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합판매'도 규정됐다. 법 제20조는 미디어렙으로 하여금 지역방송 등의 광고와 거대 지상파의 광고를 일정 비율 이상 결합해 판매하도록 했다. 이러한 결합판매 계획을 미디어렙의 허가 요건, 이행실적을 재허가 심사 요건으로 규정했다. 2013년부터 2021년 현재까지 14차례 동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결합판매' 제도를 시비 거는 내용의 개정안은 한 차례도 없었다.
미디어렙법이 시행되자 '결합판매' 제도에 대한 공격과 낙인찍기가 끊이지 않았다. 우선 결합판매를 '끼워팔기'라고 매도하는 공격이 전개됐다. 법률적 명칭은 '결합판매'다. 국민의 대표들이 국회 상임위에서 17차례 회의를 열어 여야 간 합의로 만든 제정 법률안의 공식 용어다. 사안이 이러함에도 공정거래법상 불공정거래행위로 분류되는 '끼워팔기'라고 매도하는 까닭은 무엇인가?
결합판매는 지역방송의 공공성, 공익성을 담보하기 위해 고안된 제도다. 지역에 거주하는 지역민들이 자기 지역의 방송을 통해 지역 정보를 획득할 수 있도록 보장하려는 취지다. 결합판매를 '끼워팔기'라고 부르대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혹시 그들의 머릿속에 지역민을 '끼워 팔리는 부수적인 시민들'이라고 폄훼하는 생각이 자리하고 있을까 겁난다.
출처: 미디어오늘(2018.8.13.) "지상파 프라임시간대 시청률이 무너지고 있다 |
'미디어 오늘' 2018년 8월 13일 기사에 따르면 <표>의 맨 윗줄 기울기에서 보듯이 지상파방송사들의 시청률은 2000년부터 지속적으로 하락해 왔다. 주시청시간대 수도권의 가구 시청률은 2000년 62%였으나 2018년 33%로 거의 절반이 꺾였다. 2012년이 문제가 아니다. 2000년 지상파광고매출은 2조3천여억원으로 전체 방송광고시장의 92%를 차지했다. 그 비율은 2011년 63.6%, 2019년 36.6%가 됐다. 역시 2012년이 문제가 아니다. 20년 전부터 지상파의 시청률 경쟁력과 방송광고매출액은 동반 저성장, 하락해 왔던 것이다.
결합판매가 법에 도입된 2012년 자료만 뚝 떼어서 '요놈이 문제의 출발점이다'라고 진단하면 안 된다. 지상파의 광고매출 하락은 종편의 등장과 경쟁, 스마트폰을 이용한 미디어 소비행태 변화, 지상파프로그램의 편성 경쟁력 등 다양한 요소가 종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라고 할 것이다. 즉, 결합판매를 지상파방송 광고매출 하락이나 저성장의 주범으로 공격하는 것은 잘못됐다.
결합판매 제도는 이미 2008년 헌법재판소가 방송광고 규제, 그중에서도 미디어렙에 대한 허가요건으로 쓰임새가 있다며 그 정당성을 부여한 바 있다. 2013년 헌재 결정에서도 방송광고에 대한 규제의 정당성은 다시 확인됐다. 결합판매는 미디어렙 사업자 직업수행의 자유, 영업의 자유를 제한하는 조치이긴 하지만 직업선택의 자유에 비해 상대적으로 폭넓은 법률상의 규제가 가능하다. 방송과 방송광고의 공공성, 공익성, 다양성을 실현하려는 입법목적 달성의 적절한 수단으로서 필요한 정도를 넘는 지나친 제한이라고 볼 일도 아니다. 결합판매가 지상파방송사들의 광고매출 하락을 가져왔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약하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방송산업은 지상파사업자, 미디어렙, 지역방송사 간의 긴밀한 유대와 협력이 필수적이다. 각종 재원을 기금으로 조성해 지역방송 등을 지원하려는 입법적 노력을 더 강화해야 할 때라는 점은 분명하다. 지역에도 사람이 살고 있지 않은가.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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