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당랑포선(螳螂捕蟬)과 공(公)적 의식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당랑포선(螳螂捕蟬)과 공(公)적 의식

  • 승인 2021-04-25 09:46
  • 한세화 기자한세화 기자
한세화인물사진
한세화 디지털룸 1팀 기자
춘추전국시대 오(吳)나라 왕 수몽(壽夢)은 국력이 강해지자 초(楚)나라 공격을 꾀했다. 신하들은 유리할 것이 없다며 출병을 막으려 했다. 하지만 수몽은 출병을 막는 신하는 모두 사형에 처하겠다는 엄명을 내렸고, 대신들은 감히 나설 수 없었다. 그때 젊은 시종 한 명이 수몽의 의지를 막을 묘책을 생각해낸 후, 활과 화살을 들고 궁전 정원을 돌아다녔다. 사흘째 되던 날, 수몽은 이슬에 흠뻑 젖은 채 꼼짝 않고 나뭇가지만을 바라보고 있는 시종을 발견하고는 "이른 아침에 옷을 다 적시면서 여기에서 무엇을 하느냐?" 물었다.

시종은 "정원 나무 위에 매미가 있었습니다. 매미는 높은 곳에서 노래 부르며 이슬을 먹느라 사마귀가 뒤에 있는 것을 몰랐습니다. 사마귀는 몸을 웅크린 채 매미를 잡느라 그 옆에 참새가 있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참새는 목을 늘여 빼 사마귀를 쪼아 먹으려다 아래에 탄환이 있는 것을 알지 못했습니다. 이 셋은 이익을 얻으려다가 그 뒤에 오는 어려움을 돌아보지 않았습니다."

시종의 말에 깨달음을 얻은 수몽은 곧바로 군사를 거뒀다. 고사성어 '당랑포선(螳螂捕蟬)'의 유래가 된 이야기다. 사마귀가 매미를 잡는 데 온 정신이 팔려 뒤에서 참새가 자신을 노리고 있음을 모른다는 뜻으로 눈앞의 이로움만 쫓느라 자신에게 닥쳐올 재난을 생각하지 못하는 인간의 어리석음을 지적한다.

우리에게 한 치 앞도 볼 수 없게 하는 건 이기심에서 비롯된 본능 때문일 것이다. 집값은 내려가야 하는데 내 집은 올라야 하고, 비정규직 차별이 없어지길 바라지만 나는 정규직이어야 하고, 중소기업을 살려야 하지만 난 대기업에 다녀야 하고, 최저임금이 마냥 올라선 안 된다는 걸 알지만, 내 월급은 올라야 한다. 그렇게 해야 하는 건 알지만 내가 그러긴 싫고, 너는 그래도 되지만 나는 그럴 수 없는 우리의 이기심은 잠을 자다가도 밥을 먹다가도 불현듯 출몰한다.



이기(利己)는 개체성을 지닌 모든 바운더리에서 나타난다. 문화예술계도 그렇다. 작품이나 단체의 순수성과 상업성을 운운하며 편견으로 물든 잣대를 들이대고, 시대를 앞선다는 예술에는 찬사를 아끼지 않지만, 시대착오적인 예술에는 비난과 배척을 서슴지 않는 등 편 가르기에 여념이 없다. 내가 먹지 못하는 파이는 존재할 수 없고, 내가 알지 못하는 이야기는 인정할 수 없는 식의 그릇된 생태계 형성은 결국 향유권을 쥔 시민들의 희생으로 이어진다. 말 많고 탈 많은 동네에서 진정한 존립을 원한다면 사욕에 찌든 개인의식을 '공적 의식'으로 전환했을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본래부터 '내 것'은 없다. 다만 우리의 생각으로만 존재할 뿐이다.


한세화 기자 kcjhsh99@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2.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3. 계엄사 "국회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 금지"
  4. 계엄사 "언론·출판 통제…파업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해야" [전문]
  5.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1. "한밤중 계엄령" 대전시-자치구 화들짝… 관가 종일 술렁
  2.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3.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4.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5. 계엄 선포에 과학기술계도 분노 "헌정질서 훼손, 당장 하야하라"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