 예전에 이전한 기관들까지 소급적용해 총 17개 기관이 지역인재 의무채용을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문제는 공공기관이 지역에 있어도 두 조건에 해당하지 않는 기관이라면 지역인재를 의무적으로 채용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이다. 대전에 있는 40여 곳 중 23곳에 하는 공공기관이 지역인재 의무채용 대상에서 제외된다.
제외되는 기준도 2가지다. 하나는 대전에서 기관이 설립된 경우다. 기초과학연구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산림복지진흥원, 원자력안전기술원 등은 대전에서 설립했기 때문에 지역인재 의무채용 대상에서 제외다. 대전에서 신설됐다는 이유로 대전 인재를 의무적으로 뽑지 않아도 된다는 얘기로, 설득력이 떨어진다.
또 다른 조건은 지방에서 지방으로 이전한 경우다. 경남 창원에서 이전한 기계연구원과 충북 단양에서 이전한 천문연구원 등이 이 조건에 해당한다. 오래 전에 대전에 정착한 기관이라고 대상에 포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같은 공공기관임에도 기관마다 의무채용 적용 기준이 달라 혁신도시 정책의 취지를 제대로 살리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혁신도시는 수도권에 있는 공공기관을 이전해 지역 활성화에 초점을 맞춘 제도"라며 "지역인재 채용은 현 규정에서는 이전한 기관만 의무적으로 시행해야 한다"고 했다.
지역정치권 관계자는 “기관마다 기준이 다르고 모호한 부분이 있는 건 문제라고 본다”며 “다만, 이 사안은 수도권은 물론 전국의 모든 시·도와 시·군·구의 이해관계라 복잡하게 얽혀 신중하고도 세밀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소희 기자 shk3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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