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 |
이러한 흐름 때문일까? 전기차 배터리의 필수 소재인 리튬 가격이 크게 올라 국내 자원개발 기업에서 2018년 약 3000억 원에 인수한 아르헨티나의 리튬 염호(鹽湖)의 가치가 100배 수준인 35조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는 분석이 보도됐다.
앞서 소개한 내용은 공통적으로 탄소를 배출하는 화석 연료를 줄이고자 전기차 공급을 확대하는 에너지 전환시대의 특징을 보여준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배터리 기술과 함께 풍력·태양광 등의 신재생에너지를 사용하는 탈탄소 경제로의 전환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신재생에너지와 전기차의 보급 확대는 아주 많은 양의 자원을 필요로 하는 광물 집약적 기술이기에 자연스레 새로운 광물자원에 대한 수요를 급증시켰다. 그렇다면 신재생에너지의 대표적인 풍력, 태양광 에너지, 그리고 전기차 배터리에는 어떠한 광물이 얼마나 쓰일까?
에너지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향상시키고 있는 풍력 기술은 2025년까지 300m 높이의 풍력 터빈으로 15MW의 전기를 생산할 것으로 전망되는데 이것은 약 2만 가구 규모의 작은 마을에 전력을 공급할 수 있는 양이다. 그러나 에너지 생산 대비 광물의 수요도 크게 늘어 2010년부터 사용되고 있는 150m 높이의 3MW 싱글 터빈에만 구리 4.7t, 철강 335t, 콘크리트 1200t, 희토류 2t, 알루미늄 3t이 쓰인다. 2017년 전 세계 풍력발전 설비용량은 515GW이고 2023년에는 63% 증가한 839GW로 예측하고 있어 광물수요 또한 그만큼 늘어날 전망이다.
2017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발전량의 54.5%인 94.5GW를 태양광이 담당하고 있는데, 2023년에는 이 용량이 1테라와트(1000GW)까지 증가해 태양광이 그중 575GW를 차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태양광 전지에는 폴리머, 알루미늄, 실리콘, 구리, 은, 주석, 갈륨, 텔루륨 등이 필요하다. 은의 경우 태양광 전지에서 차지하는 비중(<0.1%)은 적지만 전 세계 은 수요의 7%를 차지할 정도로 비중이 크다.
이제 집과 자동차는 물론 우리 일상 장치의 모든 것들에서 배터리는 필수품이 됐다. 전기차에서 전력망(Power Grid)에 이르기까지 배터리 기술은 어디에나 쓰일 것이며 앞으로 지금보다 많은 양의 원료, 즉 광물을 필요로 할 것이다. 대표적인 리튬이온전지의 경우, 3대 구성요소인 음극/양극/전해질에 리튬, 니켈, 코발트와 같은 핵심 광물자원이 쓰인다. 에너지 기술 5대 광물로 꼽히는 리튬, 코발트, 흑연, 인듐, 바나듐은 2017년 생산량 대비 2050년 각각 965%, 585%, 383%, 241%, 173%의 폭발적인 수요량이 예측돼, 향후 에너지 전환 시대를 주도할 핵심 광물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일본의 수출규제를 계기로 부품·장비와 함께 소재·자원 확보의 중요성을 뼈저리게 실감했다. 일본은 2020년 3월 '신국제자원전략'에 이은 올해 3월 '2050년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광물자원정책'을 발표하며 국가적 차원에서 광물자원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자원빈국인 우리나라로서는 미증유의 광물수요에 대비한 특단의 확보대책이 절실하다. 다행히도 많은 정책연구를 통해 답은 나와 있다. 단기적인 공급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비축이 필요하고, 해외자원개발을 통한 중장기적인 대응이 중요하다. 더불어 천연자원이 생산되지 않는 환경에서 기 확보된 자원을 재활용해 환경오염을 저감할 수 있는 도시광산의 활성화도 필요하다. 에너지 전환 뉴노멀시대다. 더 늦기 전에 구체적인 실행계획이 수립되고 실천되기를 기대해본다. 이재욱 한국지질자원연구원 미래전략연구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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