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인 사회의 고단한 미국 정착과정을 그린 '미나리'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우리에게는 단순히 고단하고 힘겨운 이민기에 불과한 이 이야기가 미국 사회에서 환영을 받는 것은 영화속 미국인들의 모습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옸다.
다양한 다민족으로 구성된 미국인의 편견없는 관대한 태도가 미국인들이 원하는 미국인의 모습을 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그런면에서 다문화 가정이 많아지고 있는 우리나라는 이민자들에게 어떤 태도를 취할까.
2017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며 명실상부한 현대 영문학을 대표하는 최고의 작가로 꼽힌 가즈오 이시구로가 노벨상 수상 이후 최초로 장편소설을 발표했다.
다섯살때 영국으로 이주해 평생을 살아온 작가는 '이방인' 혹은 '타자'를 바탕으로 작품을 써왔고 그 같은 작가의 세계관이 이번 소설에도 담겨 있다.
소설의 배경은 지금으로부터 멀지 않은 미래의 미국이다.
AI 제조기술과 유전공학이 발전되고, 사회는 이 과학기술의 발전을 기반으로 계급 시스템을 재구성한다. 아이들의 지능은 유전적으로 향상되고, 학교에 갈 필요없이 집에서 원격 교육을 받는다.
AF(Aritifical Friend)라 불리는 인공지능 로봇이 아이들의 친구로 생산돼 팔린다. 물론 사회의 모든 구성원이 그 혜택을 누리는 건 아니다. 재력이나 계급이 그에 미치지 못하거나, 혹은 시스템에 소속되기를 거부하고 따로 공동체를 꾸려 살아가는 사람들은 이런 과학기술의 혜택에서 제외돼 있다.
이야기의 주인공은 소녀형 AF인 클라라다.
갓 출시된 최신형 모델은 아니지만, 인간을 열심히 관찰하고 그들의 감정과 소통방식을 익히는데 관심이 많다.
어느날 자신을 데려갈 아이와의 운명적인 만남을 기다리던 클라라 앞에 조시라는 이름의 한 소녀가 다가온다.
걸음걸이가 불편하고 몹시 야윈 조시는 한눈에 봐도 건강에 이상이 있다. 클라아와 조시는 잠시 이야기를 나누고 둘은 서로에게 끌린다. 조시는 클라라를 꼭 데려가겠다고 굳게 약속하고 클라라역시 다른 아이의 간택마저 거부하며 조시가 자신을 데려갈 그날이 찾아오기만을 기다린다.
'클라라와 태양'은 가즈오 이시구로의 '남아 있는 나날'과 '나를 보내지마' 사이에 다리를 놓는 작품이다.
'나를 보내지 마'가 인간 유전자 복제라는 과학기술을 테마로 하고 있으며, '남아 있는 나날'은 이시구로 특유의 불완전한 1인칭 화자를 통해 세상과 인간관계의 부조리함과 슬픔을 담아냈기 때문인데, 작품이 발표되고 난 후 서구의 언론들은 인공지능 로봇이라는 타자를 주인공으로 설정했다는 점에서 '나를 보내지마'와 '파묻힌 거인'과 함데 묶어 3부작으로 부르기도 한다.
동화를 한번 써보고 싶다는 가즈와 이시구로의 생각에서 출발한 이 책은 어린이에게 들려줬다가는 트라우마를 유발할 수 있다는 딸의 말에 동화책이 아닌, 성인을 대상으로한 장편소설로 탄생했다.
우화적 SF인 '클라라와 태양'은 간결하고, 잔잔한 지문과 대사사이의 깊은 행간으로 가슴 깊이 파고드는 슬픔과 여운을 선사한다.
오희룡 기자 huily@
*올랑올랑은 가슴이 설레서 두근거린다는 뜻의 순 우리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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