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모든 아이는 사랑받아야 한다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모든 아이는 사랑받아야 한다

  • 승인 2021-04-26 11:18
  • 신문게재 2021-04-27 1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임효인
임효인 경제사회교육부 기자
주말, 친구 딸 돌잔치에 다녀왔다. 이 친구로 말할 것 같으면 초등학교 6년 내내 붙어 다니다 중학생이 돼서 경기도로 이사를 했는데, 이후에도 (지금 보면 하잘 것 없는 내용의) 편지를 거의 매일 주고받으며 우정을 이어왔다. 함께 프로축구를 보러 다니고 여름이면 여행을 떠났으며 비록 떨어졌지만 내 대입 면접장에 같이 가 주기도 했던 친구다. 그런 친구가 몇 년 전 결혼을 했고 지난해 딸을 낳았다. 산모가 원체 마른 데다 막달에도 배가 적게 나와 걱정했는데 아기는 1년 동안 정말이지 무럭무럭 자랐다. 엄마 아빠의 극진한 사랑과 관심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친구는 아이가 처음 자동차를 타는 날 방지턱에 놀라지 않았을까 노심초사했을 정도로 아이를 챙겼다. 삶의 중심이 자기 자신보다 아이에게 맞춰졌다. 1년 동안 큰 탈 없이 자라준 아이의 첫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한다. 무엇보다 지난 1년 동안 한 번도 겪어 본 적 없는 육아의 세계에서 고군분투한 내 친구에게 진심을 다해 축하의 말을 전하고 싶다.

건강하고 사랑받으며 자란 친구 아이를 만나고 돌아오는 길, 마땅히 사랑받아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러지 못한 채 짧디짧은 인생을 마감한 많은 아이들의 얼굴이 오버랩 됐다. 친구 역시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세상일에 더 관심이 많아졌는데 올 들어 같이 분노하고 슬퍼했던 일들이 떠올랐다. 지난 1월 어느 밤엔 아동학대 사건을 접하고 잠이 오지 않는다고도 했다. 양부모로부터 모진 학대 끝에 짧은 생을 마감한 아이. 입양 전 밝은 얼굴은 아이의 말년엔 흔적 없이 사라졌다. 사망 당일 어린이집 CCTV에 담긴 아이의 표정은 많은 국민의 가슴을 아프게 했다. 3번이나 아동학대 의심 신고가 있었지만 끝내 이생에서 분리된 아이다. 사랑받아 마땅하지만 세상을 떠난 어린 생명은 이 아이뿐이 아니다. 홀로 방에 남겨져 배곯다 영원히 눈을 감은 아이, 이모 부부의 한참 어긋난 관심이 물고문으로 이어져 생을 마감한 아이, 양모의 잔혹한 폭력에 못 이겨 작은 트렁크 안에서 숨을 거둔 이 아이들의 짧고 고달팠던 생이 더 가슴이 아프게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어디선가 작고 여린 생명들이 고통받고 있진 않을까 걱정이다. 주변에서 계속해 아동학대가 발생하고 있다. 얼마 전 대전 한 어린이집에서도 낮잠을 자지 않는다는 이유로 또 한 명의 어린 목숨이 세상과 분리됐다. 아이를 재우기 위해 이불을 얼굴에 덮고 압박을 가했다는 일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 한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이 있다. 우리는 더 주변에 관심 갖고 또 더 분노해야 한다. 모든 아이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고 그래야만 한다. 임효인 경제사회교육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2.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3. 계엄사 "국회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 금지"
  4. 계엄사 "언론·출판 통제…파업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해야" [전문]
  5.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1. "한밤중 계엄령" 대전시-자치구 화들짝… 관가 종일 술렁
  2.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3.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4.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5. 계엄 선포에 과학기술계도 분노 "헌정질서 훼손, 당장 하야하라"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