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의사당 설치 근거를 담은 국회법 개정안이 27일 상임위 문턱을 넘지 못하면서 국가 균형발전을 위한 백년대계의 정치권 정략적 활용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회 운영위원회 운영개선소위는 이날 오전 11시 더불어민주당 홍성국(세종갑), 박완주(천안을), 국민의힘 정진석(공주부여청양) 의원이 각각 발의한 국회법 개정을 심사했지만 가결하지 않고 계속 심사 법안으로 분류했다.
이날 소위에서 민주당은 법안 처리를 강력히 주장했다. 반면, 국민의힘 측에선 법안의 무조건 적인 반대는 아니지만 일부 법률적 문제 제기와 추가적인 당내 의견수렴 필요성 등을 들어 추후 논의하자고 하면서 법안 처리가 무산됐다.
여의도 안팎에선 이날 법안 처리 시점이 4.7 재보궐선거 이후 여야 지도부 교체 시기와 겹치면서 각 당의 어수선한 상황이 악영향을 끼친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은 얼마 전 2기 원내대표를 선출했지만 당 대표가 공석이다. 국민의힘은 주호영 의원이 원내대표 겸 당대표 권한대행을 겸하고 있지만, 조만간 이 두 자리를 포함해 지도부를 전면 새롭게 구성해야 한다.
원내 거대 양당의 지도체계 공백기 속에서 세종의사당 설치법 처리를 위한 동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았다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이날 국회법 개정안의 운영위 소위 처리가 무산되면서 당분간 숨 고르기에 들어갈 가능성이 커졌다. 야당 차기 당 대표가 선출되는 '5말6초'(5월말 6월초) 까지는 이날 소위 심사와 비슷한 이유로 상임위 문턱조차 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기 때문이다.
홍성국 의원은 이날 소위가 끝난 뒤 기자들과 만나 "김영진 소위 위원장이 6월 국회 처리를 목표로 한다고 했고 국민의힘 운영위 간사인 김성원 의원도 6월에 처리하자는 뉘앙스로 말했다"고 전했다.
하지만, 일각에선 앞으로도 세종의사당 설치법 처리가 녹록치 않을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국민의힘 내부의 법률 검토와 의견수렴 등 과정에서 세종의사당 설치 반대기류와 야권 통합 등 다른 현안에 가려 논의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174석을 갖고 있는 슈퍼 여당에 대한 비판도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 예전 패스트트랙 추진 사례에서처럼 여당이 강력한 의지만 있으면 법안의 단독 처리가 가능하지만, 세종의사당 설치법 처리와 관련해선 이같은 결기를 보여주지 않고 있다. 정치적 역풍을 지나치게 우려하고 있는 것인데 일각에선 의지 부족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여야의 이같은 어정쩡한 스탠스는 내년 차기 대선을 앞두고 다시 한번 세종의사당 이슈를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서울=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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