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나타난 대전 신탄진 ‘살묘남’에 들끊는 민원

13일 쥐약 묻은 닭고기 먹고 죽은 고양이 시체 나와
대덕구 주민들 시청, 청와대게시판 등 민원 제기 잇따라 "10여년 동안 잡지 못해"

쥐약을 먹고 죽은 길고양이 사체. [사진=대전 길고양이보호협회 제공]

최근 대전 대덕구 일대에서 길고양이가 독살된 채 발견된 가운데 수년 전부터 독극물을 묻은 닭고기를 뿌린 '살묘남'이 다시 활동했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2일 대덕구에 따르면, 지난 13일 석봉로 60에 있는 폐가에서 고양이 사체와 함께 쥐약이 살포된 파란색 닭고기 조각들이 발견됐다. 해당 고양이는 길고양이 사업을 통해 중성화를 마친 상태다. 몇 년 전부터 대덕구에는 신탄진을 비롯해 석봉동과 덕암동 곳곳에 길고양이 먹이 위에 쥐약이 뿌려진 생닭이 생겼으며, 인근 풀숲과 골목에는 고양이들의 사체가 즐비했다.

이에 구민들과 동물보호단체 등이 직접 나서 지난 2018년 범행 현장 인근에서 잠복 끝에 70대 노인이 쥐약을 뿌리는 현장을 잡았지만, 증거불충분으로 불기소 처분됐다. 처벌을 위해선 피해 사실이 있어야 하는데, 쥐약을 먹고 죽은 고양이 사체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이미 해당 노인은 2016년에 같은 범행수법으로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에 대한 벌금 70만 원을 선고받은 바 있다. 문제는 일명 '살묘남'의 만행이 반복된다는 점이다.

일부 대덕구민은 지난 20일 대전시청 게시판에 민원을 제기한 데 이어 21일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도 '10여 년간 고양이를 살해해온 신탄진 살묘남을 막아주세요'란 내용으로 글을 올렸다.

해당 청원인은 "고양이 사체가 발견된 폐가 건너편에 상인도 근래에 고양이가 죽은 걸 본 적이 있고 대청댐에서도 쥐약 먹고 죽은 고양이가 목격됐다"며 "이번에는 잡을 수 있다. 범죄 증거와 고양이 사체를 확보했기 때문에 이번에는 미수로 그치지 않고 그 죄를 물을 수 있다"고 호소했다.

이어, "대전시와 지자체의 미온적 태도에 묻고 싶다. 정말 이런 죄가 가볍다고 아무렇지도 않다고 생각하는가"라며 "쥐약을 닭고기에 묻히고 살포하러 다니는 이런 사람을 당신 가족 곁에 이웃으로 둘 수 있는지 의문"이라고 토로했다.

고양이 사체 인근에 떨어진 쥐약 묻은 닭고기. [사진=대전 길고양이보호협회 제공]

살묘남의 재범 의혹이 확산하면서 동물보호법상 처벌 조항 강화에 대한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살묘남의 범행이 언제든 반복할 수 있는 만큼 동물 학대행위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하고 동물보호에 대한 시민의식을 향상할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임영기 동물구조119 대표는 "쥐약을 섞은 먹이는 길고양이뿐만 아니라 산책을 나온 개나 길에서 노는 어린아이에게도 무척 위험하다. 그런데도 일부 시민들은 길고양이가 줄면 좋다고 생각해 이런 행위를 문제로 생각하지 않는다"며 "살묘남이 지금까지 죽인 고양이만 수백 마리에 이를 것으로 추정된다. 동물 학대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는 차원에서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신성룡 기자 milkdrag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