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담 넘은 코로나…빠른 대응위해 학교 자치 필요

코로나 학교 담 넘기 시작한 위기감 반영 해야
빠른 대응위해 방역 관리 학교장 재량권 줘야

대전 보습학원발(發) 코로나19 집단 감염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빠른 대응을 위해 학교 내 방역 관리는 학교장 재량권을 줘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그간 '학교 자율', '학교장 재량'을 강조해왔지만, 정작 학교는 자율적으로 결정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제한됐기 때문이다.

15일 교육청에 따르면 이달 초 동구 한 보습학원 강사가 확진 판정을 받은 이후 현재까지 학생·교사·가족·지인 등 포함하면 누적 확진자가 100여 명에 달한다. 이 가운데 학교에서 가장 많은 추가전파가 있었으며, 학원, 가족과 지인 순이었다.

이와 관련 교육청은 지난 5일 확진자가 나온 학교에 원격수업으로 전환을 하고, 추가 전파를 우려해 인근 학교에 원격 전환이 가능하다는 공문을 동구 관내 학교에 한해 내렸다. 현재 확진자가 발생한 15개교, 인근 학교 10개교 등 총 25개교가 원격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문제는 코로나19가 학교 담을 넘기 시작했다는 우려감에도 일선 학교장의 방역 관리 권한은 제한적이라는 점이다.

실제 확진자가 무더기로 나온 고교에서는 일부 학생들이 마스크를 쓰지 않거나 마스크를 턱에 걸치는 이른바 '턱스크'를 한 채 이동한 것으로 드러나 학교 방역의 구멍을 나타내기도 했다.

현재 대전은 거리두기 2단계에 맞춰 초·중학교 중 600명 이하 학교는 3분의 2까지 등교할 수 있고, 600명~1000명 학교는 의견수렴을 거쳐 3분의 2 등교가 가능하다. 1000명 초과 학교는 3분의 1 이내를 준수하도록 했다. 다만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초등 1~2학년은 밀집도 대상 제외해 현행과 같이 매일 등교, 고3 학생 매일 등교 원칙도 그대로 유지하고 있다.

이와 관련 학교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과 지역 여건을 고려해 교내 방역 관리와 탄력적인 학사 운영 등을 통해 최선의 등교 방식을 도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한 학부모는 "학교에서 터져 나오는 확진자들과 관련해 단순히 교육청의 관리 문제만 탓할 수 없는 것 같다"며 "교내 방역관리가 소홀했다는 점 결국 학교장의 책임론도 피할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단순히 교육청의 지침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학교 내 교육 자치 실현을 위해 학교의 자율적 권한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기본적으로 원격수업을 할지 말지 여부는 학교장의 권한인데, 교육청에서 지원을 받는 학교들은 아무래도 본청의 요청을 따라야 한다는 압력이 뒤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고교 한 학교장은 "확진자가 발생하지 않는 학교에서 일부 학부모들이 원격을 원할 경우 대책본부 검토를 통해 원격전환이 이뤄진다"며 "학교 내 손소독, 마스크 착용 등은 관리가 이뤄지지만 나아가 학사관리 문제에서는 권한이 없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장의 재량으로 원격이 이뤄질 경우 이를 반대하는 학부모들도 있다"며 "현재는 확진자가 발생한 학교에 한해 2주 범위 안에서 학교장이 결정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수영 기자 sy8701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