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갈수록 아이가 줄고 있다. 가임여성 1명당 출산율을 나타내는 합계출산율이 작년보다 0.08명 감소했다. 기껏 0.84명으로 3년 연속 1명 미만을 기록함과 동시에 4년 연속 역대 최저치를 갈아치웠다.
출산율이 자꾸만 떨어지는 까닭은 명료하다. 갈수록 살기가 힘들고 덩달아 아이 기르기도 벅차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출산율은 지난 1974년만 해도, 가구 당 4.5명이나 되었다.
당시엔 아무리 가난했을망정 열심히 살면 다들 각자도생(各自圖生)할 수 있다는 사회적 믿음이 있었다. 이러한 신뢰가 시나브로 붕괴한 것은, 정부가 추진한 불편한 출산장려정책과 맥을 같이 한다.
"덮어 놓고 낳다 보면 거지꼴 못 면한다"에 이어 "둘도 많다"며 하나만 낳으라고 선동했다. 뒤이어 가파른 물가고와 부동산 투기 광풍이 불었다. 물가 상승은 차치하더라도 부동산 투기만큼은 진작부터 단속을 해야 했다.
그러나 이마저 수수방관하다 보니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가중되었다. 없는 사람은 허름한 전.월세조차 구경하기 힘들다. 반면, 있는 사람은 수백 채나 되는 부동산을 굴리며 불로소득에 희희낙락하고 있다.
아무리 대한민국이 자본주의 국가라곤 하지만 이처럼 빈부의 간극이 엄청나다 보니 당연히 출산율이 떨어지고 있다. 가뜩이나 살기도 팍팍한 터에(특히 서민으로선) 설상가상 '코로나19' 라는 메가톤급 충격의 폭탄이 터졌다.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노동자들이 가장 큰 피해를 보았다. 실직자까지 급증했지만, 재취업은 난망의 먹구름으로 자욱하다. 이러한 때, 부동산 주무 기관인 LH 직원과 고위 공직자들의 잇따른 부동산 투기가 국민들에게 분노의 기름을 부었다.
성난 민심에 화들짝 놀란 정부는 9급 공무원까지 재산등록을 하겠다며 뒷북을 치고 나왔다. 부동산 업무와는 하등 관련 없고 성실하게 봉직하고 있는 애먼 공무원들의 자존심까지 뒤흔드는 자괴감을 괜스러운 덤터기로 안긴 셈이다.
김상조 청와대 정책실장이 부동산 3법 시행 직전, 보유중인 서울 강남 아파트 전세 가격을 기존 8억5000만 원에서 9억7000만 원으로 14%나 인상해 충격을 안겼다.
이를 두고 세인들은 부동산 정책을 총괄한 정책실장은 전셋값을 대폭 올리면서 남들은 5% 이상 못 올리게 했다는 비판이 터졌다. 이쯤 되면 '내로남불'이 아니라 '아상타정(我上他停)'인 셈이다.
즉 나는 올려도 되지만 너는 그대로 있으라는 거다. '손자병법'에 '성유소불공'(城有所不攻)이 돋보인다. '성(城) 중에도 공격하지 말아야 할 성이 있다'는 뜻이다.
세상을 살다 보면 가져야 할 것도, 얻어야 할 것도 많다. 어떤 계획을 세워 그 목표를 공격해서 빼앗아야 할 때도 있다. 그렇지만 욕심이 과하면 교각살우(矯角殺牛)의 화를 부를 수 있다.
코로나 시절인 지금은 분명 경제적 흉년(凶年)이다. 그런데도 일부 LH 직원과 고위 공직자는 심지어 원정 부동산 투기까지 일삼았다. 경주 최부잣집의 부(富)의 견지 기초 마인드와 성유소불공(城有所不攻)의 원칙까지 저버렸다.
가뜩이나 심각한 출산율을 더욱 뚝뚝 떨어뜨리게 하고 있다.
홍경석 / 작가·'초경서반'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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