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교 국장 |
하지만 코로나19가 무서운 병은 아니다. 암 같은 큰 병과 달리 적당한 치료와 보호만 있으면 오래 지나지 않아 회복이 가능하다. 다만, 다른 사람들에게 전염되는 것을 막기 위해 외부와 격리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 이때 필요한 것이 생활치료센터다.
생활치료센터는 의사의 치료까지는 필요 없는 경증·무증상 환자들이 일정 기간 외부와 격리된 공간에 머물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운영하는 시설이다. 현재 대전에는 유성구 전민동 LH 토지주택연구원에 대전과 세종, 충북, 충남이 공동 운영하는 생활치료센터가 4월 13일 문을 열었다. 하지만 개소하기까지는 쉽지 않은 여정이었다.
사실 충청권은 지난해 9월부터 충남 아산 경찰인재개발원에서 생활치료센터를 공동으로 운영해 왔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경찰 인력 배출에 차질이 발생하게 되자 올해 3월 초 운영 종료가 결정됐다.
이에, 정부와 충청권 4개 시·도는 그간 생활치료센터 시설을 제공하지 못했던 대전에 대체시설을 확보하는 것으로 하고, 현장실사를 거쳐 LH 토지주택연구원을 후보지로 선정했다. LH 토지주택연구원은 후보지로 필요조건을 갖추고는 있었지만, 가까운 곳에 아파트가 있고, 인접한 길이 주민들이 자주 이용하는 산책로라는 점이 문제였다. 그간 코로나 19를 대응해 온 행정기관 입장에서는 이점이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점을 알고는 있었지만, 문제가 없다는 점을 주민들에게 설득하는 것은 어려운 문제였다.
물론 주민들의 걱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었다.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시설, 전염성이 강한 질병을 다루는 시설이 지역에 들어온다면 누구도 쉽게 찬성할 수 없을 것이다. 생활치료센터의 불가피성을 머리로는 이해하지만, 선뜻 내 주변을 내어 주기는 어려운 일이다.
마침 3월 22일 국무총리 주재로 코로나19 관련 영상회의가 충청권 4개 시·도 중심으로 개최됐다. 이날 허태정 대전시장은 생활치료센터의 설치는 지역 주민들의 이해와 협조가 필요한 사안으로 개소 일자를 정하지 말고 주민들과 대화와 소통을 통해 이해를 구하겠다고 보고했다.
이후 주민들에게 설명하는 작업을 시작했다. 정부와 협의해 개소 시기를 늦추고, 3월 중순부터 다섯 차례에 걸쳐 주민 설명회를 개최했다. 이 과정에서 알게 된 것은 주민들 역시 생활치료센터가 필요하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내 가족, 특히, 아이들이 코로나19에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크다는 점이었다.
하지만 계속된 만남을 통해 조금씩 주민들을 설득해 나갔고, 4월 13일 허태정 시장과 정용래 유성구청장, 주민들이 참여한 현장 점검을 통해 결국 마음의 문이 열렸다. 지역 주민들이 코로나19 대응이라는 대의에 함께해 주었기에 개소하게 된 것이다.
개소 당일 생활치료센터에는 전민동 주민들의 이름으로 ‘건강한 일상으로 빠른 복귀를 기원합니다’라는 현수막이 걸렸다. 주민들의 진심이 담겨있는 글귀였다. 바로 이웃, 내 지역, 더 나아가 충청권을 위한 배려. 누구나 두려움을 가질 수 있고, 이러한 두려움이 처음 반대 의사로 표현되긴 했지만, 이번 일을 겪으며 어떤 일이든 충분한 시간을 두고 대화와 소통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배웠다.
오늘도 생활치료센터에는 조속히 코로나19를 극복하고 일상을 회복하길 바라는 사람들이 땀을 흘리고 있다. 앞으로 8월 말까지 운영할 생활치료센터가 아무 문제 없이 안전하게 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더욱 노력해야겠다고 마음을 다잡아 본다.
/정해교 대전시 보건복지국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