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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희정 시인(미룸 갤러리 관장) |
어김없이 나온 말이 기금이 부족하다는 말이었다. 매년 기금이 부족해서 대전의 문화예술인들이 하고자 하는 사업에 지원을 제대로 해주지 못한 것에 대해 미안함만 존재하지 기금 확충을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있는지는 그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가 없다. 대표가 선임이 되었으면 대표가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어떤 일을 하겠다는 것인지는 더 이상 궁금하지도 않다. 대전 문화예술인을 위해 문화재단 대표가 어떤 생각이 있는지 지난 10년간 들어볼 수 없었기 때문이다.
문예진흥기금 수혜 소식을 들으며 기금을 쪼개도 이렇게까지 쪼갤 수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 명이라도 더 주겠다는 문화재단의 깊은 생각을 헤아리려는 마음보다는 수혜자들을 늘려 지원자들의 불만을 모면해 보려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먼저 스쳐갔다. 대전문화재단이 하는 출판비 지원은 이 백만원부터 사 백 만원까지 구간이 있다. 이 백만원으로 시집을 내야 한다. 그 돈이라도 받아야 하는 시인들의 현실이 더 아프다.
시를 쓴다는 인간이 돈 타령이나 하고 있어 송구스럽다. 굳이 변명을 한다면 기금을 조각조각 나누어 지원율에 맞추어 퍼센트를 높이려고 하지 말고 좋은 작품집을 심사를 통해 골라내라는 이야기다. 몇 명 더 지원해주는 것보다 좋은 작품을 낼 수 있는 작가들에게 책을 낼 수 있는 기금을 지원해 주면 어떨까.
이런 의견을 전달할 수 있는 사람들은 작가들과 이사들이다. 대전문화재단에도 이사들이 있다. 이들은 대체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앞서 이야기한 문예진흥기금에 대한 현실을 알고 있을까. 대전문화예술인과 소통을 하기 위해 노력한 대전문화재단 대표가 몇명이나 있었는가. 기본적인 소통 조차 부재한 이유는 어디선가 낙하산처럼 떨어지기 때문이다. 재단 이사야 더 말해서 무엇에 쓰겠는가.
대전시는 다른 지역의 문화재단은 어떤 방식으로 대표를 선출하고 어떤 방식으로 이사회를 운영하는지 조금이라도 시간을 내서 찾아보았으면 좋겠다. 문화재단이 대전시 소속이라면 당연히 대전문화예술인들에 대한 생각을 해야 하지 않을까. 선거철만 되면 대전을 문화예술도시가 되게 하겠다고 후보마다 말은 하는데, 이제 듣는 것도 지겹다 못해 신물이 난다.
대전에 문학관이 어디에 있는 줄도 모르는 시민들, 문학창작촌을 어떻게 운영해야 하는지도 모르는 대전문화체육관광부, 시장과 문화예술인들의 만남을 주선하고 시간이 없다며 자신의 말만 하고 가는 현실, 그뿐만 아니다. 그런 자리를 만들었으면 지역의 문화부 기자들이 당연히 참석했을 텐데 질문 하나 받지 않는 모습을 본 기억은 더 이상 새삼스럽지도 않다.
문학이 예술의 뿌리라고 말하지만 대전문학관은 아직도 문학관장이 비상임 이사이다. 문화예술도시를 만들겠다는 슬로건은 시장 선거만 되면 단골메뉴처럼 등장하지만 시장이 되면 빈 공약이 되는 것을 십 수년째 보고 있다.
돈이 없다는 말보다 돈을 구하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문화예술 마인드를 가진 문화재단 대표가 그 자리에 앉았으면 한다. 대전문화체육관광부가 문화예술에 전혀 철학이 없는 분이 스쳐가는 국장 자리가 아닌 대전문화예술을 제대로 실천할 수 있는 인물을 보내라고 말하고 싶다. 이런 생각은 대전시가 그 동안 보여준 문화예술에 대한 모습을 볼 때 과한 욕심으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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