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년 남편을 만났다. 그 당시 나는 한국 드라마를 접하고 한국에 대한 막연한 기대와 환상을 가지고 있었다.
아는 선배 소개로 지금의 남편을 만났는데 이 남자의 첫인상이 무척 좋았다. 그 이유만으로 나는 선뜻 결혼을 선택하게 됐다.
2009년 8월 13일 결혼한 날, 그 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웃음이 난다.
각 나라마다 결혼 풍습이 있는 것처럼 우즈베키스탄에도 재밌는 풍습이 있다. 다양한 풍습들 중에서도 결혼식 날 신랑, 신부가 서로의 발을 밟는 풍습이 있다. 우리 부부도 그 풍습을 경험해 봤다.
그 풍습에 대해 소개해 볼까 한다. 결혼식을 마무리 짓기 전에 Chimildiq(새색시의 방)에 커튼 뒤에서 신부가 신랑을 기다리고 있고 커튼 두 쪽 부분을 오른쪽에 신부의 고모, 왼쪽 측면에서는 신부의 이모가 지키고 있으며 커튼을 열고 신랑이 들어오는 것을 기다린다.
신랑이 들어오자마자 부부가 서로의 발을 밟는다. 이 풍습은 누가 먼저 발을 밟느냐에 따라 발을 먼저 밟은 사람이 그 가정에 탑(TOP)이 된다는 미신적인 풍습에서 비롯됐다.
결혼 생활 속에서도 항상발을 먼저 밟은 사람의 말을 들어야 한다 라는 규칙도 있다.
우리는 부부로 12년을 함께 살고 있다. 남편이 좋은 사람이기 때문에 나도 옆에서 좋은 사람이 되어 가고 있다. 물론 우리 부부도 일상생활 속에서 자주 다투곤 한다.
하지만 풍습 이야기를 꺼내면 부부싸움이 칼로 물 베는 셈이 된다. 남편이 본인의 말이 옳다라고 고집을 부리기 시작할 때 나는 내가 발을 먼저 밟았으니 내 말을 들어야 한다 라고 하면 말다툼이 멈춰지고 풉 하며 웃음으로 바뀐 경우가 많다.
이럴 때마다 남편은 늘 억울해한다. 그 이유가 그 풍습에 대한 설명을 제대로 못 들었기 때문이다. 그 당시에 너무 정신이 없어서 통역하는 분이 설명해 준 우주벡 풍습의 뜻을 제대로 듣지 못했다는 것이다.
남편은 "만약 풍습에 대해 제대로 알았다면 내가 먼저 발을 밟았을텐데 아쉬워"라는 말을 한다. 나는 내 발을 밟히지 않았다는 것이 다행이라 생각한다.
남편에게 그 때 내가 발을 밟혔더라면 지금 우리가 함께 있지 못할 수도 있어"라고 하면 그 말에 공감하는 표정을 짓는다.
이렇게 풍습 하나가 부부 싸움이 생겨도 우리 가정을 화목하게 바꿔주는 큰 역할을 하고 있다. 딜로자 명예기자(우즈베키스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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