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칼럼] 일론 머스크의 제일원리 사고법

  • 오피니언
  • 사이언스칼럼

[사이언스칼럼] 일론 머스크의 제일원리 사고법

박승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융복합양자과학연구소장

  • 승인 2021-04-01 10:27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박승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융복합양자과학연구소장 new
박승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융복합양자과학연구소장
요새 거리에 나가면 하늘색 번호판을 단 전기자동차나 수소자동차를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 머지않은 장래에 많은 나라에서 휘발유나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내연기관 자동차 생산을 중단할 것이라고 하니 친환경 자동차가 도로를 완전히 점령할 날이 머지않았다.

그렇게 된 데에는 테슬라의 경영자 일론 머스크의 공이 크다. 그는 2008년 첫 번째 제품인 로드스터에서부터 시작해 꾸준히 전기차 모델을 내놓으면서 전기차 대중화를 주도하는 한편, 스페이스엑스를 설립해 성공적으로 민간 우주개발 시대를 열어젖혔으며 이 밖에도 여러 굵직굵직한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말 그대로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일 중독자로 유명하다. 그렇지 않고서야 여러 개의 회사를 동시에 이끌어나가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한창 일할 때는 주당 100시간을 일했다고 한다. 그러나 시간을 많이 쓴다고 해서 누구나 세상을 바꾸는 결과를 내지는 못할 것이다.

일론 머스크는 한 인터뷰에서 자신이 성공한 비결을 열심히 일하는 것 외에도 '제일원리' 사고법이라고 언급한 적이 있다. 제일원리는 어떤 현상을 설명할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원리 정도로 이해하면 되겠다. 이 인터뷰 이후 머스크의 혁신 방식은 모든 것에 대해 의문을 갖고 가장 근본적인 것부터 재조립해나가는 것이라고 소개되고 있다. 맞는 말이긴 한데, 이 설명은 머스크가 한 이야기의 '맛'을 제대로 전해주고 있지는 못하다. 그 의미를 온전히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론 머스크가 경제학과 함께 물리학을 복수전공했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제일원리는 가장 근본적인 것을 뜻하는 철학 용어이기도 하지만, 물리학에서는 물질의 특성을 원자 수준에서 양자역학을 사용해 계산할 때 사용하는 용어다. 실제로 머스크는 인터뷰에서 '물리학적인 접근법'을 상당히 강조했다. 머스크가 이야기하고자 했던 것은 경영하는 방법에 대한 원론적인 이야기를 넘어 당시 그에게 주어진 문제를 원자 수준까지도 들여다본다는 뜻이기도 했다.

전기자동차가 화려한 컴백을 하게 된 배경이 된 리튬이온 배터리의 경우를 생각해 보자. 정해진 공간에 더 많은 전기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리튬이온 배터리를 본격적으로 사용함으로써 스마트폰을 포함한 모바일 기기에 혁명적인 변화가 일어났다. 그러나 리튬이온 배터리는 너무 비싸서 자동차에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일론 머스크는 이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배터리 소재를 원자 단위로 구분해 비용을 생각해보니 더 싸게 배터리를 만드는 방법을 찾으면 전기차가 성공할 수 있으리라 생각했다고 한다. 배터리를 대량생산하는 공장을 건설해 수직계열화에 나선 배경이 여기에 있다. 그리고 무대 뒤편에선 원자 수준에서부터 소재를 개량하는 노력을 끊임없이 펼쳤다. 이는 캐나다 달후지대의 제프 단 교수가 테슬라를 위해 호주의 중성자 연구시설을 방문하면서까지 소재 개발에 매진하고 있다는 소식을 통해 단편적으로 알려졌다.



전기차가 대세가 되다 보니 폭스바겐과 같은 유수의 자동차 회사들이 배터리 내재화에 나서고 있지만, 모든 자동차 회사가 그렇게 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 남들과 똑같은 배터리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더 싸게 더 성능 좋게 만들기 위해서는 소재에 대한 연구개발의 전통과 연구 인프라를 가지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론 머스크의 도전은 현재 진행형이며 여전히 무수한 위험 요인을 안고 있다. 그러나 인류가 안고 있는 커다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업을 한다는 그의 목적은 이미 반 이상 실현된 것으로 보인다. 테슬라가 없더라도 전기차의 진격은 멈추지 않을 것이다. 그리고 혁신을 꿈꾸는 기업이라면 문제의 본질을 원자 수준까지 들여다보는 그의 제일원리 사고법을 따라 하게 될 것이다. 박승일 한국원자력연구원 융복합양자과학연구소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학대 마음 상처는 나았을까… 연명치료 아이 결국 무연고 장례
  2. 원금보장·고수익에 현혹…대전서도 투자리딩 사기 피해 잇달아 '주의'
  3.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4. [대전미술 아카이브] 1970년대 대전미술의 활동 '제22회 국전 대전 전시'
  5. 대통령실지역기자단, 홍철호 정무수석 ‘무례 발언’ 강력 비판
  1. 20년 새 달라진 교사들의 교직 인식… 스트레스 1위 '학생 위반행위, 학부모 항의·소란'
  2. [대전다문화] 헌혈을 하면 어떤 점이 좋을까?
  3. [사설] '출연연 정년 65세 연장법안' 처리돼야
  4. [대전다문화] 여러 나라의 전화 받을 때의 표현 알아보기
  5. [대전다문화] 달라서 좋아? 달라도 좋아!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충남 행정통합 첫발… '지방선거 前 완료' 목표

대전시와 충남도가 행정구역 통합을 향한 큰 발걸음을 내디뎠다. 이장우 대전시장과 김태흠 충남지사, 조원휘 대전시의회 의장, 홍성현 충남도의회 의장은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에 서명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수도권 일극 체제 극복, 지방소멸 방지를 위해 충청권 행정구역 통합 추진이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대를 갖고 뜻을 모아왔으며, 이번 공동 선언을 통해 통합 논의를 본격화하기로 합의했다. 이날 공동 선언문을 통해 두 시·도는 통합 지방자치단체를 설치하기 위한 특별..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