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벼락거지가 사는 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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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벼락거지가 사는 나라

  • 승인 2021-04-20 15:49
  • 수정 2021-04-28 19:36
  • 신문게재 2021-04-21 18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이상문기자
이상문 세종본부 차장
'영끌', '빚투', '벼락거지'. 사상 최악의 취업난과 급등하는 집값으로 사람들의 시름이 깊다. 과거에는 성실히 일해 저축을 하면 집을 살 수 있어야 하는데 이제 불가능하다. 그런 기회 자체가 사라지면서 사회의 공정성, 계층 이동에 대한 불만이 커졌다. 이 때문에 지난해 주식, 비트코인 등에 대한 투자 광풍이 몰아쳤다. 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를 한다는 '영끌', 빚을 내서 투자하는 '빚투', 급등한 부동산·주식에 편승하지 못한 갑자기 거지 신세가 된 무주택자 '벼락거지'라는 신조어도 일상에 자리를 잡았다.

영끌해서 지금이라도 당장 집을 사야 한다는 절박함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대부분은 집을 사 계층사다리를 올라가고 싶어하는 욕망이 있는데 지금은 모든 주택 가격이 뛰어버린 상황이다. 수입과 재산이 비슷했던 주변 사람이 4년여 전 집을 샀느냐 안 샀느냐에 따라 자산 규모 차이가 수억 원씩 벌어졌으니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세종시가 출범한 2012년 7월부터 지난해까지 대전에서 세종시로 유출된 인구는 무려 10만 8000여 명으로 세종시에서 증가한 인구의 절반에 이른다. 현재도 많은 사람들이 세종으로 이사 가기를 희망한다. 전부는 아니겠지만, 상당수는 부동산 투자를 염두한 모습이다. 한 시간 이상 출퇴근 거리를 마다하지 않는 이유는 '집 값' 상승으로 보상 받을 수 있다는 믿음이 크기 때문이다. 2배 이상 오른 집값에 웃으면서 '국회이전'이나 행정수도 완성 등 아직도 부동산 가치를 올릴 수 있는 호재가 많다고 생각한다. 그들의 무용담(?)을 들을 때마다 박탈감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최근에는 주식이나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사람들도 자주 만나게 된다. 이 역시 주식이나 비트코인으로 고수익을 얻었다는 주변 사람들이 많아지면서 자신도 도태될 수 없다는 심리가 커지기 때문이다.



이렇 듯 실물경기는 안 좋은데 부동산이며 주식이며 자산시장만 폭등세를 연출하고 있다. 일해서 수입을 얻기보다 '돈이 돈을 낳는' 시대가 온 듯하다. 이런 사회는 희망이 없다.

정권이 '희망'을 빼앗은 결과는 최근 4.7보선에서 20대 표심으로 나타났다. 문재인 정부는 미흡한 소득주도성장론을 앞세워 단기 일자리의 씨를 말렸고, 25전 25패의 부동산대책으로 평생 넘을 수 없는 집값 장벽을 세웠다. 여기에 조국, 김상조, 박주민 등 문 정권 인사들의 위선과 내로남불은 문 정권이 내세운 핵심 가치인 '공정'까지 무너뜨렸다.

열심히 일해서 성공하고 부자가 되는 꿈을 꾸는 것은 한 사회를 발전시키는 힘이다. 남은 기간 문 정부는 일하는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도록 '공정'의 가치를 바로 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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