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태 본부장 |
우리나라 영화에서도 가면은 단골 소재이다. 평범한 회사원이 타이거 마스크를 쓰고 프로레슬러로 활약하는 '반칙왕', 로큰롤 가수가 복면을 쓰고 복면가왕처럼 트로트 가수로 활약하는 '복면달호' 등에서 가면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실상을 반영하는 영화에 이처럼 가면이 자주 등장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가면만큼 저항, 풍자, 일탈 등 다양한 의미와 상징을 지닌 존재가 없기 때문이다.
지난 2월 1일 발생한 미얀마의 군부 쿠데타에 반대하는 시위대가 가면을 쓴 채 저항의 상징인 세 손가락 경례를 하는 사진이 최근 일간지에 실렸다. 가면은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상임이사국으로서 쿠데타 비판 및 국제사회의 개입에 미온적 입장을 보이고 있는 중국에 대한 항의를 표시한다. 역시 마스크를 쓴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 '브이 포 벤데타'의 주인공 브이의 말처럼 현재 미얀마 국민의 저항은 '가면 뒤엔 살덩이만 있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신념이 있다. 신념은 방탄이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안동시의 하회마을에 전승되어 오고 있는 하회별신굿 탈놀이에는 각시, 백정, 할미, 양반, 중 등 9명의 인물이 등장한다. 국보 제121호인 하회탈을 쓰고 각각의 인물들은 부정부패가 만연한 사회를 풍자하고 비판한다. 양주별산대놀이, 봉산탈춤, 북청사자놀음 등에서도 민중들은 탈을 쓰고 당시의 특권계급과 형식적인 윤리에 대해 일침을 가했다.
중세 서양에서는 가면 축제가 유행했다. 이 축제는 정체를 숨기고 평소라면 엄두도 못낸 옷차림과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할 수 있는 자유를 줬다. 귀족과 평민, 지배계급과 피지배계급이 극명했던 중세 유럽에서 카니발은 평소에 쌓였던 민중의 불만을 해소해주는 배출장치였다. 축제 기간에 가면을 쓰고 변장함으로써 평민들은 잠시나마 신분 질서에서 일탈해 심리적 해방감을 누릴 수 있었기 때문이다. 가면에서 맛보는 해방감은 현재 할로윈 데이, 베네치아 가면 축제 등에도 이어져 오고 있다.
코로나 19시대에 인간은 감염 예방을 위한 마스크 외에도 사회적 가면, 즉 페르소나(Persona)를 쓰고 살아간다. 마치 다양한 배역을 소화하는 영화배우나 극의 분위기에 따라 순식간에 가면을 바꾸는 중국의 변검술사처럼 '자상한 아버지', '강한 카리스마의 직장 상사' 등 상황적 요구에 맞춰 자기 모습을 변모시키곤 한다.
페르소나는 고대 그리스 연극에서 배우가 썼던 가면을 뜻하는 말로, 심리학에서는 외부에 드러내는 나의 모습, 외적 인격을 말한다. 페르소나는 현대인에게 긍정적 기능과 함께 부정적인 기능도 한다. 자신의 마음과는 상관없이 정반대 연기를 해야 할 때가 있기 때문이다. 생계를 위해 가면을 쓰고 환하게 웃지만, 그 안의 얼굴은 울상이 되는 것이다. 이런 괴리감 때문에 심리적 고통을 받게 되고 가면 우울증이나 스마일 마스크 증후군으로 악화하기도 한다.
코로나 19 사태 장기화로 사회 전반에 '코로나 블루(코로나 우울증)'의 수위가 올라가고 있다. 압력이 높아진 압력밥솥에서 증기를 배출하는 것처럼 우울을 극복하기 위한 개인적인 노력과 사회적 차원의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김용태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지역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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