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호 충남대 의과대학 교수 |
소, 양, 말, 사슴 등 전형적인 초식동물은 얕은 절구통 모양의 치아를 가지고 있고, 풀에 있는 셀룰로오스를 분해하고 소화시키기 위해 특수한 소화기관을 가지고 있다. 반면에 호랑이 사자 등 육식동물은 날카로운 이빨과 강력한 힘을 낼 수 있는 턱근육을 가지고 있고, 위에서 강한 위산을 분비하여 먹은 고기의 소화를 쉽게 해 준다.
인간의 조상과 영장류들은 나무 위 생활에 적응하여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나무 위에서 초식 또는 채식성의 식사를 하였을 것이다. 사람의 위는 강한 위산을 분비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육식동물이 가진 날카로운 치아가 없다.
사람과 개의 치아 |
인간의 조상과 영장류들은 풀과 나무의 잎사귀를 먹지 않고 주로 다양한 열매를 먹었을 것이다. 왜냐하면 우리 인류는 풀과 잎사귀의 주성분인 셀룰로오스를 소화해 낼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우리의 조상들을 풀 종류를 주로 먹고 되새김질을 하는 초식동물보다 채식동물로 부르는 것이 어울릴 것이다.
500여만 년 전쯤에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척박한 사바나 초원에서 살기 시작했을 때는 직립을 시작하였지만 뇌가 지금의 1/3 크기(약 500 cc) 정도밖에 되지 않았다. 약 200만 년 전에 호모 이렉투스(Homo erectus)라고 불리는 우리 조상들의 뇌는 1,000 cc 이상으로 커지는 반면, 씹기근육은 퇴화되어 육식동물에 비해 그 힘이 매우 약해지는 획기적인 변화가 왔다.
호모 이렉투스는 지능이 발달하여 창이나 화살 등의 도구로 동물을 사냥할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불을 발견하고 사용할 수 있게 됨으로써 고기를 익혀 먹을 수 있게 되어 육식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보통 우리 인류를 잡식동물이라고 부른다. 그러나 우리 인류는 다른 잡식동물처럼 날카로운 송곳니도 없고 강력한 턱근육도 없어 진정한 잡식동물이라고 할 수 없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 조상들이 적어도 수백만 년 동안 채식을 해 왔고, 이에 따라 몸의 구조와 기능이 이에 맞도록 진화한 채식동물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서양에서 비롯된 육식문화는 인류의 긴 진화 역사를 볼 때 본류가 아니다.
우리는 개발도상국에서 선진국으로 진입하고 있어 육식을 하고 싶으면 할 수 있는 비교적 풍요로운 시대에 살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육식문화는 우리를 병들게 하여, 건강한 삶을 누릴 수 없는 상황에 이르게 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진화적(해부생리학적)으로 채식동물이기 때문에 육식보다는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한다. 채식이 건강과 환경에 미치는 좋은 효과에 대해서 다음 칼럼에서 살펴보기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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