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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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 승인 2021-04-27 08:10
  • 신가람 기자신가람 기자
을지대 간호대학장 임숙빈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꽃을 구하러 나섰다. 오가는 길에 꽃집이 줄지어있는 것을 보았기에 잔뜩 기대하고 갔는데, 웃자란 꽃 잔디만 여기저기 놓여있고 조금 나아 보이는 화분은 예상외로 비싸서 실망했다.

그래도 꽃이 필요해서 나선 길이기에 머리를 모아 찾았더니만 다행히도 싱싱함이 가득한 꽃시장을 발견할 수 있었다.

크고 작은 봄꽃들이 갖가지 색으로 저마다의 모양을 뽐내고 있는 곳. 철쭉이나 수국처럼 익히 알고 있는 꽃나무도 반가웠지만, 뿔처럼 특이한 모양의 루피너스, 하늘하늘한 양귀비, 샛노란 카라, 색색으로 귀여운 카랑코에, 묘하게 생긴 매발톱, 작약, 달리아, 백일홍 등등의 화초들이 봄날의 소박한 행복감을 느끼게 했다. 사고 싶은 꽃을 미리 생각하고 갔지만, 왜 왔는지도 잊어버린 채 이 꽃 저 꽃 매력에 빠져 이름을 묻고 또 물었다.

잠시 후 꽃시장에 온 목적을 떠올리고 행사장 무대의 외곽 라인을 장식할 작고 밝은 색깔의 꽃을 고르다 보니 노란색 메리골드(marigold)가 으뜸이었다. 값도 비싸지 않고. 게다가 잘 키우면 봄부터 서리가 내릴 때까지 꽃이 핀다니까 가성비 최고 아닌가. 마음에 드는 꽃을 발견하고 나니 꽃말이 궁금해졌다. 메리골드에는 두 종류가 있다는데 필자 일행이 구매한 만수국은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라는 꽃말을 지녔다고 한다. 병원 실습을 나갈 학생들을 격려하는 선서식에 사용할 꽃을 의미로는 딱 좋지 않은가.



간호학과에서는 병원 실습을 나가기 전이나 혹은 실무 간호사가 되기 전 학생들을 위해 나이팅게일선서식을 매년 진행한다. 생명을 다루는 치열한 현장이기에 간호인으로서 지켜야 할 윤리나 행동 실천에 대해 다짐을 하는 서약식이다. 하지만 코로나 19 발생 이후 실습도 예전처럼 하기 어려워졌고, 선서식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간호교육에서 필수적인 실습을 제대로 할 수 없다는 것은 사실 교육 차원의 문제만으로 그치는 게 아니지만 어쩔 수 없이 비대면 실습으로 대체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형편이 가능해서 실습하는 대학이더라도 학생이나 교수 모두 긴장의 연속 상황에 놓이게 된다. 철저한 마스크 착용은 기본이고, 때마다 해야 하는 선별검사에, 조금이라도 열감이 느껴지면 즉각 자신을 격리한 채 감염관리팀과 의논한 후에야 실습 재개 여부를 결정하는 등 그 번거로움은 이루 말할 수 없다. 그런데도 조금이라도 실제 경험을 쌓기 위해서 실습을 하려 애쓰고 학생들도 애쓰고 있다.

사실 코로나 19 상황 이전이라면 학부모와 선후배, 교수들이 선서식에 함께 하면서 예비간호사로 첫발을 내딛는 학생들을 축하하고 격려했는데, 지금 상황에서는 선서식 역시 방역수칙을 지키며 대부분의 학생이 화상으로 참여하는 제한적인 방식으로 치를 수밖에 없게 됐다. 어떻게 하면 안전하면서도 진지한 분위기로 서약식의 의미를 살릴 것인지 고민하느라 그 준비가 만만치 않았다.

마스크를 쓰고, 대표 학생들이 선서하고 화상으로 참여하며 축하 영상 메시지를 나누는 자리였지만, 촛불과 어우러진 메리골드까지 한몫을 해 나름의 뭉클함을 나눌 수 있었다. 직접 참여한 학생들이 털어놓는 소감을 들으니 역시 직접 상호작용 속에 이뤄져야 교육의 효과가 크다는 것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식이 끝난 후 메리골드를 선물로 받으며 좋아하는 학생들을 보니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은 바로 곁에 있었다. 행복감은 지극히 주관적이니만큼 내적 인자가 중요하다지만, 부디 학생들이 작은 것에도 기뻐하고 행복을 느낄 수 있는 마음 밭을 잘 가꾸었으면 좋겠다. 같은 간호의 길을 가게 된 딸아이의 선서식에 뿌듯해하며 34년 차 간호사인 엄마가 응원의 메시지를 전했다. "간호는 베풀기만 하는 헌신이나 희생이 아닙니다. 환자로부터도 적잖은 배려와 위로를 받습니다. 그러니 여러분, 환자나 보호자, 그리고 동료들과 함께하십시오."/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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