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 상속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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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과 내일] 상속제도, 변화가 필요하다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 승인 2021-04-25 10:18
  • 신문게재 2021-04-26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신동철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명품 브랜드 샤넬의 수석디자이너였던 칼 라거펠트가 2019년 85세의 나이로 사망하면서 결혼하지 않고 자녀도 없던 그가 남긴 2억 달러의 유산이 그의 유일한 가족이라고 알려진 반려묘 슈페트에게 상속될 것이라는 뉴스가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었다. 동물에게도 상속이 일부 인정된다고 하는 독일과 달리 라거펠트가 사망한 프랑스에서는 동물에게 상속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라거펠트는 생전에 자신이 독일 시민권이 있다는 걸 강조하기도 했다고 한다. 과연 슈페트가 억만장자가 되었을까? 그 뒤 보도에 따르면, 라거펠트가 남긴 유언장이 발견되었고, 유언장에 지명된 사람들끼리 다툼이 있다고 하여 결국 그 반려묘는 억만장자 고양이가 되지는 못한 것 같다.

우리나라도 비혼 가구,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자신의 유산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유명 개그맨이 수십 년간 벌어들인 재산을 자신의 형과 조카가 유용한 의혹이 있다는 뉴스에 소위 '조카바보'로 살고 있는 이모나 삼촌들의 마음이 동요하고 있다고 한다. 한편으로는 평생 어렵게 모은 돈을 우리나라의 발전을 위해 대학이나 연구재단에 기부하거나 어려운 사람들을 도와 달라며 공익재단에 기부한다는 미담도 종종 들려온다.

헌법 제23조에는 '모든 국민의 재산권은 보장 된다'고 규정되어 있다. 이러한 재산권 보장 규정은 국민의 재산형성 뿐만 아니라 재산처분의 자유도 보장한다는 의미다. 그런데, 앞서 언급한 기부 사례에서 기부자가 생전에 이루어진 기부가 아니라 기부자 사후에 기부되도록 유언에 의한 것이라면 다른 분쟁의 씨앗이 될 수도 있다. 바로 '유류분 제도' 때문이다.

유류분은 상속인이 취득하도록 보장된 상속재산의 비율을 말하는데, 고인의 증여 또는 유증이 있더라도 상속인에게 최소한의 몫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이다. 그 제도의 취지는 특정 상속인이나 제3자에게 유산이 몰리는 것을 막아 유족들의 생계를 보호하기 위한 것이고, 1977년 민법 개정에 반영되어 1979년부터 시행되었다. 민법 제1112조는 피상속인(고인)의 직계비속과 배우자는 법정상속분의 2분의 1을, 피상속인의 직계존속과 형제자매는 법정상속분의 3분의 1을 상속인의 유류분으로 정하고 있다. 물론 이러한 유류분은 상속순위에 따라 상속인이 되는 경우만 인정된다.



하지만 급격한 사회변화와 더불어 이러한 유류분 제도가 사망한 사람의 재산처분의 자유를 지나치게 침해하여 위헌적인 제도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이 제도가 도입될 당시에는 전통적인 대가족 개념이 확고했고 가족재산이 밖으로 나가면 안 된다는 의식도 강했지만, 현대 사회에서는 가족재산에 대한 개념도 희미해지고 맏자녀나 장손에게만 재산이 일방적으로 상속되어 그 외의 가족들 상속에서 배제되는 경우도 줄었기 때문에 제도의 필요성도 크게 약해졌다.

또한 가족이라고 하더라도 고인의 재산 형성에 기여한 바도 없고 심지어 얼굴도 보지 않고 살거나 적대적인 행동을 하며 남처럼 살았던 경우에도 일정한 상속분이 돌아가도록 하는 것은 사망한 사람의 의사에도 크게 반할 수 있다. 최근 유명 걸그룹 출신 가수가 사망한 뒤 오랜 기간 연락도 없던 그 부모가 상속분을 주장하는 사건이 그 단적인 예이다.

1인 가구나 비혼 가구가 증가하여 전통적인 가족 개념이 바뀌고 있고 가족 간 유대보다 이웃이나 친구 등 사회적 관계를 더 우위에 두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면 이러한 상속제도 전반에 개인의 선택권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개선되어야 한다.

법무부도 TF를 구성하여 유류분 제도 개선 방안 등을 포함한 상속제도의 정비를 검토하겠다고 발표하였다. 이러한 제도 변화의 뒷받침도 중요하지만, 이제는 개개인이 재산을 일구는 것에만 집중하기 보다는 그 재산이 어떻게 잘 쓰이게 할 것인가를 미리 고민하는 지혜가 절실히 필요하다.

신동철 법무법인 유앤아이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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