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장애인의 날과 '코로나 블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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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장애인의 날과 '코로나 블랙'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대전구청장협의회장

  • 승인 2021-04-19 10:47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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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종태 서구청장
지난 15일 대전 도마동 도솔다목적체육관에 마련한 서구 예방접종센터를 방문했다. 서구도 이날부터 75세 이상 어르신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코로나19 백신 접종에 들어갔다. 예방접종센터를 다시 한번 점검하고, 동 행정복지센터에서 마련한 버스로 도착하는 접종 대상 어르신들의 승·하차를 도왔다. 인사를 받는 어르신들의 표정이 의외로 밝았다. 백신 접종을 걱정하거나 두려워하는 기색을 찾기 어려웠다. 하루빨리 코로나19에서 벗어나 평범한 일상을 되찾고 싶은 열망을 엿볼 수 있었다.

어르신들을 보며 오히려 내 마음이 무거웠다. 코로나19로 인한 사망률이 다른 연령층보다 높은 70대 이상 어르신에게 바이러스의 공포는 더 클 수밖에 없다. 다른 질환을 앓고 있거나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평소에도 사회적 단절로 고통을 겪었을 어르신들에게 사회적 거리두기는 2중, 3중의 고통이다. 백신 접종의 현장은 그런 공포에서 벗어날 수 있다는 희망이 싹트는 자리임이 분명하나, 어르신들이 겪고 있을 고통을 알기에 마음이 가벼울 수만은 없었다.

바이러스는 빈부나 직업, 지위를 가리지 않지만, 바이러스 확산으로 인한 피해와 고통의 정도는 사뭇 다르다. '코로나 카스트'라는 신조어가 생겼을 정도다. 실제 지난해 뉴욕타임스는 코로나19 확산 초기임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가 빈부 간 격차와 계층을 나누면서 신(新) 카스트 제도가 생겨났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지난해 봄 미국에서 4주 동안 2,200만 명이 실업 수당을 신청하고, 노동자 8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잃었으니 그런 우려가 나올 만도 하다.

코로나19로 인한 고통은 모든 사람에게 평등하지 않다.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이나 저임금 노동자, 골목길 동네식당뿐만 아니라 평소에도 이동권, 직업권, 수업권 등 모든 분야에서 차별받는 장애인들에게는 특히 그렇다. 많은 이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로 일상생활과 외부활동이 제한되면서 나타나는 우울 증상인 '코로나 블루(Corona blue)'를 호소하고 있다. 하지만 장애인들은 우울 증상을 넘어 모든 것이 암담해진 '코로나 블랙(Corona black)'을 호소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장애인 인구는 약 251만 7,000명으로, 전체 인구의 5%를 차지한다. 우리 주변 20명 중 1명은 장애인인 셈이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장애인복지시설이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하면서 여가, 취미, 체육 프로그램을 제공받지 못하고 집에서만 생활하고 있는 실정이다. 비대면 온라인 수업의 경우, 발달장애 학생들은 옆에서 누군가 도와주지 않으면 온라인 수업 참여가 불가능하다. 가중된 돌봄 부담으로 장애인과 부모가 극단적 선택을 하는 안타까운 사고도 발생하기도 했다.

마침 4월 20일은 장애인의 날이다. 1972년부터 민간단체에서 매년 주관하던 재활의 날을 1981년부터 국가에서 장애인의 날로 지정해 기념하고 있다. 1년 중 만물이 가장 활발하게 소생하는 계절인 만큼 장애인의 재활 의지를 부각할 수 있다는 의미를 담아 4월을 장애인의 날로 정했다고 한다. 코로나19로 올해도 기념행사, 문화행사 등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소통할 수 있는 행사가 취소되거나 무기한 연기되었다. 장애인들이 더 큰 소외감을 느끼지 않을까 걱정이 앞선다.

누구에게나 재난은 위협으로 다가오지만, 누군가에게 재난은 더 심각한 생명의 위협으로 다가온다. 철저한 방역과 사회적 거리두기, 적극적인 백신 접종으로 코로나19를 하루빨리 종식해야 하는 이유다. 코로나 블루 수준을 넘어 코로나 블랙을 겪고 있을지 모를 우리 주변의 소외계층을 살펴보는, 그런 장애인의 날이 되었으면 좋겠다.

/장종태 대전 서구청장·대전구청장협의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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