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밖의 제안에 깜짝 놀랐지만, 곧 평정심을 되찾았다. 나는 진작부터 강사로 뛸 준비까지 마쳤기 때문이다. 따라서 2기 기자 교육 때는 20년 시민기자의 관록과 글 잘 쓰는 노하우를 몽땅 전수해 줄 작정이다.
새삼 준비하는 자에겐 반드시 기회가 온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어제 모 기관장님께서 제공한 푸짐한 점심은 평소 내가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1기 시민기자 활동에 주력한 때문에 수확된 선과(善果)였다.
작년부터 시작된 코로나19의 확산이 누그러지지 않고 있다. 코로나의 장기화는 우리 사회에 많은 부작용과 상처를 남겼다. 이는 나라고 해서 무풍지대가 아니었다. 우선 작년 가을에 실직하면서 졸지에 '삼식이'로 전락했다.
여기서 말하는 삼식이는 백수로서 집에 칩거하며 세 끼를 꼬박꼬박 찾아 먹는 사람을 말한다. 그래서 아내가 기침만 해도 덜컥 겁이 난다. 재취업을 오매불망 바라곤 있되 코로나가 쉽사리 종착역에 닿지 않듯 내 맘처럼 되는 게 아니다.
상황이 이처럼 전도무망(前途無望)인 가운데서도 나름 할 일은 했다고 자부한다. 먼저 지난달에 출간된 [초경서반], 즉 네 번째 저서가 이런 주장의 증명이다. 내처 순풍만범(順風滿帆)으로 베스트셀러가 되길 학수고대하고 있다.
활발한 저술과는 별도로 '독서지도사'와 '스피치지도사', '학교안전지도사' 자격증까지 취득했다. 코로나 시대의 울적함을 떨쳐내고자 노력한 결과물이다. 따라서 이는 코로나가 오히려 전화위복(轉禍爲福)이 된 셈이다.
17세기경 스페인의 라만차 마을에 사는 한 신사가 한창 유행하던 기사 이야기를 너무 탐독한 나머지 정신 이상을 일으킨다. 그리곤 자기 스스로 '돈 키호테'라고 이름을 붙인다.
돈키호테는 환상과 현실이 뒤죽박죽되어 기상천외한 사건을 여러 가지로 불러일으킨다. 하지만 돈 키호테는 본디 성정이 착하고 의리에 강하다. 나는 이런 긍정적 부분을 벤치마킹하여 첫 번째 저서로 '경비원 홍키호테'를 지난 2015년에 출간한 바 있다.
코로나의 장기화로 인해 주변에서 우울하다는 사람을 쉬이 만나게 된다. 사람은 누구나 취미와 쾌락(快樂)이 있다. 이럴 때일수록 나름대로 쾌락의 무기를 지녀야 한다. 나의 쾌락 무기는 단연 글쓰기다. 글을 쓰는 시간이 가장 행복하다.
글을 쓰자면 나도 모르게 성격까지 물오른 나무처럼 푸르고 부드러워짐을 동시에 느낀다. 아울러 도덕경 제76장에 나오는 글처럼 '강함과 부드러움의 차이'까지 발견할 수 있다.
도덕경 제76장에서 이르길 "사람이 살아 있을 때는 부드럽고 약하지만 죽으면 빳빳하게 굳는다. 풀과 나무도 살아 있으면 부드럽고 연하지만 죽으면 말라비틀어진다. 그러므로 굳고 딱딱한 것은 죽음의 속성이고, 부드럽고 약한 것은 삶의 속성이다. 따라서 사람이 교만해지면 멸망하고 나무가 강하면 꺾이고 만다"고 했다.
유연천리래상회(有緣千里來相會), 즉 인연이 있으면 천 리 멀리 떨어져 있어도 결국엔 서로 만나게 되는 법이다. 기자와 작가에 이어 강사로도 명성을 크게 얻는, 부드러운 성품의 '홍키호테' 가는 길에 장애물은 없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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