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
우리는 자식 자랑과 배우자 사랑을 팔불출(八不出)의 못난 짓이라 하며 지극히 경계하고 삼가야 하는 문화적 전통 속에서 살아왔다. 팔불출은 어머니의 태중에서 제 달을 채우지 못하고 여덟 달 만에 낳은 아이를 일컫는 말에서 비롯되었다는 내용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팔불출의 내용을 살펴보면 첫째가 스스로 잘났다고 어디서나 자랑질하는 사람 두 번째가 앉으면 마누라 자랑에 여념이 없는 사람 셋째가 자식 자랑하는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다. 네 번째는 선조와 조상 자랑을 일삼는 사람이고 다섯째는 형제 자랑이며 여섯째는 학교 자랑이며 일곱째는 제가 태어난 고장을 자랑하는 사람이라고 한다. 팔불출이면 8가지 흠결을 이야기해야 하지만 짐짓 7개로 한정함으로써 이 또한 부족함이 있음을 보여준다.
생물학자들은 부모가 자식에게 보여주는 무한 사랑의 원천은 특정 호르몬의 영향이라고 한다. 그중 하나는 도파민(dopamine)이라는 신경전달 호르몬으로 풍선처럼 부풀려진 기분 좋은 느낌을 준다고 한다. 도파민은 출산 전후에 분비가 촉진되며 신생아와의 신체 접촉 시에도 분비량이 많아진다고 한다. 또한, 옥시토신 (oxytocin)은 진통을 유도하고 젖 분비를 자극하여 엄마의 몸이 아이를 낳아 기를 수 있도록 신체조건을 변화시키며, 정신적으로는 모성애를 느끼고 자신과 애착 관계를 형성하는 데 지대한 영향을 준다고 한다. 남성의 경우에는 아내의 출산을 전후하여 바소프레신(vasopressin)이라는 호르몬 분비가 촉진된다고 한다. 남성은 바소프레신 호르몬의 영향으로 자식에 대한 애착과 무한 사랑의 원천인 부성애를 느끼게 된다고 한다. 부모가 되고 보면 보지 못하던 새로운 세상이 보이고 느끼지 못하던 것이 새로운 감정으로 다가오게 된다고 한다. 생명을 다투는 긴급사태나 위기의 순간에 발휘되는 모든 모성애와 부성애의 기적들이 결국은 인류종족을 계승하고 유지하려는 조물주의 안배였다면 인간의 의지나 도덕 그리고 관습은 얼마나 미미하고 나약한 것인가?
그동안 우리는 공동체의 지속 가능한 유지보전을 위해서라는 구실 하에 맹목적인 모성애와 어긋난 부성애를 경계하고 삼가야 하는 편향적 세계관 속에서 살고 있지는 않았을까? 저 스스로 작동하며 생명의 근원에서 비롯된 생각하고 느끼며 행동하게 하는 순수한 욕구와 본능까지도 때로는 도덕과 윤리라는 가식의 덫을 씌워 무시하고 왜곡하지는 않았을까?
지인은 내게 이런 말을 덧붙였다. "친구여! 우리 세대의 사고방식과 행동이 잘못된 건 아니지만, 이제는 바뀔 때가 된 거야, 자식이고 마눌님이고 잘한 것과 바람직한 모습은 칭찬하고 자랑스러워서 해야 해! 인제 그만 우리의 본능을 부정하는 거짓 행태와 위선적인 생각은 집어치워야 한다고 생각해! 그것이 비록 도덕이고 윤리이며 관습이라 해도 우리는 이제 솔직해져야 하는 것 아냐!" /신천식 한양대 특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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